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30일)
지금 우리 사회는 두 세대 간의 갈등이 있다. 이런 식이다.
- 야근이 당연하던 시절의 세대가 보기에, MZ 세대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잊은 세대라는 거다. 예컨대, 긴급 상황에도 ‘칼퇴’를 외치고 정당한 업무 지시에도 ‘꼰대’ 딱지를 붙인다며 억울해한다.
- 반대로, MZ 세대가 보기에, 경제 성장기에 태어나 자산을 독차지한 위 세대는 탐욕의 화신에 자기 무능력을 종종 팀원에게 떠 미는 ‘월급 루팡’이라는 거다. 집에 돌아왔는데도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다. 피곤해 하는 것도 피곤하고, 지치는 것도 지친다는 느낌이 극에 달했을 때, 열심히 살지 말자고 권유하거나, 보람보다 야근 수당을 달라고 하라는 거다.
이 갈등은 ‘성실과 불성실’ ‘공정과 탐욕’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미디어와 정치권이 부추기는 면도 크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르고, 열정과 노동 착취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엔 젊은 꼰대와 나이든 혁신가가 뒤섞여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동안 성실, 노력 같은 미덕이 구시대적 가치로 추락했고, 노력하지 말고 딱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물결이 밀려왔다. 워라밸은 중요하다. 하지만 균형이 ‘대충’을 의미하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자는 말 속의 자기기만 역시 깨달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새해 지키지도 못할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우겠는가?
세계를 여행하면 대한민국처럼 현수막이 많은 곳을 찾기 어렵다. 각자 알려야 할 게 너무 많은 탓이다. 좋게 보면 활력이고, 나쁘게 보면 억울한 갈등이 많은 나라다.
‘갈등’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 덩굴이 엉망으로 뒤엉킨 상태를 말한다. 갈등이 쾌도난마로 단칼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여기서 갈등(葛藤)에 숨어있는 의미를 공유한다.
들판에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칡넝쿨(葛)이다. 이 칡은 다년생 콩과 넝쿨식물로 풀처럼 생겼지만 줄기가 해마다 굵어져 나무로 분류되고 있다. 뿌리는 약용으로 쓰이는데 칡뿌리 또는 갈근(葛根)이라 부르며 칡차로 먹기도 하고 발한에 해열, 해독에 쓰이고 갈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으며 설사 치료의 약(藥)으로 쓰인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종류 중에 등나무(藤)가 있는데 등나무는 콩과로 분류되는 콩과 넝쿨 나무이다. 등나무는 한더위에 그늘을 주고 줄기로 지팡이나 의자를 만들며, 등꽃은 말려 부부 금실에 좋으라고 신혼금침(新婚衾枕)에 넣어주기도 하는데, 봄철에 새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해열에 좋으며 변비에도 탁월하다.
그런데 이 두 식물은 모두가 넝쿨 식물이며 넝쿨 식물의 특성은 혼자 서지 못하고 남을 의지해야만 일어설 수 있다. 또 다른 것을 의지하면서도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간다. 그런데 이 두 식물은 서로 다른 습성(習性)을 가지고 있다. 칡넝쿨은 반드시 우측으로 돌면서 올라가고, 등나무는 반드시 좌측으로 돌면서 올라간다.
성질이 다른 두 식물이 서로 만나게 되면 서로 잘 났다고 우기며 싸우게 된다. 그래서 이를 보고 칡 갈(葛) 자에 등나무 등(藤) 자를 써서 '갈등(葛藤)'이라 했다. 그러니까 갈등이란 의미는 칡 나무와 등나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갈등(葛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의지를 지닌 두 성격의 대립 현상이며, 그 성질에 따라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크게 나뉜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분쟁(紛爭)이라고 한다. 분쟁의 뜻이 갈라져 다투는 거다.
여기서 외적 갈등은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환경 사이의 갈등을 말하며 내적 갈등은 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말함이다. 그러나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동기는 두 식물의 습성 때문이다. 칡넝쿨은 위에서 보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타래처럼 말아 꼬니 우파(右派·오른돌이)이고,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외틀어 오르니 좌파(左派, 왼돌이)이다.
그래서 갈등(葛藤)이란? 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것과 같이
①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적대시하며 일으키는 분쟁
② 상치 되는 견해 따위로 생기는 알력
③ 정신 내부에서 각기 다른 방향의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마찰을 이르는 말이며,
다시 말해 불화(不和), 상충(相衝), 충돌(衝突)이 곧 갈등(葛藤:conflict)이다.
