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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이다. 봄에는 참 여러 가지 꽃들이 핀다. 그래서 ‘보다’라는 동사에서 ‘봄’이라는 명사가 태어난 것 같다. 제일 먼저 봄을 기다리는 꽃은 동백꽃, 성급해서 눈 속에서 핀다. 그 다음은 버들강아지-갯버들 꽃, 다음은 산수유와 매화 그리고 목련이 이어진다. 병아리가 생각나는 개나리가 거리를 장식하는 동안, 명자 나무 꽃, 산당화 그리고 진달래가 봄 산을 장식한다. 다음은 벚꽃(사꾸라)이 깊어가는 봄을 알린다. 그 사이에 마을마다 살구꽃, 배꽃, 복숭아꽃이 이어진다. 그 끝자락에 철쭉과 영산홍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이런 시도 있다. 순서/안도현 맨 처음 마당 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
벌써 5년 전 일 5년 전에는 이런 걷기를 했군요. 대전문화연대 3월 테마걷기, 을 다녀와서 후기를 쓰기 전에 잠시 즐겁고 쾌적했던 군산의 을 다시 생각하다 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직선과 곡선’이었습니다. 구글에 ‘곡선’이라는 단어를 넣었더니, 평소 좋아했던 박기호 신부님의 이런 글이 나오더군요. “자연은 곡선의 세계이고, 인공은 직선의 세계이다. 산, 나무, 계곡, 강, 바위, 초가집…… 그 선은 모두 굽어 있다. 아파트, 빌딩, 책상, 핸드폰…… 도시의 모든 것은 사각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곡선이고, 죽은 것은 직선이다. 어쨌든 도시나 산촌이나 사람만은 곡선이다. 아직은 자연이다.” 그러나 사람도 직선적 사고를 하는 이와 곡선적 사고를 하는 이로 나눌 수 있지요. AI(Articial intelligenc..
나는 개가 아니라, 늑대이고 싶다. 늑대의 처연함*, 의연함*을 배우고 싶다. 처연함은 눈앞의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선 너머를 보는 데서 나온다. 의연함은 들썩거림이 없이 미끄러지듯 활주*하는 데서 나온다. 늑대는 항상 스스로 고독을 불러들인다. 이 고독의 깊이가 눈으로 들어가 쓸쓸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나도 처연한 눈빛을 만들 것이다. 고독을 받아들여서. 사자의 눈은 늑대보다 더 처연하다. 사자의 고독을 알 수 있다. 강한 자의 눈빛은 쓸쓸하다. 쓸쓸한 눈빛은 고독에서 나온다. 고독을 감당하는 놈이라야 강하다. 혼자 있으면서도, 편안할 수 있는 일은 매우 깊은 내공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하다. 혼자서 그 고독의 깊이를 온통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 자신의 그릇 함량을 재보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익숙한 자신을 벗어나 떠나보아..
신념과 배역 그리고 기도 1573.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3월 21일) 오늘 아침의 화두는 신념과 배역 그리고 기도이다. 우리가 어떤 기회가 오면, 자신의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해여만 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신념(信念)에 몰두해야 한다. 이 신념이란 무엇인가? 유물론을 신봉하는 현대인들은 눈으로 볼 수 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신념과 같은 가치를 무시하곤 한다. 신념은 서툰 자기 결심이나 아집이 아니다. 더욱이 나와 상관 없는 타인이 만든 교리나 규범을 무비판적으로 동의하고 믿는 것도 아니다. 신념은 깊은 묵상과 수련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진다. 그 신념은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한 말을 완수할 때 비로소 완전해 진다. 거기다 말을 바꾼다는 것은 신념이 아..
춘분 1208.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아무하고나 싸우면 웃음거리가 되겠지요?'/'그러믄요, 헛것과 싸워도 흔적은 남지요.'" 어제는 춘분(春分)이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 날이다. 오늘부터는 낮의 길이가 차츰 길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따스한 봄볕과 봄 바람에 물러갔으면 한다. 오늘은 주말 농장 상추 등 채소를 이식할 생각이다. 어제 대전역 중앙 시장에 나가 모종을 잔뜩 샀다. 아리스토텔레스는『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선은 중용(中庸)이고, 악은 모자람과 과함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품격의 원칙은 중용을 지키는 것이라 했다. 그 반대가 중용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상태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무절제'라고 한다. 중용의 사전적 정의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2년 전 오늘 아침에도 비가 왔군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비 잦은 것'이라는 속담이 있다. 봄 비는 벼농사의 밑천이다. 봄 비가 잦으면 마을 집 지어미 손이 크다. 부녀자 손이 크면 지난 봄 비가 잦았던 것이다. 봄 비는 잠 비요, 가을 비는 떡 비라는 말도 있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 비처럼'이란 노랫말에서 보듯 봄비는 더할 나위 없는 서정적 소재이다. 그리고 봄비는 요즘처럼 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고마운 존재이다. 구질구질하다는 이유로 더이상 봄비를 탓할 일이 아니다. “그 놈의 봄비는 왜 이리 시도 때도 없이 오나”라고 버릇처럼 되뇔 일도 못 된다. 우리 모두에게 생명수인 까닭이다.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와 같은 것이다. 봄은 '보기' 때문..
꽃샘추위 3년 전 오늘 아침에는 꽃샘추위와 눈이 왔군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춘분에 눈이 왔어요. 그래, 그냥 걸었지요. 속말 하면서. 겨울아!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오던 봄 돌아가나. 겨울아! 네가 아무리 추어봐라. 옷 사입나. 술 사먹지. 꽃샘추위/김옥진 인사를 빠뜨려서 되돌아 왔나 아랫목 이불 속이 그리워졌나 3일만 묵겠다고 아양을 떤다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하는 걸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면 되는 걸 미적미적 하다가 막차 놓칠라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꽃샘추위 #사진하나시하나 #와인바뱅샾62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2021년 3월 20일) phanpyo.tistory.com/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