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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 1590.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4월 7일) 오늘은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있는 날이다. 선거 결과가 어떻든 간에, 최근의 상황을 보면 좀 실망스럽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은 무력감과 좌절감이 미세 먼지처럼 자욱하게 우리 마음에 내려앉아"(이진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보면, 그렇지는 않다.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에 이어지는 글이다. 지난 글의 댓글에 "보통 사람으로서 대안이 먼지 궁금하네요"가 있었다. 나도 잘 모르지만, 그냥 도산의 다음 말로 답을 찾고 싶다.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도산의 말을, 혁명을 하려면 나부터 혁파를 하여야 하는 것처럼, 세상을 구하기 전에 나를 ..
풍장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데 평생을 바치신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수녀회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기준은 하나였다.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나요"였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하게 집에만 있지만, 잘 먹고, 잘 자고, 가족들과 잘 웃고 있다면, 괜찮은 거다. 거리의 봄꽃들은 코로나 19를 무서워 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척척 한다. 떠날 때 떠나고, 등장할 때 시간 맞추어 제 때 등장한다. 꽃들은 저 마나 피어나고 지는 모습이 다르다. 우리 인간들도 저마다 살다 가는 길이 제 각 각인 것처럼. 동백은 한 송이 개별 자로서 피었다가, 주접스런 꼴 보이지 많고 절정의 순간에 뚝 떨어지며 진다. 매화꽃, 벚꽃, 복사꽃, 배꽃은 풍장을 한다. 꽃잎 한 개 한 개가..
연민(compassion)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몇 일동안 내 화두는 세속주의이다. 영어로는 secularism이라 한다. 세속주의자들은 여러 가지가 뒤섞인 정체성에 익숙하다. 이들이 생활방식에서 중시하는 것은 진실과 연민, 평등, 자유, 용기, 책임의 가치이다. 이런 가치에 대해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우리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만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그 두 번째 연민(compassion)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공유한다. 연민의 사전적 정의는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이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마태복음 25장 40절을 보자. “내가 너에게 말하겠다. 너희들이 내 형제와 자매들 가운데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 연민이라는 단..
봄까치꽃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527.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비 갠 오후, 주말농장에 나가니 봄까치꽃이 반기네요. 제 자리에서, 제 할 일 잘하면, 그 게 꽃인데, 사람들은 그걸 잊는다. 오늘 아침까지 판사의 판결 요지 낭독이 귀에 맴돈다. 봄까치꽃/이해인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527.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비 갠 오후, 주말농장에 나가니 봄까치꽃이 반기네요. 제 자리에서, 제 할 일 잘하면, 그 게 꽃인데, 사람들은 그걸 잊는다. 오늘 아침까지 판사의 판결 요지 낭독이 귀에 맴돈다. 봄까치꽃/이해인 까치가 놀러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
"이 또한 지나가리라!" 1589.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4월 6일) 평소에 우리 사회의 의료 산업에 회의적이고, 과잉 진료와 약 남용을 의심하여, 나는 건강 검진을 무시했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고 오늘 아침에 건강 검진을 하기로 하고 어제부터 식사를 하지 않고 장 세척제를 4포나 먹었다. 좀 내 몸을 돌보기로 했다. 그러나 힘들다. 그런 경우,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경구를 소환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라틴어로 하면, "hoc quoque transibit(호크 쿼케 트란시비트)"이다. 이를 영어로 하면 다음과 같다. This too shall pass away. 히브리어로는 '감 쩨 야아보르'라 한다.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린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오만해 빠진 자신의 신하에게 ..
에피쿠로스 인문운공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 우리는 에피쿠로스가 말한 불행의 원인, 일상의 쾌락이 아닌 불쾌함의 원인인 두려움과 허영 그리고 무절제한 욕망이란 병을 고치기 위한 네가지 치료법 중 세 번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신을 두려워 하지 마라 ▪ 죽음을 걱정하지 마라 ▪ 선한 것은 얻기 쉬운 것이다. ▪ 최악의 상황은 견딜 만하다. 어제는 식목일이라, 전국 최대의 묘목 시장인 옥천 이원면에 딸과 다녀왔다, 금송 한 그루, 반송 한 그루 그리고 홍매화, 두릅나무, 오가피 나무들을 사가지고 와 심었다. 딸은 왜 안 하던 일을 하느냐고 투덜댔지만, 난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싶어 몸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심어 놓은 나무의 열매나 순을 소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에 내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와 분리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지니고 있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어제부터 시작된 나의 담론이다. 마르셀 뒤샹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지난 12월 22일부터 시작되었는데, 내일 끝난다. 그래 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그의 작품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감상하기 어려운 예술가이다. (1) 초기의 입체주의 회화 (2) 기성용품을 미술의 세계에 끌어들인 레디 메이드 (3) 말년의 설치 미술. 우리가 '본다'고 할 때 보는 행위는 여러 층위가 있다. (1) 그냥 본다 (2) 살펴본다 (3) 관찰한다. (4) 관조한다. 등등이다. 그래 미술관에 가면, "아..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하루 종일 봄비치고는 굵은비가 내렸습니다. 울다 지쳐 잠들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다시 우는 누군가처럼, 오늘 아침도 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춥습니다. 냉이 된장국이 먹고 싶습니다.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복효근 깊게깊게 뿌리내려서 겨울난 냉이 그 푸릇한 새싹, 하얗고 긴 뿌리까지를 된장 받쳐 뜨물에 끓여놓으면 객지 나간 겨울 입맛이 돌아오곤 하였지 위로 일곱 먹고 난 빈 젖만 빨고 커서 쟈가 저리 부실하다고 그게 늘 걸린다고 먼 산에 눈도 덜 녹았는데 막내 좋아한다고 댓바람에 끓여온 냉잇국 그 푸른 이파리 사이 가늘고 기다란 흰머리 한 올 눈에 띄어 눈치채실라 얼른 건져 감춰놓는데 그러신다 냉이는 잔뿌리까지 먹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