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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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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늘연달 : October) 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매일 아침마다 페이스북의 내 담벼락에는 이라는 그룹에서 예전에 올린 글들이 다시 올라온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다시 로 묶은 그룹에 쌓아놓는다.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가, 오늘 아침 내 기분을 달래 준다. 안도현 시인의 이다. 이 시를 다시 읽고 가을이 가기 전에 이렇게 소원하기로 다짐했다. 시인이 바라는 가을의 소원은 다음과 같이 9개이다. -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 햇볕이 슬어 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 혼자 우는 것 -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 -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시인 이해인 수녀님은 라는 시에서 10월에는 이런 기도를 하시고 싶다 하셨다. "1..
언어를 통한 소통과 전달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공부 또는 독서를 할 때, 이성보다는 감성을 강조하고 싶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일을 할 때 느끼는 재미는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의 궁극적인 결론은 나를 발견하는 일, 나를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 나오는 수레바퀴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수레바퀴를 너무 느슨하게 깎으면 수레바퀴가 헐거워서 문제가 된다. 그런데 너무 빡빡하게 깎으면 그게 뻑뻑해서 문제이다. 제대로 깍는 일은 손으로 익혀서 마음에 담아 놓은 것이다. 이것은 자식에게도 잘 전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험헤서 얻은 이것은 마음에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이 말은 언어를 통한 소통과 전달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독서나 공부 같은 간접 경험을 ..
<<대학>> 성의(誠意): 참되고 정성스러운 뜻 선한 삶을 살고 싶으면, 항상 선한 말을 하고 선한 일을 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 속을 선한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방심放心하지 말고) 깨어있으면서, 남모르는 속마음을 조심하라. 악의 싹이 보이면, 바로바로 제거하라. 이것이 사물의 실상을 파악하는 격물치지 格物致知 다음 조목인 생각을 성실하게 하는 ‘성의 誠意’ 공부이다. [생각이 말과 행동을 바꾸고, 그러면 태도가 바뀌고, 그러면 운명이 바뀐다.] 성의는 생각을 성실하게 바꾸어라. [아마 여기서 성실이란 유교의 성실지심이 말하는 것처럼 변덕을 부리지 말고, 일관되게 말하고 행동하려면 생각을 꾸준하게 잘 선한 생각으로 가득 채우라는 것일 것이다.] 1. 선은 진심으로 좋아하고, 악은 진심으로 ..
인문운둥가의 시대정신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계절이 좋으니,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또한 모기도 없고,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밤늦도록 책 읽기 좋은 때이다. 우린 책을 너무 많이 안 읽는다. 많은 독서로 얻어지는 고차원적인 언어의 질적 상승은 그 사람의 격을 상승시킨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과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 사람의 지혜와 품위 있는 말에 감탄한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눈빛과 입가에는 온화한 미소가 퍼진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팔자 주름과 처진 볼 살은 자연스런 곡선을 이루어, 음악 미뉴엣(minuet)처럼 느껴진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연설할 때는 강한 포르테처럼 청중을 고조시킨다. 생각의 수준이 말의 수준을 따라간다. 그리고 자신감과 우아함은 지적 능력에서 나온다. 우아하다는 것은 빛의 방식(a..
너는 너의 노래를 불러라!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르리라! 나는 정말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러려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이로부터 필요한 것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적게 가지며 욕심을 양심으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가난하라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살자는 것 뿐이다. 적게 가졌다고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끊임없이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자유로운 삶이다. 그러려면 타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영혼에 근육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일은 자동차가 제자리에서 공회전으을 하듯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기름만 태우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느라 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은 자유로운 이가 아니다. 물론 인간의 본성..
위대한 개인 되기 (4)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장한 일이냐? "친구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원수라고 여겨지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의 진수입니다. 종교에서 다른 것들은 장사에 불과합니다." (간디) 간디가 말하는 종교의 핵심은 원수와 '친구 되기'이다. 이걸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 한다. 이걸 첫 번째로 말한 사람이 공자이다. "인은 문을 나서면 그 누구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큰 손님을 대하듯 모시는 것이다.(출문여견대빈, 出門如見大賓)" ”사람을 대할 때 신에게 큰 제사를 드리듯이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이다.(사민여승대제, 使民如承大祭)" (안연 2장) 그리고 공자는 "인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
진부와 참신 진부(陳腐)는, 한자로 풀이하면, '썩은 고기(腐)'를 남들이 보라고 '전시하는(陳)' 어리석음을 뜻한다. 이렇게 고기가 썩는 줄도 모르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켜 '진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자신의 강점인 줄 알았던 고기 때문에 결국 망하고 만다. 반대되는 사람을 우리는 '참신한 인재'라고 한다. 참신은 한자어만 봐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斬)'자는 고대 중국에서 죄인을 죽이던 극형 틀인 수레와 도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참신(斬新)이란 도끼로 치듯 과거의 구태의연함과 완전히 단절한다는 뜻이다.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소크라테스 식의 대화법이 자신들의 진부함을 스스로 헤아려 알도록 하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
.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배철현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어제 오후에 읽은 사마천의 한 구절이 저녁 내내 머리에 남았다.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 나무와 오얏(자두)나무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아래 저절로 발자국이 생긴다'는 뜻이다. 배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 나무들은 일 년 내내 자연의 순환에 따라 말없이 조용하게 정진해 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개가 내리나 서리가 내리나, 그 나무에겐 열매를 훌륭하게 맺기 위한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적당한 시간이 되니, 마침내 탐스런 복숭아와 자두를 맺게 된 것이다. 그랬더니 그 열매를 보고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게 되었다. 그 매력이 바로 인생의 지름길이다." 한문 '혜(蹊)'를 찾아 보면, 의미가 여럿이다. '좁은 길', '지름길', '발자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