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14일)
올빼미가 비둘기를 만났는데, 비둘기가 묻기를 "너 어디 가니?" 하니까, 올빼미는 "난 동쪽으로 이사를 가려 해"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사자성어로 말하면, "아장동사(我將東徙)"이다. 이 말은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치려고 하지는 않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 되었다. 비둘기가 "왜 동쪽으로 이사 가려고 해" 하니까, 올빼미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의 우는 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동쪽으로 이사한다"고 대답했다. 비둘기는 "자네는 울음소리를 고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울음 소리를 고칠 수 없다면 동쪽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자네의 소리를 싫어하는 것이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옛날부터 자신이 잘못해 놓고도 항상 "아장동사"하며 남의 탓만 찾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이 안되었을 때 무엇이 잘못 되었을 때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태도는 비겁한 행동이다. 자기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결코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마침 <교수신문>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사장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1위로 선정했다. 이 말은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2위와 3위도 내 생각과 같다. 2위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이다. 이 말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3위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이다. 이 말은 '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을 뜻한다. 그 외, 문과수비(文過遂非). 이 말은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 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뜻이다. 이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꾸며 합리화하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하는 것을 뜻한다. 그 다음은 "군맹무상(群盲撫象). 이 말은 '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는 것으로,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한다'는 뜻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욕개미창"이 좋다. 사실 뛰어난 재능은 애쓰지 않아도 돋보인다. 주머니에 송곳을 넣어두면 날카로운 끝이 밖으로 빠져 나오듯이 말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이다. 들추지 않아도 절로 나타나는 게 재능 뿐일까? 잘못도 그렇다. 아니, 덮으려 할수록 더욱더 환히 드러난다. 이를 뜻하는 고사성어가 "욕개미창(欲蓋彌彰)"이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이다. 주나라 남땅의 영주 흑굉이 노나라에 투항하면서 땅을 바치자, 공자의 제자이자 노나라 사관인 좌구명은 그를 준엄히 탓했다. 자기 나라에 항복한 자인데도 말이다. “흑굉 같은 천한 자의 이름을 굳이 기록하는 것은 영토를 팔아먹는 불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면서 뭐라고 했느냐면, “명성을 추구했음에도 이름을 남기지 않거나 오명을 덮으려 했음에도 더 훤히 드러내는 것, 이는 불의를 벌하기 위함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사방에 눈이 있고, 내뱉은 몇 마디가 기사가 되는 세상이다. 덮는 게 결코 능사가 아니다.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동화 <<피노키오>>에서 주인공은 요정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러자 피노키오의 코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거짓말이 더해질수록 코는 점점 길어져 가지까지 생겨나 새들이 둥지를 트는 지경에 이른다.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거짓말에는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이 있고,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거짓말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곧 꼬리가 잡힌다는 의미이다. 후자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면서 계속 코처럼 자라는 현상을 가리킨다. 자꾸 커지기 때문에 절대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링컨의 다음과 같은 말이 소환된다. "모든 사람은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고 일부를 영원히 속일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서양에서는 거짓을 코에 비유했다면, 동양에서는 귀와 밀접한 것으로 여겼다. 한자 '부끄러울 치(恥)'는 귀 이(耳)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말이다. 거짓말을 할 때 마음에 죄책감이 생겨 귀가 붉어지는 것이 부끄러움이라는 뜻이다. 마음과 연결된 귀를 활짝 열고 내면이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부끄러움을 알 수 있다는 얘기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에 의하면, 현실을 부정하고 과학을 무시하며 가짜 진실을 좇아서 오류에 빠지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5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1. 음모론에 집착하고,
2. 자기주장에 맞는 증거만 선별해서 받아들이고,
3. 가짜 전문가들에 의존하고,
4. ‘백신이 100% 안전한가’와 같은 과학에 대한 불가능한 기대치를 주문하고,
5. 비논리적 사고를 고수한다.
이들이 결코 무지하거나 비이성이어서가 아니다. 이들이 공부를 덜 해서 기후변화 같은 명백한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이들도 충분히 똑똑하다는 거다. 다만, 이들에겐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믿음과 주장을, 즉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증명할 때만 한정해서 지성을 사용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이들은 자신의 오류를 지적하면 분개하고, 타인의 사소한 잘못은 힘써 과장한다. 대안 사실에 집착하면서 자기 신념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들과 대화하는 일은 무척 힘들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를 방치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오류가 빠르게 퍼져나가 사회 전체를 썩게 만든다. 히틀러의 잘못된 주장과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힘을 얻도록 내버려 둔 결과는 전쟁과 학살이었다.
오늘 아침은 정호승 시인의 <어느 소나무의 말씀>을 듣고 싶다. 아침 사진은 <2022 대전국제아트쇼>에 찍은 거다.
어느 소나무의 말씀/정호승
밥그릇을 먹지 말고 밥을 먹거라
돈은 평생 낙엽처럼 보거라
늘 들고 다니는
결코 내려놓지 않는
잣대는 내려놓고
가슴속에 한 가지 그리움을 품어라
마음 한번 잘 먹으면 북두칠성도 굽어보신다
봄이 오면 눈 녹은 물에 눈을 씻고
쑥과 쑥부쟁이라도 구분하고
가끔 친구들과 막걸리나 마시고
소나무 아래 잠들어라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유성관광두레 #사진하나_시하나 #정호승 #과이불개 #욕개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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