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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사회는 승자 독식 사회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침전(沈澱)은 가라앉을 '침'자와 앙금 '전'자이다. '액체 속에 있는 물질이 밑바닥에 가라앉음 또는 그 물질'이라는 뜻이지만, '기분 따위가 가라앉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컨대, 침전의 시간이라고 하면, 들떠 있지 않는 차분한 시간을 말한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오늘부터 새로운 2019년이 시작된다.

로마에서는 패전하고 돌아온 장군을 다음 전쟁에 다시 내보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는 승자 독식 사회이고, 한 번 실패하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 우리는 패하고 돌아온 장수 목을 뱄고, 일본은 장수가 알아서 할복을 했다. 서양인들의 면접에서는 완벽한 사람보다 실패의 경험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높이 산다. 우리 면접에서는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높은 성취를 이뤄낸 이야기를 높이 산다. "방황이나 실패를 역병처럼 피하는 문화는 유턴도 오솔길도 없는 '고속도로'밖에 건설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토목공사 밖에 하지 못한다.

방황하고 우회하고 전쟁에서 패한 뒤에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건 침전의 시간에 벼려진 값진 것이다. 졌다고 좌절하지 말고, 밝을 때가 있으면 어두울 때도 있는 법이다.

그래봐야, 모두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새해는 그냥 형용사에 방점을 찍어 '새로운 해'가 아니라, 동사에 방점을 찍어 '새롭게 하는 해'가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첫 기적/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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