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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과 주변의 끊임 없는 들락거림 좋은 와인 한 모금은 우리의 몸과 마음 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다. 왜? 만족스러운 느낌이나 맛 그리고 즐거움과 재미를 주니까. 그 재미와 쾌락만이 지성이 굳고, 이성이 굳고, 이론이 경직되는 일을 막기 때문이다. 여가와 놀이가 제공하는 재미와 즐거움이 인간 존재의 더 깊은 중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심은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려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까지도 부단히 들락거리는 중심이어야 한다. 여가마저도 중심으로 건축되어 도달해야 할 것, 발견되어야 할 것,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남는다면 이것도 삶의 재앙이다. 고전을 읽으며, 철학적 시선, 지성적인 힘을 키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난 와인바를 운영하며 즐겁고 재미 있는 생활을 한다. 이걸로 대성공을 하려 한다면, 그 일이 중심..
개나리의 슬픈 이야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미세먼지, 황사도 개의치 않고, 달려온 노오란 개나리가 그래도 위안이다. 개나리/이해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그러나 슬픈 개나리 전설 하나. 옛날 오두막에 삯바늘질하는 어머니와 개나리라는 이름의 딸, 그 밑 사내 동생 둘까지 네 식구가 모여 살았단다. 어머니가 병으로 눕자 개나리는 동생들을 동냥으로 먹여 살린다. 하지만 추운 날 아궁이에 군불을 피우고 잠들었다가 그만 모두 목숨을 잃는다. 그해 봄, 그 자리에 나무가 자라서 꽃이 맺히자 사람들은 개나..
행복은 채소밭을 가지는 것입니다. 채소밭을 갖고 흙을 가까이 하며 살아 있는 생명을 가꾼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자기가 뿌린 씨앗에서 싹이 트고, 떡잎이 나와 펼쳐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그리고 낡고 닳아가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시 살아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완벽에 대한 이야기 1581.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3월 29일) 매주 월요일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 오늘 이야기는 '완벽(完璧)'이다. 물론 완벽은 없다. 단지 완벽에 대한 추구만 있을 뿐이다. 완벽은 가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완벽은 완전할 완(完)자에 구슬 벽(璧)자가 합쳐진 말이다. '벽'은 원래 동그랗게 갈고 닦은 옥(玉)을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그러니까 '완벽'이란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이다. 흔히 완전무결(完全無缺),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일컫는 말로, 원래는 고리 모양의 옥을 끝까지 무사히 지킨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이야기가 숨어 있다. 중국의 조나라에 ‘화씨의 벽(和氏之璧)’이라는 유명한 보물 구슬이 있었다. 그런데 진나라의 왕이 그 구슬이 탐이 나 진나라 땅의 일부와..
'아포리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지난 3월 1일부터 내 삶의 지혜가 될 '아포리즘'같은 짧은 문장들을 하루 10개 씩 모아 두기로 했다. 좋은 문장 하나는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진리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하나의 문장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를 공유한다. (참고: 주철환, 『오블라디, 오블라다』) ▪ "감사하기 시작하면, 인생 열차의 속도와 각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행복의 시간이 늘어난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매일 5가지씩 감사할 내용을 찾아 기록한 이후부터 삶이 즐거워졌다. 그만큼 행복해진 것 같다. 이런 식이다. "가질 수 없는 것보다 버릴 수 없는 것을 생각하자." ..
풍찬노숙(風餐露宿)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 봄에는 참 여러 가지 꽃들이 핀다. 제일 먼저 봄을 기다리는 꽃은 동백꽃, 성급해서 눈 속에서 핀다. 그 다음은 버들강아지-갯버들 꽃, 다음은 산수유와 매화 그리고 목련이 이어진다. 병아리가 생각나는 개나리가 거리를 장식하는 동안, 명자나무 꽃, 산당화 그리고 진달래가 봄 산을 장식한다. 바닷가에서는 해당화가 명함을 돌린다. 다음은 벚꽃이 깊어 가는 봄을 알린다. 그 사이에 마을마다 살구꽃, 배꽃, 복숭아꽃이 이어진다. 그 끝자락에 철쭉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 꽃이 피는 순서가 있는데, 지금은 동시 다발적으로 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병들어 꽃이 피는 순서가 무너졌다. 선(善)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악(惡)이 이 세상을 끌고 가는 것을 경고하고 있..
<히든 피겨스> 우리 인생의 70%는 내 의지와 관계 없이 그냥 주어진 것이다. 그것은 내 뜻대로 안 된다. 각자에게 힘든 그 부분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남은 30%에 집중하는 것이다. 인문학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은 타인의 70%를 가지고 탓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을 우리가 다 결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30% 정도만 우리가 개입할 수 있다. 이 30%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으면, 그는 살아 있는 것이고 희망이 있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딸과 3월의 영화로 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바로, 언제가 읽은 위의 내용이 생각났다. 내 의지와 관계 없이 그냥 주어진 우리 각자의 70%를 가지고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큰 죄악이다. 알 해리슨으로 등장하는 ..
속리산 법주사 알아차림’이란 말의 정의는 ‘기억과 사유가 일치된 앎’이다. 기억은 체험에서 나오고, 사유는 개념으로 귀결된다. 그러니까 알아차림은 경험이나 체험에 개념이나 이론이 뒷받침되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알아차리는 것도 조건이 맞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공부해야한다는 것이다. 좀 더 어렵게 말하면, 인연(직접적인 원인+간접적인 조건)에서 연(緣)의 문제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못 알아차린다. 덕행, 배움, 토론, 선정, 통찰 등의 수행과 일상의 경험을 통해 기억하고 이해하고 실천해서 깨달은 '업'이 충분하도록 할 때 ‘알아차림’ 현상이 나온다. 이런 알아차림을 깨달음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싯다르타의 깨달음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우리의 삶의 여행은 괴로움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그 여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