식물의 혈투 또한 동물계 못지않다. 이렇게 칡과 등나무는 죽살이치면서 서로 엇갈리게 뒤틀려 상대를 거침없이 짓누르고 얼기 설기 똬리틀어 자리 다툼을 한다. 그 용틀임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서로 헐뜯고 싸우기는 해도 어느 한편으로는 항상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계에는 많은 넝쿨 식물들이 있는데 그 습성이 뚜렷하다. 칡, 나팔꽃, 메꽃, 박주가리, 새삼, 마 등은 우측으로 도는 우파(右派)이고, 등나무나 인동초, 환삼덩굴은 좌측으로 도는 좌파(左派)이지만 더덕처럼 중도(中道 양손잡이)도 있다. 이렇듯 넝쿨식물은 종류마다 정해진 방향으로 칭칭 처매니 방향을 일부러 바꿔놓아도 다시 원래 제 방향대로 자리를 잡는다.
얽혀진 칡과 등나무도 정해진 방향으로 돌다 보니 서로 짓누르게 된다. 그래서 두 식물은 자연 상태에서는 대부분 함께 있지 않고 한자리에 있더라도 서로 죽이지 않고 각자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칡을 오른손잡이라 치면 등나무는 왼손잡이가 된다. 이처럼 식물의 줄기 감기 말고 사람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다. 전체적으로 오른손잡이가 90%로 남짓이지만 왼손잡이를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으며, 일란성 쌍둥이는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더 크다고 한다.
그렇듯 연체동물의 고둥이나 달팽이도 우파(右派)가 대부분이며, 원자(原子)·분자(分子)도 오른쪽으로 휘말려 있고, 이중나선(二重螺旋)구조인 DNA도 97%가 오른쪽으로 감는 우파(右派)이다. 이렇게 세상은 온통 오른손잡이 차지이다. 왜 오른손잡이가 많은 가에 대해서는 아직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아마도 무서운 유전자의 명령 탓이 아닐는지? 그래서 과학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가 너무 많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싸우되 척(慼) 지지 아니하고 다투되 서로 공존하는 지혜가 칡넝쿨과 등나무에는 있다. 부부도 칡넝쿨과 등나무처럼 서로 얽히고 설키며 산다. 그래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어우르며 합체(合體) 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좌우 갈등이 너무 심하다 못해 척(慼) 지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어려운 시국에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도 극복하기가 힘든 법인데 오히려 좌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사회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고 너를 밟아야 내가 산다는 일념으로 부정한 자 부패한 자를 서슴없이 옹호하며 오로지 권력에만 몰두하고 있다. 옛말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있다. 정의는 잠시 가려질 수는 있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뜻이다. 어서 빨리 갈등의 고리를 풀어 끊고, 화합, 조화, 협력하며 갈등(葛藤)에서 벗어나 상생(相生) 하는 지혜(智慧)를 배워야 한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로 모든 과정이 시스템적으로 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능과 과오를 숨길 곳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폭력을 저지르고도 선한 척 살거나, 일 잘하는 사람에게 묻어가던 '얌체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젊은 세대의 공정은 이제 시대정신이다. 위 세대의 성실과 노력 없는 성장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배울 게 많다." 백영옥 소설가의 주장이다.
이러한 갈등을 뒤로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할 미래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언젠가 적어 두었던 15가지 정책 방향을 공유한다. 이제 그만 싸우고, 다음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꼼꼼하게 읽고 마음에 넣어두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여야 한다.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의 글에서 가져와 갈무리한 것이다.
15가지 정책 제언
1. 빈곤
▫ IMF가 녹색 일자리를 위해, 저소득 국가들에 연간 1조 달러 이상을 할당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이른바 '특별인출권을 통한 투자 창출'이다.
▫ (1인당 소득 1만 달러 미만의) 저소득 국가가 지고 있는 모든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
▫ 저소득 국가의 신생 산업을 보호하고 저소득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남반구-남반구 무역을 촉진해야 한다. 지식재산권 제약을 비롯하여 기술 이전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여 재생에너지와 보건의료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2. 불평등
▫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10%에 대한 세금을 늘려서 국민소득의 40%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강력한 누진세 제도가 필요하다. 불안을 일으키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사치스러운 탄소 소비와 생물 권 소비 문제를 처리하려면 국제 사회에 존재하는 허점을 제거해야 한다.
▫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 심층 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노동자에게는 경제적 보호가 필요하다.
▫ 시민기금을 도입하여 사용료와 배당금 제도를 통해 국민소득, 부, 지구 공유지를 모든 시민에게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
3. 젠더 평등
▫ 모든 소녀와 여성에게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직업과 지도력에서 젠더 평등을 달성해야 한다.
▫ 적절한 연금을 제공해야 한다.
4. 식량
▫ 관련 법을 제정하여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여야 한다.
▫ 재생농업과 지속 가능한 생산력 증대에 대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 지구 한계를 존중하고 건강에 좋은 식단을 장려해야 한다.
5. 에너지
▫ 화석연료 사용을 즉시 퇴출시키는 대신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지금 당장 3배 늘려 연간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 모든 것을 전기화해야 한다.
▫ 대규모 에너지 저장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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