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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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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에 내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와 분리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지니고 있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어제부터 시작된 나의 담론이다. 마르셀 뒤샹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지난 12월 22일부터 시작되었는데, 내일 끝난다. 그래 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그의 작품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감상하기 어려운 예술가이다. (1) 초기의 입체주의 회화 (2) 기성용품을 미술의 세계에 끌어들인 레디 메이드 (3) 말년의 설치 미술. 우리가 '본다'고 할 때 보는 행위는 여러 층위가 있다. (1) 그냥 본다 (2) 살펴본다 (3) 관찰한다. (4) 관조한다. 등등이다. 그래 미술관에 가면, "아..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하루 종일 봄비치고는 굵은비가 내렸습니다. 울다 지쳐 잠들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다시 우는 누군가처럼, 오늘 아침도 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춥습니다. 냉이 된장국이 먹고 싶습니다.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복효근 깊게깊게 뿌리내려서 겨울난 냉이 그 푸릇한 새싹, 하얗고 긴 뿌리까지를 된장 받쳐 뜨물에 끓여놓으면 객지 나간 겨울 입맛이 돌아오곤 하였지 위로 일곱 먹고 난 빈 젖만 빨고 커서 쟈가 저리 부실하다고 그게 늘 걸린다고 먼 산에 눈도 덜 녹았는데 막내 좋아한다고 댓바람에 끓여온 냉잇국 그 푸른 이파리 사이 가늘고 기다란 흰머리 한 올 눈에 띄어 눈치채실라 얼른 건져 감춰놓는데 그러신다 냉이는 잔뿌리까지 먹는 ..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 1588.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2021년 4월 5일)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 선거로 우리 사회의 민 낯이 더 드러났다. 이 시대 정신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당황해 하던 차에 의 박상민 정치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고 큰 통찰을 얻었다. 거기서 만난 다음의 세 문장은 나 자신의 삶의 지표로도 손색없다고 생각해 오늘 아침 공유한다. (1)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 (2) “자기가 가진 것을 사랑하면 행복하고 못 가진 것을 사랑하면 불행하다.” (3) "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 란 문장부터 곱씹어 본다. 사실 역경을 극복할 수 있으나, 풍요 앞에서 우리는 쉽게 썩는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
"하느님의 큐시트에는 반드시 반전 포인트가 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지난 3월 1일부터 내 삶의 지혜가 될 '아포리즘'같은 짧은 문장들을 하루 10개 씩 모아 두기로 했다. 좋은 문장 하나는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진리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하나의 문장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근육을 키워준다. 한 주간 모은 것들을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 공유한다. 다른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만날 수 있다. ▪ 코로나 19로 우리 모두는 힘들어 한다. 그러나 "시련은 행복이라는 재료가 쌓여가는 과정"(주철환)이라 본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위대한 작품이다. 시간이 ..
세속주의 프랑스어로 세속주의는 라이시떼(Laicite)라고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성직자에 한해서는 예외가 적용된다. 프랑스에서는 (대형) 십자가를 공공장소에 전시하는 것도 금지한다. 이미 지어진 성당은 문화유산으로 간주하여 예외로 본다. 동일한 원칙으로 유대교의 상징 다윗의 별을 전시하는 것도 금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청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구유 장식도 불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사르코지 정권에서는 1946년부터 65년간 방송된 기독교 라디오 설교도 금지된 바 있다. 프랑스가 말하는 똘레랑스(tolerance)는 공화주의 원칙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프랑스 공화주의 근간은 자유, 평등, 박애, 세속주의, 애국주의이다. 헌법 1조: La France est un Rep..
봄비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오후, 서울 날씨는 모처럼 좋았는데, 늦은 차로 내려 와, 자고 나니, 여긴 또 봄비가 내린다. 봄비만 오면 기억나는, 어린 시절 많이 접했던 시다. 봄비/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이수복 #와인바뱅샆62
시빌레 이야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 그리스 로마 신화의 무녀 시빌레 이야기를 좀 더 한다. 나는 산에 오르다가 구멍이 뚫린 나무를 만나면, 시빌레가 살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무녀의 이름이 우리의 욕과 같아 잘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다. 무슨 연유로 나무에 이런 구멍이 생기고, 불로 그을렸는지 모르겠다. 우리 동네 현충원 둘레길에서 만났다. 신과 인간이 다른 차이는 '신은 죽지 않는다'이다. 그러나 인간은 죽는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생로병사,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늙는다는 것은 신의 은총'이라는 독일 속담이 있다. 장 폴 사르트르도 단언했다. '나이 듦은 또 하나의 축복'이라고. 그러나 과연 늙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늙고 싶지 않아 한다. 늙고 싶지 않다는 것은 죽고 싶지 않..
쓴맛이 사는 맛 1587.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4월 4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채현국 어른께 예쁜 명자 꽃을 바친다. 지난 4월 2일 '시대의 어른' 효암 학원 이사장이신 채현국 어른(86세)께서 소천, 하늘 나라로 부르심을 받았다. 내 생각으로 그는 우리들을 무지와 욕망의 세계에서 끌어 올려준 인물이다. 난 3년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2015년에 이란 책으로 알게 되었다. 왜 그가 시대의 어른인가? 한때 소득세 납부 실적 전국 2위에 오를 정도로 부자였지만, 1972년 10월 유신 이후 박정희 정권의 앞잡이가 될까 봐 사업을 접고 재산을 처분해 동업하던 친구, 광부들에게 나누어 주면서(퇴직금의 3배), 재산, 권력, 명예를 포기하고 자유롭게 사셨다. "나눠준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