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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좋은 기회는 제목 란에 '좋은 기회'라고 쓰여 있지 않다."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올해는 비핸스(Behance)같은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비핸스는 세계적인 창작자들의 커뮤니티로 전 세계 1,200만 명의 아티스트들이 포트폴리오를 올리는 공간인 동시에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오늘 아침은 비핸스 공동 창업자 중 하나인 스콧 벨스키(Scott Belsky)를 만난다. 그의 메시지는 "할 일을 하라"는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핑계나 수작을 만드는 데 인생의 절반쯤 쓰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절반쯤 된다고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자꾸만 이유를 대면서 미루는 것은 수작에 불과하다. 나쁜 소식을 전하거나 누군가를 해고해야 할 때도 '수작부리지 말고 빨리 할 일을 해!'라고 속삭인다. 실제로 최근에는 나는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모든 시도와 도전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 준다. 자꾸만 달아나려는 몸과 마음을 단번에 확 일깨우는 각성의 메시지를 가진 사람이 결국 원하는 목표를 손에 넣는다." 매일 매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는 것이 일상을 지배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의 또 다른 메시지는 "좋은 기회는 제목 란에 '좋은 기회'라고 쓰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최고의 기회는 처음에는 관심조차 가지 않았던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이 아니라, 밑에 깔린 잠재적 가능성을 먼저 들여 다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기회를 잡고 싶다면 이미 만들어진 것에 합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설립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것에서 오래 머물러야 한다. 거기서 가능성을 발굴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해 진다. 가능성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사방에 가득 들어차 있는 상태가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내 심연에서 힘이 쏟아 오른다. 가능성이 없으면 가능성을 만들면 된다.

우린 지금 세계 경제 순위 12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김영민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 경제 대국이 도달한 지점은 일종의 ‘번 아웃(Burn out)’ 상태다. 다 소진되어 있다. 사람들은 지쳤고, 싫은 것은 도대체 더 할 수 없다. 현 지점에 오기까지 정말 말 그대로 미치거나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김교수의 말을 들어 본다. "이제 종신 고용을 거부하는 직장의 소모품으로 살다가 부실한 사회안전망 속으로 버려지고 싶지 않다. 개처럼 일하며 인생을 살다가 사라진 전 세대처럼 되고 싶은 생각이 이제는 없다. 다수를 참고 견디게 했던 비약적인 경제 성장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산업화의 성장동력은 고갈되어 가고, 민주화의 정치적 상징 자원은 퇴색하고 있으며, 모든 권위는 빠르게 몰락 중이고, 그 몰락을 틈타 사이비 역사 서술이 창궐한다. 소수의 부자와 가난한 노인들이 불안하게 동거하는 소진된 사회가 목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운동가는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오늘 만나고 있는 스콧은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하면, 없는 가능성을 만들어서라도 붙이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으면, 기회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기회는 행운과 같은 것이다. 기회의 여신을, 고대 그리스에서는 '카이로스(Kairos)'라고 했다.

BC 4세기 그리스의 조각가 리시포에 의해  만들어진 대리석 부조작품의 이름이 '카이로스'이다. 앞머리는 무성한데 뒷머리는 대머리이다. 천사처럼 어깨에 날개가 달려 있고 발뒤꿈치에도 날개가 달려있다. 그리스 시인 포세이디포스가 조각상 밑에 다음과 같은 풍자시로 덧붙여 있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간이다./왜 발돋움을 하고 있지? 나는 항상 달리기 때문이지./그럼 발에는 왜 날개가 있나? 나는 바람과 함께 날기 때문이지./오른손에는 왜 면도날을 가지고 있나? 나는 어떤 날카로운 날보다 더 날카롭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이지./머리카락은 왜 얼굴 앞에 걸쳐 놓았지? 나를 만나는 사람이 앞 머리카락을 쉽게 잡도록 하기 위해서지./도대체 뒷머리는 왜 그렇게 대머리인가? 한번 지나가면 날개 달린 발로 빨리 달려가기 때문에 누구도 나의 뒷머리를 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포세이디포스의 시처럼, 기회는 올 때 잡아야 지 지나가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리시포스는 카이로스 부조작품에서 보여준다. 카오스적 시간은 지금이다. 크로노스적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것이지만, 카이로스적 시간은 나 자신의 철저한 의지, 개입 그리고 열정에 의해서만 가능한 시간이다. 크로노스적 시간의 흐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달력을 만들고 첫 달을 모든 것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정월(正月)'이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1월을 '제뉴어리(January)라고 한다. 이 말은 과거와 미래, 전쟁과 평화, 끝과 시작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두 축을 상징하는 의미의 두 얼굴을 담고 있는 야누스(Janus)라는 신의 이름을 담고 있다. 1월은 달력의 크로노스적 시간을 통해서 의미의 시간인 카이로스적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야누스적 시기이다.

기회를 잡는 행운을 만들려면 우리는 유연 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올바른 기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겸손 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그 기회의 때, 아니 순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눈에 띄었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생의 가장 큰 기회는 우리의 일정에 맞추지 않고 온다. 기회는 스스로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스콧은 하루 3 시간을 '집중 작업(deep work)'으로 설정해 놓고 이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들을 한다. 그에 의하면, 집중시간에는 중간에 멈춤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고 계속 일한다는 뜻이다. 이 세 시간을 위해 아무 것도 안하고 남은 하루를 빈둥거리는 보상을 줘도 좋다고 한다. 3시간만 지키면 된다. 하루 3시간만 제대로 일해도 우리는 원하는 대부분을 이룰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1월/윤꽃님

나는 야누스
반은 감성에 살고 반은 이성에 산다
누가 이중의 얼굴을 탓하는가
순백의 물질, 눈 밑엔 언제나
질척한 진흙의 마음이 있는 것을

나는 야누스
반은 꿈에 살고 반은 현실에 산다
하지만 언제나 승리하는 건 현실
리얼리즘이 로맨티시즘을 능가하는가
자아가 본능을 억압하는 것을

나는 우화 속의 여우
그저 저 높이 매달린 잘 익은 포도송이를
시큼할 거라고 자위하며 지나가는
한 마리 여우

겨울과 봄의 길목에서
꿈인 그대여!
철학도 이성도 사그라지는
그대의 품속이여!
힘과 물질이 대단치 않은 곳,
개인과 자유의지가 피어나는
그대의 입 속이여!

그대는 나의 아버지이자 아들
그대는 나의 자궁이자 혀
그대는 나의 과거이자 미래
어쩌면 이것이
그대가 눈부신 이유인지도 모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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