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지난 3월 1일부터 내 삶의 지혜가 될 '아포리즘'같은 짧은 문장들을 하루 10개 씩 모아 두기로 했다. 좋은 문장 하나는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진리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하나의 문장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근육을 키워준다. 한 주간 모은 것들을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 공유한다. 다른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만날 수 있다.
▪ 코로나 19로 우리 모두는 힘들어 한다. 그러나 "시련은 행복이라는 재료가 쌓여가는 과정"(주철환)이라 본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위대한 작품이다. 시간이 지난 뒤 하이 앵글로 내려다보면 그 때의 작은 시련은 거대한 인생의 모자이크 중 일부였음을 깨닫게 된다. 어둡게만 느껴지던 시간이 사실은 눈썹을 그려가는 과정이었으며, 고단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삶의 터널이 사실은 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지금 내 삶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림이 다 완성될 때까지 자기성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냥 산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시간이 만드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요구된다. 그리고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둡고 지루하고 고단한 인생이라도 세월이 흐른 뒤 하나의 위대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인생은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완성되어 가는 모자이크이다. 오늘도 모자이크의 한 조각을 잘 완성하면 된다.
▪ "신이 일찍이 내게 혹독한 시련을 주셨기에 나는 누구보다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주철환) 내가 생각하는 우주는 음과 양의 파동이라고 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그런 파동은 에너지의 움직임에서 생긴다고 본다. 자연은 음과 양이 교차하며, 춘하추동으로 소리없이 순환한다. 그 덥던 여름이 말없이 사라지고 쌀쌀한 가을이 지나, 벌써 겨울이 오나 하고 의심케 한다. 그러다 어김 없이 또 봄이 온다. 그러니까 우주에서는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관계와 변화 속에 있을 뿐이다. 에너지의 파동에 따라 반대되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운동으로 변화하면서, 모든 것이 존재한다. 음과 양의 관계로 움직이는 것은 반대되는 힘의 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그 힘이 에너지, 따뜻함의 정도, 즉 온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온도가 중요하다. 그 온도를 잃으면 죽는 것이 아닌가? 친절과 상냥함은 따뜻함이다. 그건 사랑이기도 하다. 지금-이 순간을 사랑하면, 따뜻해 지고, 그것이 에너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 "하느님의 큐시트에는 반드시 반전 포인트가 있다." 모든 것은 우주 전체의 조화로운 음과 양의 원리와 상호 관계에 따라 순리대로 되어갈 뿐이다. 그냥 한 문장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을 이해하는 답이 그 속에 들어 있다. 우주에는 하나의 로고스(原理)가 있는데, 그게 조화롭다. 그런데 고지식하게 그 원리에 따라 우주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가 있다. 관계론이 나온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관계적' 태도로 하루를 사는가에 따라 일이 순리(順理)대로 가느냐 아니면 그 반대가 된다. 자연은 양면성이 이다. 오르막 내리막 모두 같은 길이다. 자연은 대립면의 꼬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 에서 말하는 음과 양의 대립, 노자가 말하는 무와 유의 대립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자는 이것을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한다. 어려울수록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서로 협력하며 연대하여야 한다. 지난 주에 만난 가톨릭 교종인 프란체스코의 메시지를 공유한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 "현재의 나는 객관적으로 보되, 미래의 나는 낙관적으로 본다."(주철환) 인문운동가는 누군가의 꿈을 이루도록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그 때 쓰는 방법이 그가 그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을 잘 못 풀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뛰어난 스펙에 빠져 지금의 자신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에 떨기 때문이다.
▪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면 된다."(주철환) 그래 나는 내 딸 이름을 '나은'이라 지어 주었다. 그런데, 그 의미를 내 딸은 잘 모르고 하루하루를 대충 산다.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고민하지 마라. 지금의 나보다 잘 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윌리엄 포크너) 문제가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그 고민 대신 계획이라는 말로 바꾸고, 계획을 세우고, 해결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안 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건 내 능력의 밖의 일이다.
▪ 지난 주에 만난 가장 멋진 문장들이다. 카피라이터 정철이 한 말이다. 나의 삶은 어긋났지만, 와인이 나를 보듬어 주었다. 와인을 마시면, 몸이 괴롭지만, 외로움보다 괴로움이 더 힘들어 와인을 마신다. "외로움 견디는 것보다 괴로움 견디는 게 훨씬 수월하다.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이다. 술 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이고,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이다. 그래, 우린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에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 취한다. 그는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 허허 웃는다. 그 맑은 표정에 취한다."(정철)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이근화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한 계절에 한 번씩 두통이 오고 두 계절에 한 번씩 이를 뽑는 것
텅 빈 미소와 다정한 주름이 상관하는 내 인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나를 사랑한 개가 있고 나를 몰라보는 개가 있어
하얗게 비듬을 떨어뜨리며 먼저 죽어가는 개를 위해
뜨거운 수프를 끓이기, 안녕 겨울
푸른 별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달려오고
그 별이 머리 위에 빛날 때 가방을 잃어버렸지
가방아 내 가방아 낡은 침대 옆에 책상 밑에
쭈글쭈글한 신생아처럼 다시 태어날 가방들
어깨가 기울어지도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아직 건너보지 못한 교각들 아직 던져보지 못한 돌멩이들
아직도 취해 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자세로 새롭게 웃고 싶어
그러나 내 인생의 1부는 끝났다 나는 2부의 시작이 마음에 들어
많은 가게들을 드나들어야지 새로 태어난 손금들을 따라가야지
좀 더 근엄하게 내 인생의 2부를 알리고 싶어
내가 마음에 들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인생!
계절은 겨울부터 시작되고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일월부터 다시 계획해야지 바구니와 빵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접시 위의 물은 마를 줄 모르네
물고기들과 꼬리를 맞대고 노란 별들의 세계로 가서
물고기 나무를 심어야겠다
3부의 수프는 식었고 당신의 입술로 흘러드는 포도주도
사실이 아니야 그렇지만 인생의 3부에서 다시 말할래
나는 내 인생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
아들도 딸도 가짜지만 내 말은 거짓이 아니야
튼튼한 꼬리를 가지고 도끼처럼 나무를 오르는 물고기들
주렁주렁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 아래서
내 인생의 1부와 2부를 깨닫고
3부의 문이 열리지 않도록 기도하는 내 인생!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싹둑 잘려 나가고
훨씬 밝아진 인생의 3부를 보고 있어
나는 드디어 꼬리 치며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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