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공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 우리는 에피쿠로스가 말한 불행의 원인, 일상의 쾌락이 아닌 불쾌함의 원인인 두려움과 허영 그리고 무절제한 욕망이란 병을 고치기 위한 네가지 치료법 중 세 번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신을 두려워 하지 마라
▪ 죽음을 걱정하지 마라
▪ 선한 것은 얻기 쉬운 것이다.
▪ 최악의 상황은 견딜 만하다.
어제는 식목일이라, 전국 최대의 묘목 시장인 옥천 이원면에 딸과 다녀왔다, 금송 한 그루, 반송 한 그루 그리고 홍매화, 두릅나무, 오가피 나무들을 사가지고 와 심었다. 딸은 왜 안 하던 일을 하느냐고 투덜댔지만, 난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싶어 몸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심어 놓은 나무의 열매나 순을 소비만 하지 않고, 세상에, 지구에 기여하는 인문운동가의 동사적 삶을 살고 싶어, 행동으로 실천한 것이었다.
어제 아침에 나의 카톡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그래, 나름 내 생각을 보태 정리를 해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이미 안착된 질서들과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다르게, 새롭게." 그는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을 하였는데, 고개가 끄덕여 진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위력을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 휴전, 전투 중지, 세금 낮추기 혹은 면제, 무이자, 임대료 낮추기, 전략적 원료가격 낮추기, 석유 가격 낮추기, 사회보장(사회안전망) 강화, 게다가 매연, 공기 오염, 미세먼지가 줄었다.
- 늘 바쁘던 개인들은 시간이 갑자기 생겨 뭘 할지 모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 일은 더 이상 삶에서 우선 순위가 아니고, 여행, 여가도 성공한 삶의 척도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으며 '연결', '협력'과 '연대'란 단어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모두 다 한 배를 타고 있음을 깨달었다. 시장의 모든 물건들을 맘껏 살 수도 없으며, 병원은 만원으로 들어차 있고, 더 이상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님을 깨달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 모두는 똑같이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었다. 외출할 수 없는 주인들 때문에 차고 안에서 최고급 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단 며칠만으로 세상에는 사회적 평등이 이루어졌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뭐 이런 내용으로 글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존재를 튼튼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는 소유적 삶보다 존재적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었다. 그래 요 며칠 동안 에피쿠노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오늘은 그가 말한 치료법 중 세 번째인 "선한 것은 얻기 쉬운 것이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여기까지 왔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된다.
에피쿠로스 철학에서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의 경감'이라고 말한다. 그래 에피쿠로스 학파는 삶의 좌표를 자연스러움과 필요로 정하였다. 인간에게 자연스럽고 삶에 필수적인 것을 즐기는 것이 삶의 행복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는 에피쿠로스 철학을 '최소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욕망을 알아내고 그것 만을 만족시키려는 주의이다. 그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그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안, 아타락시아(ataraxia)를 얻는다는 것이다.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으로 의식주(衣食住)이다. 배고픔 목마름, 잠 등이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의 해결이 이에 해당한다.
- 자연스럽지만 불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자연스럽지만,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성적인 쾌감을 충족시키는 일이 그 예이다. 이런 행위들은 자연스런 욕구이지만, 의식주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조절가능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은 소유하면 할수록 더욱더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련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
- 부자연스럽고 불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부자연스럽고 동시에 불필요한 것들이 있다. 과도한 돈, 권력, 명예, 핸드폰, 자동차, 고급 음식, 사치품과 같은 것들이다. 내가 이런 것들을 소유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약간의 불편을 느끼겠지만, 자연스럽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다.
생존에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은 쉽다. 반면 명예와 권력을 얻기는 쉽지 않다. 선한 것은 단순하고 검소한 음식과 거주지이다. 이런 것들은 부와 권력과는 상관없이 조금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더 좋은 음식과 거주지를 원한다면 탐욕이 작동한다. 탐욕은 필요 없는 욕망과 걱정을 야기하며 불행을 초래한다.
에피쿠로스는 이런 것들을 '허영(虛榮)'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허영을 정의하면, 자기 자신에게 필연적인 것을 찾지 못해, 자신이 아닌 것을 엉뚱하게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잘 보여주었다. 허영(虛榮)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나는 어떤 한 단어를 한문으로 바꾸면, 그 단어의 함의(시니피에)가 더 쉽게 들어온다. 사전은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 없이 겉모습 뿐인 영화(榮華)'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라고 정의한다. 나는 그걸 '허세(虛勢)'라고 보기도 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나는 새롭게 다르게 살아갈 것이다. 농장에서 나무를 심고 나오는 길에, 만발한 벚꽃 나무들 따라 나도 먼 꿈 길을 다녀왔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지는 해의 부족한 빛이 비추는 벚꽃은 더 '몽롱하게' 아름답다. 내 꿈 속처럼.
이런 봄날/김형영
이런 봄날
날씨 화창하여 몸 늘어지니
나는 나를 걷어치우고
무엇에 홀린 듯 꿈길을 간다.
허공을 열고 나와
하늘의 춤을 추던 나비
내 어깨 위에서
나인 듯 따라 졸고,
산들바람 남실바람은
나비와 함께
나비 안에서
불다 날다 불다 날다
제 세상 만난 듯 논다.
몸 두고 떠나는 여행
이런 봄날 아니면 언제 맛보리.
길이 아니면 어떠랴.
길이 없으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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