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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3일)

새해 첫 월요일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어 모든 것이 위축된 채 한 해가 시작된다. 오늘도 더 한 번 새해의 다짐을 한다.

연 잎에서 배운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다. 다시 원래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 가련다. 신성동에서 조용하게 공부하며, 마을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하루에 한 가지 씩 버리는 일을 한다. 주변의 물건이든, 내 영혼에 찌든 욕망이든, 내 생각 속에 차 있던 탐욕까지 매일매일 더 버릴 생각이다. 연 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 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린다. 세상 사는 이치도 그렇다.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사람들은 가질 줄만 알지 비울 줄은 모른다. 모이면 모일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2022년의 일상 실천 사항은 '청정(淸靜-맑고 고요함)이다. 사람을 덜 만나고, '습정양졸'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 그릇을 더 키우는 한 해를 맞고 싶다. 그릇론이다. 큰 그릇은 흙이 많이 들어간 그릇이 아니라 빈 공간이 많은 그릇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그릇 론'이라 부른다. 자신을 큰 그릇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1)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크게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2) 빈 듯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득 찬 것으로 생각하고,
(3) 구부러진 것이 오히려 크게 곧은 것으로 생각하고,
(4) 서툰 것이 오히려 크게 솜씨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5) 더듬더듬 거리는 말이 크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 제45장에서 말한다. "부산을 떨면 추위를 이겨내지만, 이렇게 더워진 것은 고요함(靜)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고요함(淸靜)이 '하늘 아래 바름(모든 힘의 근원, The still point)'라는 것이다.

2022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새해가 되면 호랑이를 그려 문 앞에 붙이고, 어린아이에게는 호랑이 가면을 씌우기도 했다. 선한 것은 지켜주고 나쁜 것은 없애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밝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백두산 호랑이의 기운으로 선한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영 시인의 <1월> 다시 공유한다.

올해는 글을 짧게 쓸 생각이다. 이어지는 생각은 블로그로 옮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제주 사계 앞바다에서 찍은 거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성산포이다. 뱃사람에게 등대가 필요하듯이. 나는 청정(淸靜, 맑고 고요함)을 올해의 등대로 여길 거다.

1월/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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