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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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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을 버리는 일이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수련의 2단계는 '나 자신을 유기(遺棄, 내다 버림)하는 일'이다. 여기서 '유기하는 일'은 자신의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연습이다. 자신의 자의식을 살펴보고, 그걸 극복하는 일이다. 장자가 말하는 '나를 장례 시키는' "오상아"의 개념이라고 본다. 나는 내가 힘들 때는 마음 속으로 "I'm nothing(나는 무아)"라고 생각하며,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처리한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를 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자연스럽게 인위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이기심을 버리는 일이다. 배철현 선생은, 언젠가 자신의 묵상 글에서, 이기심의 여섯 자식을 말해준 적이 있다. "자기 중심이라는 이기심은 다음 여섯 가지 상처를 자신들의 표..
‘작은 것’의 소중함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폭죽처럼 터져 나오는 봄꽃들은 한 마디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화려한 신호탄이다. 모든 것들이 숨을 죽이지만, 봄만은 예외이다. 봄은 그 어느때보다 더 힘차게 치솟아 오른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봄 다운 봄이 출발 못하고 있다. 2020년의 봄 풍경은 여느 해와 사뭇 다르다. 반면, 나는 이름난 봄꽃 명소로 향하지 못한 발걸음이 머문 동네에서 해마다 그 자리를 지켰을 봄의 풍경을 만났다. 동네 골목길 어귀, 여염집 담벼락에 활짝 핀 꽃들은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기운을 알리고 있었다. 이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와도 같아서 눈 밝은 누군가는 감탄하고, 어떤 이는 미처 보지 못한 채 지나친다. 양손에 든 무거운 짐에 온통 신경이 쓰이거나..
인생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어가 "봉 꾸라쥐(Bon courage)"이다. 이 말을 한국말로 하면 "용기를 내!", "힘 내!" 정도가 된다. 우리 충청도에서는 "욕 봐!"가 이런 뜻이다. 내가 좋아하는 에트리의 이순석 부장이 보내준 다음의 다이어그램은 볼 수록 용기가 왜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 준다. 인생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이다. 그 성장을 하려면 제 1관문인 두려움 지대를 통과하여야 한다. 이 때 크게 필요한 것이 용기라고 생각한다.몇 일 전부터 이야기 하고 있는 세속주의의 이상적인 다섯 번째 가치가 용기이다. 세속주의자들에게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편견과 억압적인 체제에 맞서 저항하면서 싸우려면 큰 용기가 필요..
난 나르시스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않는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어젠 창 넓은 레스토랑에서 '멋진' 점심을 했지요.난 뜰 가에 외롭게 피어 있는 수선화를 보았습니다.나르시스가 죽은 자리에 핀 꽃,난 나르시스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않는다.수선화에게/정호승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정호승..
비교가 우리에게 남기는 건 두 가지다. 내가 남보다 더 가졌다는 생각에 교만해지거나 내가 남보다 덜 가졌다는 생각에 비참해지는 것. 324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4월 10일) 1 오늘 아침 사진은 민들레 꽃과 홑씨이다. 주말 노장 가는 길에 봄 빛이 조금이라도 스며드는 곳에는 온통 민들레 꽃들이다. 일찍 핀 곳에는 벌써 홀씨도 보인다. 아니 홀씨가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민들레의 씨앗을 두고 민들레 홀씨라고 부른다. 가수 박경미가 부른 '민들레 홀씨 되어'도 그렇고, 책이나 신문, 사람들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여왔으니 그것이 정말 맞다고 여긴다. 그러나 민들레 꽃이 진 뒤에 생기는 '하얀 털 뭉치'는 홀씨가 아니다. 홀씨를 한자로  하면, 포자(包子)이다. 이끼, 곰팡이, 버섯 등 꽃이 피지 않는 식물들이 포자로 번식한다. 아마도 민들레 꽃씨의 둥근 풍선 모양을 훅 하고 불어 본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흔하게 모든..
주인 노릇을 본때 있게 해야 하는 날이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2024년 4월 10일)오늘은 총선이다. 현 정권 심판론이 지배적이다. 왜? 그 이유는 차고 넘친다. 현 정부는 고작 2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종전선언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던 대북관계를 다시 적대적, 아니 거의 군사적 긴장상태에 가깝게 악화시켰고 노동조합 괴롭힘에 가까운 반노동 정책들을 펼쳤다. 또한 감세기조와 함께 전 정부가 역점을 둔 국가책임 돌봄 정책이었던 사회서비스원을 축소하고 시장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들에서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해병대 1사단 채상병 사망사고 등 많은 국민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참사들에 대한 진상규명도 명확하게..
절치부심이라는 말에서 부심하지 않기 위해 니부어의 기도문에 대해 오래 사유했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2022년 4월 9일)절치부심(切齒腐心,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임)은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부심(腐心)을 안 하기로 했다. 그래 우리는 벚꽃 밑에서 파티를 하고, 나는 동네 5일장에 나갔다. 후리지아도 두 다발 사고, 막 나온 두릅, 머위나물을 사가지고 왔다. 덤으로 오는 길에 빨간 꽃이 핀 작은 화분도 하나 사왔다. 부심(腐心)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썩는다는 말은 부패(腐敗)와 발효(醱酵)라는 말 두 가지가 있다. 부패라는 말만 나오는 거의 암기하는 문장들이다.만물이 변하는 데, 만일 자기가 스스로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방치하거나, 내가 아닌 타인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불행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런 방치를 '부패(腐敗)'라고 부른다. ..
희망은 우리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영혼의 에너지'이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모처럼 토요일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아, 아침에 일찍 주말 농장에 나갔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밭 두렁에 '불임'이라고 낙인 찍힌 튤립을 심었더니 싹이 나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이 올라 왔다. 옆 밭은 아예 꽃이 활짝 피었다. 밭 둑에 완두콩을 심지 않고 왠 꽃이냐고 흉 보겠지만, 언젠가 배연국 논설위원의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대충 이런 글이었다.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어느 날, 끔찍했던 한 수용소에 거대한 화물이 도착했다. 그 속에는 수용소의 모든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립스틱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고함을 질렀다. “누가 이따위 쓸데없는 걸 보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옷이나 치약 등 더 필요한 물품이 많았던 상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