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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풋여름/정끝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난 '풋'자를 좋아한다. 사전은 "'처음 나온'. 또는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풋감'이 있다. 그리고 "미숙한', '깊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설명한다. 예로, '풋사랑'을 들고 있다. '풋감'이든 '풋사랑'이든, 오늘 아침 공유하는 "풋여름"도 마찬가지로, "풋"자가 들어가면 정겹다. 더위도 누리려고 하면 덜 덥다.

삶은 그냥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삶은 누리는 것이다. 삶을 누리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깨닫지 못한 인생의 경험과 삶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수많은 우연으로 점철된 여행이다. 여행의 목적은 종착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행길에서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더없이 큰 기쁨일 것이다. 미완성인채로 여행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삶에 재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그저 감탄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은 즐거운 일들로 가득 차게 되고, 삶은 신나고 재미있어 진다. 인생과 연애하듯 살게 된다. 삶에는 이론이 없다. 삶은 그냥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날짜적으로 풋여름이어야 하는데, 벌써 폭염이다. 그래 딸이 보내준 것 중에서 '풋내기'라 벌어지는 정겹고 웃긴 이야기 를 보낸다.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분리수거에 대해 배웠다. 그후,
아이: 선생님 이건 어디에 버려요?
선생님: 그건 일반 쓰레기니까,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아이: 네~. 어디론간 감
잠시 후에, 1반 선생님: 우리 반에 쓰레기 버리고 간 친구가 누구예요?

또 하나. 학생 카톡: "교수님, 위선도 선이고, 악법도 법이면, 오답도 답 아닌가요?"  
답신: "물론 오답도 답입니다. 그렇기에 0점도 점수이고, F학점도 학점입니다."

썰렁해서 더위가 좀 가셨나요?

풋여름/정끝별

어린나무들 타오르고 있어요
휘휘 초록 비늘이 튀어요
풋, 나무를 간질이는 빛쯤으로 여겼더니
풋, 나무 몸을 타고 기어올라
풋, 나무 몸에 파고들어요
가슴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을까요
어느새 휘감치는 담쟁이 덩쿨은?

온몸을 뒤틀며
뿌드득 뿌드득 탄성을 지르며
풋, 나무 힘줄 세우는 소리
용트림하는 풋, 나뭇가지

초여름 저물녘 입술 자국에
겨드랑이부터 뚝 뚝
초록 진땀을 흘리고 있어요
풀물냄새를 풍기는
저 풋, 나무
담쟁이 치마폭에 폭 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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