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지난 3월 1일부터 내 삶의 지혜가 될 '아포리즘'같은 짧은 문장들을 하루 10개 씩 모아 두기로 했다. 좋은 문장 하나는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진리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하나의 문장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를 공유한다. (참고: 주철환, 『오블라디, 오블라다』)
▪ "감사하기 시작하면, 인생 열차의 속도와 각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행복의 시간이 늘어난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매일 5가지씩 감사할 내용을 찾아 기록한 이후부터 삶이 즐거워졌다. 그만큼 행복해진 것 같다. 이런 식이다. "가질 수 없는 것보다 버릴 수 없는 것을 생각하자." 좋은 문장 하나가, 흩어진 마음을 추시려 줄 때가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은 가질 수 없다. '버릴 수 없는 것', 생각보다 많다. 또는 이런 식이다. "밥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면/하루에 세 번은 행복한 거다/숨 쉴 때마다 행복하다면/매순간 행복할 거다. 숨이 멈추면, 우리는 죽는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숨을 쉬는 것이 행복하다면, 우린 매 순간 행복한 거다." (주절환) 논산훈련소에서 방독면 훈련할 때 생각이 난다. 편안하게 숨을 쉬면 행복한 거다. 주철환 PD는 행복 대신 감사로 바꿔서 읽어도 좋다고 했다. 그렇다. 다 감사할 일이다. 그러니 더 행복하다. 행복과 감사는 유사어이다. 감사하면 행복하다.
▪ "따지는 삶보다 다지는 삶, '맞짱' 뜨는 삶보다 맞장구 쳐주는 삶을 살고 싶다." 삶과 싸우려 하기 보다는, 삶과 즐겁게 어울려 노는 삶을 살고 싶다. 맹자의 4단 중, '맞짱' 뜨는 수오지심보다 맞장구를 쳐주는 측은지심, 따지는 시비지심보다 상대의 자리를 먼저 다져주는 사양지심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인간은 동물이다. 그런데 인간은 다 다른 동물이다. 참 좋은 말이다. 다 다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우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무슨 동물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신이 어떤 동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람들에게 환영 받으려면 자신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동물인지 아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 "좋고 나쁜 사람은 없다. 나하고 맞는 사람이냐 안 맞는 사람이냐 만 있다." '좋다'의 반대말은 '싫다'일까 아니면 '나쁘다'일까? 우리는 흔히 싫은 사람인데 나쁜 사람이라고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싫은 사람은 그저 나하고 안 맞는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나하고 안 맞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속단한다. 옷의 경우는 '나한 테 안 맞아요'하면서. 우리는 흔히 안 친한 사람은 싫은 사람, 심지어 나쁜 사람으로 분류한다. 공감이 가지 않는 사람이면, 그냥 '참 특이하네요."라고 말하면 된다.
▪ "진심은 칼과 같다." 진심은 혀를 통해 나오지만, 그 혀로 상처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칼이 칼집에서 나오면 자를 수도 있지만, 찌를 수 도 있다. 깎을 수도 있지만, 밸 수도 있다. '혀 안에 도끼가 들었다'는 속담이 있다. '말 조심하라'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발견, 발굴, 발명한다. 이것은 관찰, 통찰, 성찰의 다른 이름이다. 관찰은 눈으로 보는 것이고, 통찰은 마음으로 보는 것, 성찰은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대입시키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나에게 거울이다.
▪ "상식을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한다면, 상식적인 사람/탈 상식 또는 비상식적인 사람/몰상식한 사람 이렇게 세 부류이다. 이 모든 것은 어떤 쪽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이다." 더 잘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는 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주철환PD는 '더다이즘'이라 한다. 차이가 있다면, 상식적인 사람이 사회를 유지하고, 비상식 또는 탈상식한 사람이 사회를 개선, 변화시키고, 몰상식한 사람이 사회를 망친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거기서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보이는 만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시야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생각한 만큼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반경이 생기는 것입이다. 그렇게 행동한 만큼 경험이 쌓이고 삶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하여야 알기 때문이다. 순서를 확실하게 해 본다. 공부(배움)→앎→보임→생각→행동→경험→삶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사는 것의 폭과 깊이는 공부하는 것의 양과 질에 비례한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를 누르시기만 하면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시간이 많아, 이 블로그에 다 모으고 있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금요일에 연어를 사다가, 지인의 생일 파티를 위해, 직접 행동으로 요리하는 것이다. 불은 겨울에는 온기를 주고, 배고플 때 음식을 조리해 준다.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통제하지 못하면 불은 우리를 다치게 한다. 마음만 먹으면 불은 우리의 목숨을 앗아버릴 수도 있다. 두려움도 불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코로나-19로 두려워 하지 말고, 그 두려움을 잘 통제하면 그만이다. 더 무서운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 그래도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함을 향유하는 평온한 주일 아침이다. 오늘 오후는 가능하면 고구마를 심어 볼 생각이다.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이 있어, 오늘도 아침 시처럼, "묵화"를 그리며 보낼 생각이다.
묵화(墨畵)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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