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장한 일이냐?
"친구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원수라고 여겨지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의 진수입니다. 종교에서 다른 것들은 장사에 불과합니다." (간디)
간디가 말하는 종교의 핵심은 원수와 '친구 되기'이다. 이걸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 한다.
이걸 첫 번째로 말한 사람이 공자이다.
"인은 문을 나서면 그 누구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큰 손님을 대하듯 모시는 것이다.(출문여견대빈, 出門如見大賓)"
”사람을 대할 때 신에게 큰 제사를 드리듯이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이다.(사민여승대제, 使民如承大祭)" (안연 2장)
그리고 공자는 "인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가 붓다이다.
붓다는 인간 마음의 가장 숭고한 상태를 산스크리트어로 "브라흐마비하라"라 했다.
숭고함이란 해탈의 경지에 도달해 인간의 선과 악을 넘어 자기 자신이 소멸되고 한없는 경외심이 넘치는 단계다. 숭고함의 의미는 '셀 수 없는/경계가 없는'이다. 이것이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사무량심(四無量心), 즉 네 가지 셀 수 없는 마음'이 된다.
붓다는 명상을 통해 다음의 네 가지를 습득한다.
1) 자(慈)=마이트리(maitri)=헤세드(hesed, 히브리어)=아가페(agape)=참된 사랑
참된 사랑의 초점은 상대방에게 있다. 만일 그 초점이 자신에게 있고 상대방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이것은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깊이 살펴야 상대방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자'는 상대방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한자 '자(慈)'를 해석하면, 나와 상대방의 마음이 가물가물해(玄) 하나가 된 '신비한 합일(unio mystica)'의 상태를 의미한다. 마이트리, ‘자’는 상대방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그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까지 포함하는 큰마음이다.
2)비(悲)
=카룬나(karuna)=compassion(연민)
‘비’는 상대방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마음과 능력이다. 영어로 ‘컴페션’은 상대방의 고통(passion)을 기꺼이 함께(com) 나누려는 마음이다. ‘카룬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걱정, 근심, 슬픔, 불행을 자신의 일처럼 느낄 수 있도록 상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상대방의 슬픔에 동참한다.
- 상대방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조치를 취한다.
- 사랑하는 사람이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 사람 옆에 앉아 말없이 그의 슬픈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3) 희(喜)=무디타(mudita)
상대방이 행복할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행복하고 기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이다. 실제는 카룬나보다 더 힘들 수 있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겠는가?
4) 사(捨)=우펙샤(upeksha)
‘사’는 버린다는 것으로, 마음에 집착이 없고 평온한 상태를 위미한다. 고생 끝에 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굽어볼 때 느끼는 그 감정이다. 눈앞에 탁 트인 광경이 펼쳐지는 이유는 정상에 올라온 사람의 시선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는 마음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마음이다. 그리고 사람의 배경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그 자체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오딧세이아>>와 <<일리아스>>도 '황금률'이 주제이다.
<<일리아스>>는 모든 행이 여섯 음절로 이루어진 총 24권의 웅장한 서사시이다. 기원 750년경 완성되었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한없는 공감(sympathy)과 연민(compassion)이 가득 차게 되면서 끝이 난다. 진정한 영웅은 원수 안에서 미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고통과 연민을 발견한다.
<<일리아스>>는 이렇게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공감하고 심지어는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리아스>>는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연민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수는 영생을 얻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누가 복음 10장 27절)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과 같다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 이웃이란 히브리어로 '레아(rea)'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옆집 사람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 민족과 종교 심지어는 원수까지도 포함한다.
ocymoron 모순어법 또는 형용모순
날카로운 무딤/똑똑한 멍청함/선한 사마리아인/귀를 먹먹하게 하는 침묵
서로 상반되는 두 단어가 합쳐져 논리적이지 않은 뜻을 가질 때 '옥시모론'이라 하고, 단어를 넘어 문장 자체로는 모순이지만 진실일 수 있을 때는 '패러독스(paradox)'라고 한다. 패러독스는 '겉보기에는 상호 모순이자 그렇다고 비논리적이거나 완전히 허구인 것은 아닌 문장'을 뜻한다.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누가 복음 10장 25-37절에만 등장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궁핍한 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선한 사마리아인'이라 한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하면, 그것이 너희에게 무슨 장한 일이 되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너희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 (누가 6장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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