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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삽질의 정수(精髓)란 그 우직함과 그 정직함에 있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니체의 핵심 사상은 고단한 운명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했던 그리스 로마의 강건한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정신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시키는 것이다.

그 반대가 '비열하고 천박한 기회주의의 정신'이다. 다시 말하면, 안락하게만 인생을 살려는 정신을 말한다.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은 정신력과 생명력의 고양을 위해 적어도 자신과 대등하거나 강한 자들과 투쟁하는 험난한 운명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과 안락을 위해서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약한 자들을 뜯어 먹는 안이한 운명을 선택하는 자들이다.

삽질은 한 삽에 한 삽을 더해야 하는 묵묵하고 막막한 일이다. 삽질의 정수(精髓)란 그 우직함과 그 정직함에 있다. 그 정직함을 배반할 때 삽은 무기가 되기도 한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것과 저무는 것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2018년의 아픔들을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내 운명과 "위험하게 싸우"(니체)고 싶다. 그래 내년에도 나의 삽질은 계속될 것이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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