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1.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2021년 7월 7일)

중국의 4대 미인 중의 하나인 서시(西施)는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보낸 미인이다. 참고로 다른 세 명의 미인은 뒤에 공유한다. 서시의 미모를 보고는 물고기마저 넋을 놓는 바람에 헤엄치는 법을 까먹어서 꼬르륵 잠겨버렸다는 뜻의 침어(沈魚)가 별명이다. '서시빈목(西施矉目)'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서시가 눈을 찡그린다는 말인데, '앞뒤 사정 재지 않고 무작정 남 따라하기를 가리킨다. 서시가 했던 무수한 연습의 결과물을 어설픈 흉내로 따라잡겠다는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수한 연습이란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 그걸 본성이라고 한다면, 무수한 연습은 새로운 본성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하면 '한단의 걸음걸이'지만, 자신의 걸음걸이도 모르면서 한단의 걸음걸이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저 남이 하는 게 멋있어 보이니까 했을 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해도 어울리는지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는 "스스로 보지 못하고, 남이 본 것만 본(不自見而見彼)"("변무') 결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평판에 매달릴 시간에 자신의 본성을 들여 다 보아야 한다. "인생은 올림픽이다. 어떤 사람들은 선수로 오고, 어떤 사람은 관객으로 오고, 어떤 사람은 장사하러 온다."(피타고라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아는 것이다. 내가 누군인지 모를 때 비극은 시작된다. 내가 누군지 모르면,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일은 꼬이기만 한다.
망망대해에 배가 한 척 떠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뭍으로 가지만, 자치 먼 바다로 나가서 표류할 수 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 내닫는 발걸음이 모두 헛발질이다. 발자국은 발이 될 수 없다. 남을 따라하고 남의 기준을 생각하며 사는 삶은 남의 발자국만을 따르는 삶이다. 나는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내 발자국을 남기면 된다. 누가 내 발자국을 따라오거나 멀거나 말이다. 더이상 남을 흉내내는 사람으로 살지 말자.
<장자> 외편 "천운"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공자가 노자에게 말했다. "나는 시, 서, 예, 악, 역, 춘추, 역경을 오랫동안 공부했습니다. 그러자 노자가 말했다. "육경은 선왕의 케케묵은 발자국이잖소. 발자국이 어찌 신발이 돨 수 있겠소(迹豈履哉, 적개이재)." 신발은 내가 신으면 내것이 되지만, 발자국은 내 것이 아닌 것은 영원히 내 것이 아니다. 모르는 길을 갈 때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목적지에 도달했는지는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른다. 끝까지 가려보려면 역시 신발을 실어야 한다. 신발은 발에 맞지 않으면 신을 수 없다. 신발은 자기 정체성의 상징이다. 콩쥐가 잃어버린 꽃신, 신데렐라가 놓고 간 유리구두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 자신을 입증한다. 신발은 인간 존재 자체이다. 신발을 신고 살아야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 온 삶의 흔적을 한 장의 종이에다 기록하고 이것을 이력서(履歷書)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그렇다. 실재로 이력서라는 말의 한문을 풀어보면, ‘신발(履)’를 끌고 온 역사(歷)의 기록(書)’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로 '고무신 거꾸로 신기'라는 말은 사랑하는 상대가 변심한 경우에 사용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운 사람의 신발 끄는 소리(예리성 曳履聲)가 들리면, 버선발로 뛰어나간다.” ‘신발을 신을 틈이 없이 달려 나가야만, 아니 자신의 온 존재를 벗어 놓은 채 달려 나가야만 완전하게 그리운 임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은 강가에 신발을 벗어 놓은 채 물 속으로 뛰어든다. 왜 그럴까? 신발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신발의 고무 밑창 하나가 우리와 대지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대지는 인간이 장차 돌아가야 할 곳이다. 더이상 신을 신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날씨가 참 짜증난다. 오늘은 24절기의 열한 번째인 소서(小暑, 작은 더위)이다. 소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와, 염소의 쁠도 녹을 정도로 더운 대서(大暑) 사이에 드는 절기이다. 소서가 지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여름 장마철로 장마전선이 한반도 중부 지방을 가로질러 장기간 머무르기 때문에 습도도 높고 비가 많이 내린다. 차라리 습도가 없이 뙤약볕이 내리쬐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반기룡 시인의 것을 공유한다.
7월/반기룡
푸른색 산하를 물들이고
녹음이 폭격기처럼 뚝뚝 떨어진다
길가 개똥 참외 쫑긋 귀 기울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토란 잎사귀에 있던 물방울
또르르르 몸을 굴리더니
타원형으로 자유 낙하한다
텃밭 이랑마다
속 알 탱탱해지는 연습을 하고
나뭇가지 끝에는
더 이상 뻗을 여백 없이
오동통한 햇살로 푸르름을 노래한다
옥수숫대는 제철을 만난 듯
긴 수염 늘어뜨린 채
방방곡곡 알통을 자랑하고
계절의 절반을 넘어서는 문지방은
말매미 울음소리 들을 채비에 분주하다
우리는 제 멋에 사는 거다. 남들의 눈으로 제 멋을 판단할 필요 없다. "어째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면서도 자신에 관해서는 남들의 판단보다 자신의 판단을 덜 평가하는 지 의아하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남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의 신발을 신고 자신의 길을 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발자국은 신발이 될 수 없다. 흉내는 어디까지나 흉내일 뿐이다. 남들이 하라는 일만 하고, 남들이 하는 일 따라 해서는 신발 가는 대로만 흔적을 남기는, 제 스스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발자국 신세이다. 세네카는 "집에서 가장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는 일이다. 길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헤매는 자들과 바로 그 길에서 헤매고 있는 자들의 수많은 발자국에 오도되지 않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신발이 된다. 신발이 되면 남들이 따라오는 발자국을 남긴다. 내 신발로 내 발자국 남기면 그걸로 만족이다. 내 길을 내 신발로 걷기로 했다.
페이스 북의 담벼락에서 "죽음 앞에 공통적으로 후회하는 3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이근후 박사가 조사했다는 내용이다. (1) 내 마음대로 재미있게 살고 싶다. 대부분 우리는 모두가 정해진 대로만 산다. 그래 책임이나 압박 없이, 서투른 대로 내 재미 있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2) 관계에서 맺힌 걸 풀고 싶다. 다시 말하면 될 수 있는 대로 안 맺히도록 살고 싶고, 맺혔다면 풀고 살고 싶었던 후회한다는 것이다. (3) 나누고 살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과정은 다 무엇인가에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4대 미녀 중 나머지를 공유한다.
① 양귀비: 그녀는 경국지섹(傾國之色)의 고사성어 주인공이다. '나라를 뒤집어엎을 미색'이란 말이다. 또 꽃도 그 앞에 서면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다고 해서 수화(羞花)라는 별명도 있다.
② 초선: 그녀의 별명은 폐월(閉月)이다. 그 미모에 주눅들어 달이 구름 사이로 숨어 버린다는 뜻이다.
③ 왕소군: 한나라의 후궁이었지만 흉노의 후궁으로 쓸려간 여인이다. 그녀는 고향 떠나 추운 흉노 땅에서 밎이하는 봄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즉 '봄이 왔으돼 봄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의 별명은 낙안(落雁)이다. 이 왕소군의 미모를 보고선 날아가던 새도 넋을 잃고 날갯짓을 멈추는 바람에 떨어진다고 해소 붙은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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