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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시간과 공간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책 『콰이어트(Quiet)』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전 케인(Susan Cain)을 만난다. 그녀는 인문적인 삶을 살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더 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좌절하지 말고, 시간을 내어 바깥으로 나가라는 말이다. 삶에는 두 가지가 있다. 원하는 삶과 감수하는 삶. 한번 뿐인 인생을 그저 감수나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면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갖고 걸으면서 숙고해라. 그러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시간과 공간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탁월한 결과를 얻는 지혜도 그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수전 케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글을 잘 쓰는 데는 재능과 작문 기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있다면 누구나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생각과 철학을 문장 들 속에 풀어 놓을 수 있다. 시간이야 말로 가장 창조적인 편집자이다." 탁월한 결과를 얻으려면 결과에 상관 없이 우리는 시간에 투자를 해야 한다. 간단한 지혜인데, 우리는 그걸 잘 잊는다. 그러면서 늘 초초해 하고 조급해 한다. 나는 그런 경우에 이 기도를 바친다.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니버의 기도>이다. 이걸 한문으로 하면 다음과 같이 세 자로 요약할 수 있다. 정(靜), 용(勇), 지(智). 여기서 차분함은 '조급해 하지 않음'이다.

공자도 조급함을 경계했다. 성인은 하루 종일 움직여도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리더는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신중하고, 자중하는 길은 절제할 줄 아는 것이다. 절제는 할 수 없어서 참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참는 것이다. 고대에 군주가 궁궐 밖으로 행차를 할 때는 항상 군주가 탄 수레의 뒤에 '치중(輜重)'이라는 무거운 짐수레를 달고 다녔다고 한다. 군주는 항상 신중하여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본이고 고요한 것은 조급한 것의 임금이다." "가벼우면 근본을 상실하고 조급하면 임금 자리를 잃는다." 자중한다는 것은 지구의 중력과 함께 하며, 우주의 진리에 순종한다는 것이다.

나는 고병권 선생의 다음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초조함을 몰아내려는 치열한 노력이 철학이라고, 철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학 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신적 우회이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반추하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철학, 즉 인문학은 삶의 정신적 우회라는 말이 멋지다. 삶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말이라고 본다. 이 세 표현이 잘 말해준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다 시간의 문제이다.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일 앞에서 초조해 하고 조급해 한다.

그리고 수전 케인은 인생을 수입의 시간과 지출의 시간으로 나누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지출의 시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기댈 수 있는 '재정적 쿠션'을 만드는 일이"라고 그녀는 충고한다. 수입이 있어야 창조적인 삶을 꿈꾸고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돈을 벌고 인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배운다는 태도를 갖는다면 한결 수입의 시기를 견디기가 쉬울 것이다. 위험한 것은 수입도 아니고, 지출도 아닌 모호한 삶을 계속 사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나머지는 시간에 맡기라고 한다. 시간이야 말로 우리에게 더 나은 삶, 더 창의적인 결과를 선물하는 지혜로운 코치라는 것이다.

나도 충분히 시간을 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다. 이런 생각으로 연말과 연시를 보내고 있다. 오늘은, 오래 전부터 한 달에 한번 씩 이어져 오고 있는, "예~~~~술" 만남이 있는 날이다. 그날마다 생각한다. 한 달 참 빨리 간다. 그리고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옛 수필반 교수님 그리고 형님과 누님이 만나 '주님'을 모시며 송년 모임을 할 계획이다. 매일 저녁 '주님'과 함께 한다. 오늘은 낮부터 '주님'을 만난다. 오늘 아침 시처럼, 좋은 하루를 하나씩 쌓아 좋은 삶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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