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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굶기는 것(심재心齋)' 나는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고전 『장자』 의 원문을 번역서와 함께 읽는다. 한자를 찾아가며 소리 내어 읽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책의 반 이상을 읽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기술 절반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지독한 고전읽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디슨도 고전 독서가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고전은 오랜 세월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만나면, 그것을 읽는 자에게 위대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오늘 아침은 『장자』 의 제4편 인간세(人間世)의 제5장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는 이 구절에서 좋은 삶의 한가지 지혜를 얻었다.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가급적 충고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죽음 수업(Death Class)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참구하는 시간 (2) 어젠 "죽음수업"을 정리하며, 죽음을 내가 생각했는데, 자살한 것은 노회찬 의원이다. 혼란스럽다. 그러나 자신이 숙고한 후 결정한 것이니, 난 그의 죽음도 지지한다. 1.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삶이 오로지 우리가 갖는 유일한 생이라는 결론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의미를 찾아 주기 때문이다. 불교는 환생보다는 생을 고통이라 여기므로 윤회를 피하는 열반을 원한다. 내일을 걱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내일이 없다면 지금 여기의 삶을 어떻게 보낼지에 더 깊이 몰두할 것이다. 2. 죽음을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삶이 진귀하다는 가치를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삶은 드물게 누릴 수 있는 자원이다. 더욱 다정한 언어로 채워야 하는 귀한 시..
오만이 자만심을 낳는다. 모든 사물을 귀하게 보면 한없이 귀하지만 하찮게 보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법이다. 정말 나 자신도 나를 귀하게 여기는 자긍심이 필요하다. 살다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는 실망하고 실패감에 괴로워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실패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당시의 감정 상태로는 위로가 되진 못한다.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인간은 실패를 모르고 계속 성공만 한다면 오만에 빠진다. 오만이 찾아오는 것은 자신이 이룬 현재의 성취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아니 착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오만을 그리스어로는 '휴브리스(hubris)'라고 한다. 휴브리스란 자신의 초심을 잃고 난 뒤, 반드시 따라오는 극도의 자만심이자 과도한 확신이다. 사람은 오만에..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날엔/정하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난 허세, 또는 허영이 좀 있다. 그건 자기기만이다. 지식욕도 일종의 허영이다. 여기서 허영이란 한 번 폼 나고 싶은 거다. 사람은 남들에게 폼 나 보이고 싶을 때 성장한다. 헤겔은 이걸 '인정투쟁'이라 했다. 그런데 그 허영을 버려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그건 죽음을 기억하면 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함으로써 우리는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날엔/정하나 내 삶의 마지막 날은 어제였다. 영원히 닿지 않을 내일도 막상 어찌할 바 모른 오늘도 아닌, 누운 자리 감은 눈에 숨의 무게가 얹어지면 염려도 미움도 기대도 그뿐 나의 생 이것으로 족한 것을 새로이 뜨는 눈망울엔 낯..
5회에 걸쳐서 죽음 수업(Death Class)을 하는 셸리 케이컨 예일대 교수를 만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참구하는 시간 (1) 죽음이 삶을 부른다. 오늘 우리 시간은 그 속에서 사려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그냥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결국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지푸라기는 ‘지금 살아 있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일 것이다. 죽는다는 사실이 우리 삶을 어떻게 흔드는지? 노화를 몸으로 자각하고 시간의 흐름을 서서히 인지하면서 짓눌리게 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그 불안의 실체에 대해 말을 들어본다. 죽음의 상태를 규정하는 자세가 살아 있는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죽음을 물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삶을 살아낼 방식을 구하기 위해, 잘 살아야 하는 근거를 얻기 위해서이다. 1. 나는 지금 죽고 싶은가? 아니다. 이 삶을 더 오래 지속하고 싶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말과는 다르다. ..
'일사분란한 사회는 불행하다.' (정재승) 한국 사회는 다양성의 부족이 문제이다. 다양성을 이루려면 급한 것이 차별과 혐오는 금지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려면 차별금지법도 있어야 한다. 인종, 성별 등에 바탕한 혐오 발언, 모든 종류의 차별이 잘 규제돼야만 표현의 자유가 건강하게 확대될 수 있다. 그래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도 생겨난다. 획일적인 문화가 지속되면 사회가 심각하게 불안해진다. 외국인 노동자 150만명인데,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다 같은 시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차별받던 사람들을 껴안아 줘야 하는데 교육, 문화, 제도 중 무엇도 준비 안돼 있다는 게 걱정이다. '경제 성장'이 먼저라는 주장에, 돈 벌어야 한다는데에만 신경쓰는, 사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성문제가 중요하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한국..
굽 높은 구두는 봤어도, 굽 높인 와인 잔은 처음이에요. 술을 만나는 것은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낯설지만 신나는 삶으로의 여행을 감행하는 일이다. 이 여행은 편안하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낯설고 불편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보통 여행은 불편하고 힘들다. 그러나 거기서 어떤 즐거운 '엑스터시(ecstasy)'를 만난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의 세계에 들어가면, 나는 바로 '엑스터시'를 경험하곤 한다. 엑스터시란 현재 안주하고 있는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이다. 입신하는 무당에게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약'의 이름으로도 쓰인다. 좀 먹물적으로 말해 볼까. 엑스터시란 '자신의 과거나 사회가 부여한 수동적인 상태(state)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투쟁'에서 얻게..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아서/쉘 실버스타인 1696.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세상이 멈추었다. 덥기도 하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거리두기 3단계이다. 그리고 오늘은 일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이다. 24절기의 열 두 번째로 소서와 입추(立秋)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 시기는 대개 중복 때이며 더위가 얼마나 심한 지 '염소 뿔도 녹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올해 중복은 어제였다. 그래 멀리 갑사까지 가서 보양식을 먹고 왔다. 초대해준 유라시아 문화센터 이상우 교수에게 감사하다. 더위와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춘 김에 나도 좀 멈출 생각이다. 세계일보 배연국 논설위원의 글에서 읽었다. 젊은 승려가 치는 종소리는 노승의 종소리보다 맑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타종 실력이 못해서가 아니라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라 한다. 앞선 종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