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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마을" 공동체 1568.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2021년 3월 16일) 어제부터 글 대문의 문패를 바꾸었다. 라고. 여기서 '일기'는 그냥 영어의 'diary'가 아니라, '저널(Journal)', 프랑스어로는 '주으날 앵띰(Journal intime)'이라 한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내면 일기'이다. 그런데 앞에 인문(人文)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것은 감각적인 글이 아니라, 지적 수고를 하는 지성적인, 게다가 인간의 무늬를 포착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뜻이다. 매주 와요일과 목요일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나 관심 이야기를 쓸 생각이다. 오늘도 지난 금요일에 이어, 종교 전문기자인 조현이 쓴 (휴, 2018)에서 소개하고 있는 공동체 하나를 만나 볼 생각이다. 박기호 신부님이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소백산 ..
"발가벗은 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낮에 산책을 나갔더니 바람이 불었다. '사회적 거리'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나야 늘 그랬으니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자초한' 고독과는 다르다. 그래 틈나는 대로 딸을 데리고 동네를 걷는다. 양지바른 모퉁이에 민들레 꽃이 피었는데, 바람은 차가웠다. '바람'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온도나 기압 등의 차이 때문에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으로 대기가 이동하여 바람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도 쓰인다. 일상 언어 중에는 '바람 피우다'란 말이 있는데,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주말농장을 해 보면, 야채가 햇빛으로만 크지 ..
종소리는 둥글게 세상으로 퍼진다.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주부터 소리를 생각한다. 소리 중에서 종소리는 "오래 우려낸 침묵"의 소리라는 이재무 시인의 시를 오늘은 공유한다. 시인은 종소리는, 다만 침묵으로 울리면서, 저마다 한 생애를 보내는 생명들을 부드럽게 보듬는 것을 잘 포착했다. 나도 이젠 사람들을 보듬지 못하는 말을 하기보다 오히려 침묵하기로 했다. 좋은 시이다. 난 지난 주일에 바다가 보고 싶어 장장 4시간의 버스를 타고 가서, 강릉 정동진 바닷길을 걸었다. 예전에는 군사상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에게 접근이 허락되지 않던 길을 지자체가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 정확하게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여기서 '정동'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경복궁..
예능과 예술은 다르다.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산책 3년 전에 소설가 현기영의 을 읽으면서 적어 두었던 메모이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살려 천박한 현재를 순화시키는 일을 문학이 해야 한다. 슬픔을 아는 자가 진짜 인간이다. 요즈음 우리는 슬픈 감정, 가슴 뭉클한 그 감정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경외감을 주는 광경을 만나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의 근원과 만난다. 그걸 우리는 '존재의 슬픔'이라고 한다. 자신의 존재가 대자연 속에 극히 작은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이런 슬픔을 아는 인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이 '참 인간'이다. 문학은 그 슬픔을 일깨워줌으로써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 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부서지기 쉽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살려 천박한 현재를 순화시키는..
소통의 환희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린 100년의 '등 굽은" 한국 현대사를 다시 쓰는 중인데, 빗방울이 그 길을 보여줍니다. '빗방울 셋이'/강은교 빗방울 셋이 만나더니, 지나온 하늘 지나온 구름덩이들을 생각하며 분개하더니, 분개하던 빗방울 셋 서로 몸에 힘을 주더니, 스르르 깨지더니, 참 크고 아름다운 빗방울 하나가 되었다. 뱀꼬리: "한 방울의 빗방울이 또르륵 굴러 다른 하나의 빗방울에게 간다. 가서 업히거나 껴안는다. 경계가 헐린다. 이것이 소통의 환희다. 하나의 심장처럼 같이 뛴다. 화해하되 지배가 없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세계가 이러할진대." (문태준 시인)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와인바뱅샾62
'평범하고 시시하게 오늘을 사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삶'이다. 1567.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2021년 3월 15일) 매주 월요일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거이'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이야기를 공유한다. 오늘 아침 생각은 '평범하고 시시하게 오늘을 사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삶'을 생각했다. 아침 사진은 주말농장 가는 길이다. 이런 안개를 몬 적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저 끝에는 보리 씩이 나고 있다. 난 어젯밤에 혼자 노트북으로 를 보면서, "거이(居易)"라는 말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 이 말은 중국의 옛 시인 백거이(白居易)라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중용』 제14장에 나오는 "군자거이사명(君子居易俟命, 군자는 평범한 자리에 살면서 천명을 기다린다)"라는 말의 거이(居易)를 말하는 것이다. '거이'는 '거할 거와 범할..
"스노우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20 3월 15일: 나의 '스노우볼'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통계함수를 근거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내놓은 몇몇 통계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확진자가 처음 나온 날짜가 2월 19일,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 3월 초, 그래프상으로 3월 23일부터는 확진자 수가 10명 이하가 되고 잠복기를 고려하면 4월 5일 경 일상을 찾을 거라고 한다. 물론 '돌발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 이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휴식을 하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스노우볼"을 만들 좋은 기회라고 본다. 피터 드러커는 "성공이란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인의 삶에 영속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S-L-L" 즉, Stop(멈추어라), Look(보아라), Listen(들어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도 어제에 이어 말과 소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서로 하는 말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 위에서 오고 가는 편도 열차 같다. 시에 나오는 것처럼, "말은 (…) 사물의 정체와 관계에 상처를 입힌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 말들이 잘 오고 가게 하려면, 나는 "S-L-L" 즉, Stop(멈추어라), Look(보아라), Listen(들어라)의 세 가지 원칙을 따를 것을 제안한다. ㆍ Stop :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추어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자신의 말이 논리적이고 줄거리가 잘 구성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끔씩 상대의 말의 요점이 정리되지 않는 말을 듣기는 얼마나 힘든 지 경험해 본적이 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