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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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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반쪽이’ 이야기 (2) 잃어버린 ‘반쪽이’ 이야기 (2): 서동욱 칼럼을 읽고 정리해 본다. 모든 관계는 어렵고 세심함을 요구한다. 남녀 관계 역시 당연히 그렇다. 남녀관계를 포함해, 모든 관계는 평생의 학습을 요구한다. 모든 관계는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하며, 평생 추구해야 할 중요한 학습내용이다. 위의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 따르면, 잘라진 반쪽이는 다른 반쪽이를 그리워하며 계속 만나려 한다. 잃어버린 '전체'를 회복하려는 욕망으로서 관계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이다. 왜 홀로 있지 못하고 좋아하는 상대를 찾고 만나려 하는가? '개별적인 인간'으로 있지 못하고, '전체'에 들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전체의 일부로 보는 인간관이다. 자신이 전체라는 인간관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폭력은 개별적인 인간을 전체의 일부로..
잃어버린 ‘반쪽이’ 이야기 (1) ​ 오늘날 우리가 ‘학술대회’라고 부르는 심포지엄(symposium)은 그리스어 ‘심포시온(symposion)’에서 나온 말이란다. 이 말은 우리말로 해석하면 ‘향연’이다. 즉 ‘함께 먹고 마신다.’는 의미이다. 그리스인들의 향연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푸짐한 식사와 와인을 곁들이면서 주제를 정해 철학적 토론을 즐겼다고 한다. 플라톤의 이 토론을 대화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 때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그 책의 부제가 ‘사랑에 관하여’이다. ​ 잃어버린 ‘반쪽이’이야기는 심포지엄에서 네 번째 발언권을 가진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이다. 그에 의하면, 원래 인간은 두 사람씩 등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남성은 남성 둘이, 여성은 여성 둘이, 자웅동체인 남녀성은 남자와 여자가 등을 맞..
봄은 꽃이다. 봄에는 참 여러 가지 꽃들이 핀다. 그래서 ‘보다’라는 동사에서 ‘봄’이라는 명사가 태어난 것 같다. 제일 먼저 봄을 기다리는 꽃은 동백꽃, 성급해서 눈 속에서 핀다. 그 다음은 버들강아지-갯버들 꽃, 다음은 산수유와 매화 그리고 목련이 이어진다. 병아리가 생각나는 개나리가 거리를 장식하는 동안, 명자 나무 꽃, 산당화 그리고 진달래가 봄 산을 장식한다. 다음은 벚꽃(사꾸라)이 깊어가는 봄을 알린다. 그 사이에 마을마다 살구꽃, 배꽃, 복숭아꽃이 이어진다. 그 끝자락에 철쭉과 영산홍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이런 시도 있다. 순서/안도현 맨 처음 마당 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
'참나'를 찾는 여행 "'인격 수양'의 수양은 '다듬고 기른다'는 뜻입니다. 인격은 화초와 같아 정성껏 가꾸면 잘 자라 꽃을 피우지만, 방치하면 말라 죽습니다. 누구든지 수양을 중단하면 생명보다 인격이 먼저 죽습니다. '인격' 없는 노인이 많은 이유입니다." (전우용) 동의합니다. 『중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천명지위성(天命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하늘이 우리에게 본성을 주었는데, 즉 인간의 격을 말해 주었는 데,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이 '길(道)'라고 했지요. 그 길은 우리가 인간으로 품격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날들이 그 '길(道)'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도'를 잘 '다듬고 기르는' 것이(修道가) 교(工夫공부)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인문운동가가 찾은 오늘의 한 마디 (07/03/19) "우리는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낄 때에만 용기를 얻는다." 그러한 가치는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하는 어떤 모임, 아니 공동체에서 느낀다. 그래 사람을 만나고, 함께 할 때, 자신의 가치가 드러난다. 공동체 감각을 키워야 한다. 여기서 공동체 감각은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거기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 때 내가 삶을 사는 맛이 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공동체 안에서 '내가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사명과 그 과제에 직면할 용기를 얻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나는 공동체에 유익한 존재"라고 느끼면, 자신의 가치를 실감한다. 그것은 공동체, 즉 남에게 영향을 끼침으로써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
포기하는 즐거움, 얻는 자유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신을 비우고 성찰하지 못하는 노년은 추하고 고독하다. (현기영의 참고) 포기하는 즐거움, 얻는 자유: 너무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고 흔쾌히 포기해 버리는 것, 욕망의 크기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것은 자유이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이 잦아들어 잉걸불이 되었을 때 조용히, 침착하게 은근히 사위어가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비워야만. 조심해야 한다. 나이 든 분들이 자기 직관과 경험을 과신하면서 편협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노인들의 정치적 완고함과 맹목성을 봐라. 무지가 죄라는 말이 있다. 이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완강하게 무지를 고수하려는 사람들,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알게되면 자기 신념이 손상될까..
루아르 지방의 와인을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오늘은 3월들어 벌써 맞는 첫 번째 토요일이다. 그림 읽기나 무용 읽기처럼, 와인을 한 병 정해 읽는 날이다. 무색의 겨울이 가고, 색이 등장하는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노란 색이다. 오늘 사진처럼, 산수유 꽃이 가장 먼저 출발한다. 미국의 ‘팬톤’이라는 색채연구소가 2021년의 색으로 노랑과 회색을 지정했다."밝은 노랑은 낙관주의, 희망, 긍정을, 회색은 평온함, 안정감, 회복 탄력성을 의미한다는데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터널 끝의 빛’이라고 설명했다. 컴컴한 코로나-19의 길고 긴 터널을 뚫고 나가면 쨍하고 찬란한 태양과 만난다는 의미로 들리면서 평생 고독했던 화가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 ‘삼나무가 있는 밀밭’, ‘밤의 카페’, ‘..
대학 신입생들에게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자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입시 이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용인되던(혹은 그렇게 하도록 강요되던) 개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갈 자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올바른 사회에 대한 고민, 둘째로는 진정한 ‘나’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 공부는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능에 목숨 걸고, 수능으로 결판나는 사회에서 우리는 ‘나’라는 존재가 속해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더 바람직하고, 옳을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설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이젠 많이 경험하고, 내 삶 앞에 벌어지는 문제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