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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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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맛 /김종제 1807.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1월 10일) 와인을 만나는 것은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낯설지만 신나는 삶으로의 여행을 감행하는 일이다. 이 여행은 편안하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낯설고 불편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보통 여행은 불편하고 힘들다. 그러나 거기서 어떤 즐거운 '엑스터시(ecstasy)'를 만난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의 세계에 들어가면, 나는 바로 '엑스터시'를 경험하곤 한다. 엑스터시란 현재 안주하고 있는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이다. 입신하는 무당에게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약'의 이름으로도 쓰인다. 좀 먹물적으로 말해 볼까. 엑스터시란 '자신의 과거나 사회가 부여한 수동적인..
건강하다는 말은?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이다. 내 마음이 가는 길이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그렇게 나와 나 자신이 하나 될 때,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내 마음이 가는 곳이 어디인가 묻는다. 왜? 마음이 가면, 그 곳에 기운(氣運)이 모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그 기운이 가는 길에 혈(穴)이 따라 가기 때문이다. 혈이라는 말은 풍수지리설에서 쓰인다. "'정기(精氣)"가 모인 자리"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침을 놓는 올바른 자리"로 쓰인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림프 순환이 저하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림프구 수를 감소 시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혈자리를 자극하면 주변 조직의 피의 순환이 원활해 진다. 그러니까 흐름이 좋아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자리를..
삶은 항상 문제의 연속이다.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려고 하는데, 세상이 나를 가만히 나누지 않는다. 그래 아침 글을 이제야 쓴다. 삶은 항상 문제의 연속이다. 이 연속적인 사건들에 일희일비하는 경솔한 마음으로 반응하면 우리는 불행하다. 행복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짧은 인생동안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일상의 수련이 행복이다. 행복은 들판의 꽃들과 같다. 호박꽃은 그냥 핀 것이다. 그게 자기 실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짧은 인생동안 성취해야 할 임무에 몰입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라는 공동체가 부여한 명예나 불명예, 비난이나 찬양은 그에게 한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 경계가 사라진다. 모든 것은 잔물결일 뿐이다. ..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180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1월 6일)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이젠 소위 '신세계 와인"이라 부르는 지역으로 와인 여행을 떠난다. 현재 세계 와인 생산은 편의상 ‘구세계(Old World)’와 ‘신세계(New World)’, 북반구의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가와 남반구의 신흥 생산 국가들로 양분되어 있다. 신세계에 해당하는 남반구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 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이 있다. 포도는 위도 상으로 북반구의 지중해 연안에서 북위 50도까지와 이와 비슷한 기후를 가진 남위 30도~50도 사이에 있는 남반구에서 재배되고 있다. 세계 와인 시장에서 신세계 와인 생산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빠른..
부르고뉴 지역 와인 (2) 지난 주에 이어 계속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도 지도를 공유한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 지역의 와인 주요 산지는 북쪽에서부터 샤블리(Chablis), 꼬뜨 도르(Côte d'Or),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마꼬네(Mâconnais) 지역으로 이어진다. 지난 주에 우리는 꼬뜨 도르 중에서 북쪽의 꼬뜨 드 뉘이 지역과 아래인 또뜨 드 본느를 살펴보았다. 오늘은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마꼬네(Mâconnais) 지역을 살펴본다.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지역은 샤르도네 한 품종으로 만든 륄리(Rully), 몽따니(Montagny) 등의 좋은 화이트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며, 삐노 누아르로 만든 메르큐레이(Mer..
제1철학은 윤리학이다.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다루는 수사학의 3 요소가 있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이 중에서 에토스가 중요하다. 로고스는 글과 논리를 의미하며, 상대방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한 논리라면, 파토스(=페이소스)는 듣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말한다. 상대의 심리 또는 감정 상태가 설득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진리를 갖다대도, 받아들일 마음의 상태가 안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진리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 아니 설득하는 사람의 고유한 성품(인격), 진실성을 의미한다. 윤리적인 측면이다. 아니 영성의 문제이다. - 에토스: 말 속에 자신의 인격이 숨어 있다. 에토스는 호감, 신뢰감, 명성 등 말하는 사람의 인격적인 측면을 나타낸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화법으로 의사소..
훌륭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주 계룡산에 내려오면서, 물이 고여 있는 연못을 찍은 것이다. 이상국의 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단풍/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나무는 (…)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흘리며/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물감 같은"에서 물은 색(色)의 순수 우리 말이다. 마시는 물과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말이다. 물은 순수한 우리 말이다. 우리는 미술시간에 ‘물감'으로 하얀 종이를 채웠고, 가을이면 뜰 안의 봉숭아로 손 톱에 ‘꽃 물'을 들였..
'처염상정(더러운 곳에 머물더라도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을 꿈꾼다. 더러운 곳에 처해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군자는 더러운 곳에 있더라도 그 본성을 물들이지 않는다. 의 제1장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를 외워본다. 잘 사는 길은 늘 하늘이 내린 본성을 깨어서 따르는 것이 도, 즉 인간의 길이라고는 것을 알고, 그 도를 닦는 것이 공부이니, 늘 공부하라는 말이다. 처염상정하면, 떠오르는 것이 연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좌대를 연꽃 모양으로 수놓는데, 이를 '연화좌'라 한다. 연꽃은 진흙, 즉 사바세계에 뿌리를 두되 거기에 물들지 않고 하늘을 향해, 즉 깨달음의 세계를 향해 피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꽃송이가 크지만 몇 개의 꽃잎으로 이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