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68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내가 좋아하는 소설, 에는 늘 고민만 많이 하는 자신의 주인에게 조르바는 이런 말을 한다. "확대경으로 보면 물 속에 벌레가 우글우글대요. 자, 잘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곘소?"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배고픈 당나귀가 있었다. 그때 주인이 정확히 같은 거리에, 정확히 같은 양의 여물을 정반대 방향에 갔다 줬다. 배고 고파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싶었던 당나귀는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당나귀는 고민만 하다가 굶어 죽고 말았다. 선종의 6대조사인 혜능이 한 말이다. 그는 원래 나무 꾼이었는데, 다음 말을 듣고 조사가 되었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화두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이 말은 '머뭇거리지 말고 그 마음.. 100세 시대 우리 사회의 교육 문법이 바뀌어야 한다 『100세 인생』의 저자인 런던정경대학의 그래튼 교수에 따르면,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인생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전일제 학생, 풀타임 직장인, 여생 은퇴자라는 용어는 사라질 것”이며, 이 세 단계가 섞여 있는 복합적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시스템의 특징은 교육을 늘 출발선에만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교수는 교육이라는 말을 재정의하자고 한다. 장교수는 그 일이야 말로 고령화 시대를 위한 첫 미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 나도 작년부터 마을 공동체 을 구상해 왔던 것이다. 교육 대상을 재설정하는 취지이다. 현재 우리 교육 시스템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 교육을 위해서 교육 예산의 대부분을 지출한다. 그리고 20세까지만 교육을 시키고 나머.. 빛과 그늘이 공존하지 않는 세계는 없다 "빛과 그늘이 공존하지 않는 세계는 없다는 단순한 사실만 깨우쳐도 그토록 선명한 흑백을 추종할 수는 없다." 이번 여름에는 "강한 나라는 어뗗게 만들어지는가"란 소제목을 달고 있는 양정무 교수의 의 제3장 '로마 미술'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거기서 로마 귀족들이 사는 개인 주택 '도무스'를 알게 되었다. 개인이라는 개념은 원래 그리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개인이라는 말의 프랑스어는 indiviuel이다. 이 말은 '분리될 수 없는'이란 형용사가 명사가 된 것이다. 인간 중심주의라는 휴머니즘, 이를 인본주의라고도 한다. 그 인본주의에서 개인에 대한 자유주의의 믿음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중요한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1. 나는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즉 나는 부분이나 하부 시스템.. "유봉지심(有篷之心)" 의 제1장 "소요유"에 나오는 말이다. "송나라 사람이 머리 두건을 팔려고 원나라에 갔더니, 월나라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깎고 문신을 해서 머리 두건을 쓸 일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 다 두건 두르고 살겠 거니 싶어서 월나라에 가서 두건을 팔려고 했더니, 월나라 사람들은 이미 다른 해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시장 조사도 안 하고 쉼 없이 뛰어들었으면 장사 망하는 건 당연하다. 이 송나라 사람처럼 자기 장사만 망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런 사람들이 꼭 남들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선 자리에서 꼼 짝도 하지 않으려 하니까 '다른 수가 없다'는 답답한 소리나 하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돌리는 유리병을 .. 오늘의 한 마디는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김연경)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는 능력주의(meritocracy) 논쟁이다. 능력주의가 말하는 '능력만큼 보상받는다'는 언뜻 보면 공정하다고 느껴진다. 그래 능력주의가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 우리 사회가 능력에 따른 보상을 하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나오던, 즉 50-60대들은 운이 좋았다. 학점이 낮아도, 자격증 하나도 없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 안착했다. 반면,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다'는 20-30대들은 시대를 잘못 만난 탓에 치열한 입시와 학점 경쟁, 끝없는 자기계발 뒤에도 원하는 취업이 어렵다. 젊은이들은 능력주의 사회의 보상이 정말 능력에 따른 것인지 의심한다.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세대가 요직을 .. 배철현 교수의 <심연>을 읽으며 '위대한 개인' 되기 프로젝트 (10) "유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단절이란 과거의 나를 과감히 버리는 용기이다. 시간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과학자들은 지구라는 별 또한 50억년 후엔 멈추거나 파괴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우주에서 시간이라는 괴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에게 남겨지는 것은 과거라는 기억뿐이다. 순간을 불교에서는 찰나라고 한다. [찰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순간을 나타내는 '끄샤나'의 음역으로 75분의 1초(약 0,013초)] 우주의 탄생은 이렇게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우주는 137억년 전, 빅뱅으로 시작된다. 10만분의 1초의 찰나에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원자로부터 터져나와 해일처럼 사방에 퍼지더니 물질, 에너지, 공간과 시간으로 구성된 우주가 생성됐다. 빅뱅은 137억 년 동안 우주에 수천억 개 이상의 은하수를 수놓으며 계속해서 .. '참나'를 찾는 여행 2018년 내 생애 최고의 무더위를 고전 를 읽으며 보낸다. 이 고전이 나에게 우주를 새롭게 이해하게 한다. 모든 것은 우주 전체의 조화로운 원리와 상관 관계에 따라 순리대로 되어갈 뿐이다. 원리를 바꿀 수 없지만, 관계에 의해 그 원리의 조화가 달라진다고 본다.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 자연 그리고 물건과의 관계를 세심하게 만들어야 겠다. 그러면서 나의 상상력의 파워를 늘려야 겠다. 아이폰을 들고, "나의 이 작품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합점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의 장면은 금세기 최고의 순간이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없었다면, 이 스마트폰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은 방향성이 없다. 가치가 배제돼 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영역이다. 상상력은 무.. 한국의 대학 이야기 오늘 아침은 한국의 대학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난 1학기 우리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전환이었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동료 학생 간에 얼굴을 마주 보며 소통하고 성장하는 상호 교류는 일시 중단됐다. 그리고 수업의 온라인화와 평가 관리는 당면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강의 온라인화 등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 지향점이 무엇인지 먼저 설정해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지향점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긍정의 에너지도 품지만, 이면에는 위기를 활용해 재빨리 이익을 얻으려는 경박한 재난 자본주의의 모습도 도사리고 있다. 성급하게 임시방편을 ..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