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얼마 전, 아버지 부시가 돌아가시자 아들 부시는 트위터로 이렇게 발표하였다. "젭과 밀, 마빈, 도로와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경이로운 94년을 보낸 뒤 돌아가셨음을 슬픈 마음으로 발표한다." "그는 아들, 딸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아버지이자 최고의 인물이었다." 나도 죽으면 내 딸, 나를 알던 가까운 사람들이 '좋고 최고의' 인물이라고 말할까? 내 아버지는 그러셨다.
어제는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9주년이 되는 기일이었다. 그래 고향에 다녀왔다. 김현승 시인의 시처럼, 내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었고, 내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셨다. "못"처럼, 가장으로 자식들을 받쳐 주셨지만, 정작 본인은 둥지에 앉지 못하는 새와 같으셨다.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나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한 부분으로 함께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고 존재를 느꼈다면, 그건 기억이다. 아버지가 나에게 준 영향이다. 그러니 나도 죽고 나면, 다른 이들이 나를 편안하게 기억한다면, 나는 잘 살다 간 것이다. '멋지고, 괜찮은' 아버지이셨다.
못/정호승
벽에 박아두었던 못을 뺀다
벽을 빠져나오면서 못이 구부러진다
구부러진 못을 그대로 둔다
구부러진 못을 망치로 억지로 펴서
다시 쾅쾅 벽에 못질하던 때가 있었으나
구부러진 못의 병들고 녹슨 가슴을
애써 헝겊으로 닦아놓는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늙은 아버지
공중목욕탕으로 모시고 가서
때밀이용 침상 위에 눕혀놓는
구부러진 못이다 아버지도
때밀이 청년이 벌거벗은 아버지를 펴려고 해도
더 이상 펴지지 않는다
아버지도 한때 벽에 박혀 녹이 슬도록
모든 무게를 견뎌냈으나
벽을 빠져나오면서 그만
구부러진 못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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