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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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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나, 생각 하나 유발 하라리가 전작 《사피엔스》에서 던진 질문 가운데 가장 주요한 질문은 ‘아프리카에 살던 별 볼일 없던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이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나?’이다. 하라리는 인간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세 가지 혁명의 틀로 바라보면서,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덕분에 인간이 이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즉 나의 상상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함께 존재하는 상호주관적 실재인 법, 돈, 신, 국가 등을 믿는 능력 덕분에 인간은 대규모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고, 이는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하라리에 따르면, 우선 종교와 이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21세기 신기술들은 이러한 허구들의 힘을 더욱 성장시킬 것이므로,..
나에게 『어린 왕자』의 주인공 어린 왕자는 다음과 세 가지를 가르친다. (1) 『어린 왕자』의 화자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코키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알아본 어린왕자에게 말을 한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면 누구나 '모자로군'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나는 보아뱀 이야기도, 원시림 이야기도, 별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상대의 수준에 맞춰 아무 이야기나 했다. 그러면 그 어른은 아주 분별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아주 흐뭇해 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실용적인 생각만 좋아한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을 보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지난 주 새통사에서 만난 분들도 아마 그 그림을 보여주면 "모자로군"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지 말고, 거꾸로 본다거나, 비틀어 보며 다르게 보는 창의성을 유지하면, 오히려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게다가 예술같..
활동과 관계 몇일 전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제도적 시스템과 상품 서비스 사이에 있다. 제도는 국가, 정치, 민주주의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이 제도의 원리가 상품 서비스로 가면 하나도 작동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민주 시민도 상품 서비스라는 면에서는 완전 노예가 되어 있고, 노예가 되는 걸 받아들인다. 왜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나? 자신의 삶이 고귀해지기 위해서이다. 그건 권력이 주는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거다. 거기에는 자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쾌락에 중독되어 있다. 지금 우리를 노예처럼 부리는 건 우리의 제어되지 않은 욕망이 원인이다. 쾌락이 그렇게 만드는 거다. 쾌락에 중독되고 마비되는 것에는 무방비 상태이다. 이렇게 상품에 노예가 되어 있고, 쾌락에 중독이 ..
태과불급(太過不及) 자연과학적으로 말하면, 생명은 물질과 정신의 교집합이다. 여기서 교집합에 방점을 찍는다. 교집합이 욕망의 배치이다. 생리적인 것과 심리가 교차하는 만큼이 우리들의 생명의 바탕이기도 하다. 만약 물질, 생리적인 것만 있으면, 그건 기계가 될 것이고, 만약 심리만 있으면 그건 유령이 될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교차하는 만큼이 인간 존재성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게 욕망의 기본이고, 욕망의 배치이다. 우리 존재는 우주의 부분이면서, 동시에 우주 전체이기도 하다. 그게 생명이다. 그러니 욕망도 마찬가지이다. 욕망을 존재와 분리해 버리면, 우리는 생명이 없는 추상적인 존재로서 아주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야 된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이미 욕망의 포로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거다. 고미숙은 생명을 식욕과 성욕으로 푼다...
‘석과불식’ 고 신영복 교수의 다음 글은 나를 이제까지 키워준 힘이었다. 언제든지 꺼내 읽곤 한다. 그의 글을 다시 불러왔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는 ‘석과불식’(碩果不食, 씨과일은 먹지 않고 땅에 심는다)‘이다. 주역(周易)의 효사(爻辭)에 있는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절망을 희망으로 일구어 내는 보석 같은 금언이다. 석과불식의 뜻은 ‘석과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씨 과실’이다. 초겨울 삭풍 속의 씨과실은 역경과 고난의 상징이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가 바로 석과불식이다. 씨과실을 먹지 않고(不食) 땅에 심는 것이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다시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것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길..
현대의 다양한 인문학적 담론들은 비판적 사유와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문운동가이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여 본다.(강남순교수의 도움) 현대의 다양한 인문학적 담론들은 비판적 사유와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판적 저항으로서의 인문학이 나아갈 길은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확장을 위하여 약자들과의 연대와 사회적 책임의 의미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에서 저항을 말할 때는 비판적 저항이라고 말하여야 한다. 1) 정치적 저항: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억압하는 정치, 다양성을 차단하고 획일화하는 정치, 또는 다양한 형태의 적대와 배제를 제도화하는 정치 체제들에 문제제기를 하고 변혁을 요청하는 정치적 저항은 인문학적 담론들의 실천적 개입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 사회적 저항: 현대사회를 분석하고 조명하는데에 사용되는 분석적 틀들이 있다. 젠더, 인종, 계층, 나..
시대고민 6년 전에 쓴 글인데, 더 나빠지고 있다. "쓸모 없는" 교육을 위하여 '쓸데 없는' 짓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도 삶의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 너무 효율이니 효용이니 하며 쓸모있는 일만 하여야 한다고 교육받아와서 쓸모 없는 일을 했을 때 필요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오늘 '술' 푸고 싶다. 슬픈 이 사회의 자화상 앞에서. 세상은 꼭 소용있는 일만 한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 얌체처럼 산다고 잘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바보처럼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도 결코 손해만 보는 일이 아니다. 교육에서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당장의 스펙이나 성공에 도움을 주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나 학습들이 많다. 교육의 현장에고 효용성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너무 퍼..
'참나'를 찾는 여행 배철현교수의 과 함께 '위대한 개인'되기 프로젝트 (7)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아침마다 반가좌를 틀고 앉아 심호흡을 하며 그날의 임무를 대담하고 간결하게 거침없이 행할 것을 다짐한다. "실수하지 않은 사람을 내게 보내주세요. 내가 그사람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란 것을 보여줄께요." (조엔 콜린스) 단테에게 추방의 시간은 창조적인 수련 기간이었다. 그의 은 추방과 소외라는 혼돈이 낳은 밤하늘의 춤추는 별이다. "어두운 숲속"에는 "반듯한 길이 숨겨져 있다." (단테) 인간은 어두운 숲속에서도 저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장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찾으면, 것이 곧 바로 열정을 발휘하게 할 나만의 고유한 임무이다. 그 때 어두운 숲속에서 할 일은 자신의 삶에서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