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12일)
어제 약속한 대로, <<마음 챙김(mindfulness)>> 이야기를 한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 쪽 장군은 미하일 쿠투조프였다. 당시 나폴레옹은 대가로 어떠한 인명 피해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러시아를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나폴레옹의 위험한 마인드세트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대안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고, 그의 결심은 확고부동했다. 그의 상대인 쿠투조프는 노련한 군인이었다. 나폴레옹 군대가 진군해오자 그는 러시아군을 후퇴시켰고, 그 다음 조금 더 후퇴시켰다. 나폴레옹은 계속해서 러시아 안으로 밀고 들어갔고, 따라서 병참선에서 점점 멀어졌다. 결국 쿠투조프가 예상했던 대로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강력한 동맹군과 마주쳤다. 게다가 당시 러시아는 겨울이었다. 프랑스군은 이제 추위와 바람, 눈과 얼음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이 마침내 모스크바 점령이라는, 그가 사로잡혀 있던 유일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곳에는 정복할 대상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침략군을 맞이한 것은 불에 탄 도시였다. 러시아인들이 그들의 신성한 도시에 불을 지르고 떠난 것이다. 바로 그 때 쿠투조프는, 불에 탄 도시와 혹독한 겨울로부터 퇴각하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던 나폴레옹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하여 러시아에게 승리를 안겼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쿠투조프] 그는 사과가 파랄 때는 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 익으면 저절로 떨어질 터인데, 덜 익은 것을 억지로 따면 사과도 버리고 나무도 상하고 신맛에 입도 불쾌해 진다."
이런 쿠투조프에게서 엘렌 랭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마음 챙김 상태의 핵심적 특성을 발견하였다.
1. 새로운 범주를 만든다.
2. 새로운 정보에 대해 개방적이다.
3. 상황을 한 가지 관점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러시아를 정복하겠다는 나폴레옹의 집착은 맹목적이었다. 그걸 우리는 '마음 놓침' 상태라 한다. 반대로 '마음 챙김'의 상태에 있는 쿠투조프는 융통성이 있었던 반면 나폴레옹은 없었다.
1. 일반적으로 도시 하나를 소개(疏開)하는 일은 패배의 범주에 들지만, 쿠투조프에게 그것은 한 가지 계략이었다.
2. 쿠투조프는 나폴레옹의 진군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웠지만 나폴레옹은 상대편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3. 나폴레옹이 프랑스군의 신속한 진군과 모스크바 점령을 적지 정복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본 반면, 쿠투조프는 시기적으로 겨울이고 병참선에서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의 '침공'은 비참한 패배로 끝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마음 챙김'은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힘을 보태 준다는 거다. (1) 새 범주를 만들어 내는 능력 (2) 새 정보를 받아들이는 균형 감각 (3) 다양한 관점을 대하는 태도의 개방성.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 아침으로 넘긴다. 대신 평소에 나의 마음 챙김 방식을 공유한다.
<<장자>> 제5편 "덕충부"에서 장자는 형벌로 발이 잘린 왕태를 빌려 다가, 용심(用心, 마음 씀)의 길을 다음과 같이 알려 주었다. 이게 나의 마음 챙김 방식이다.
1. 생사(生死, 삶과 죽음)에 초연하는 거다. '생사초연(生死超然)', 즉 '살고 죽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2. 천지개벽 같은 상황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꿈쩍하지 않는 의연하고 의젓한 사람으로 사는 거다. 나는 '태연자약(泰然自若)'으로 마음을 챙긴다.
3. 거짓이 없는 경지를 꿰뚫어 보고(審乎無假 심호무가), 사물의 변화에 결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무가(無假)는 '거짓이 없는 것'으로 완벽한 경지, 궁극 실체의 경지를 뜻한다. 즉 '가짜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심(審)자에 방점을 찍는다. '숙고하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면 '불여물천(不與物遷)',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4. 변화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즉 '명물지화(命物之化)'하고, "이수기종야(而守其宗也)"한다. '사물의 변화를 천명에 맡긴 채, 도의 근본을 지키는 것'이다. 같이 책을 읽는 우경은 '도의 근본'을 "불리지당지극(不離至當之極)"이라 알려 주었다. 마음 씀은 '지극히 마땅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5.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부정제(馬不停蹄)'라는 사자 성어를 늘 기억한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배우는 사람은 '사고의 굽'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 나는 늘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는 자주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잘 잊는다. 그래 임무를 깨워줄 학교를 만드는 거다. 내 아침 글쓰기도 일종의 학교이다. 인생이란 학교의 특징은 '무작위(無作爲)'이다. 내가 예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곤 한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무작위'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정한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목표를 위해 매일 훈련하며 정진하는 사람에게, 일상의 난제들은 오히려 그들을 더 고결하고 숭고하게 만드는 스승들이 된다. “누가 지혜로운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일상의 난제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배울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무료로 가르쳐 준다. 그들의 가르침은,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부드럽게 만든다. 나의 말과 행동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람과 사물에 친절하게 응대하게 유도한다. 인생이란 학교(學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이해(理解)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선, 심지어 원수의 시선으로 그 난제에 대한 나의 반응을 관찰하는 냉정(冷靜)이다. 나는 난제들을 해결(解決)할 수 없지만 해소(解消)할 수 있다. 낮은 곳에 있는 물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없고, 선악을 구별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지혜를 가르칠 수 없고,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태권도를 시작한 초보자가 사범을 훈련시킬 수 없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 특히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인생의 난제들이 나를 고양시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그래도 마음은 어렵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아침 사진은 어제 점심 식사 후, 하늘을 보며 산책하다 찍은 것이다.
마음이 왜 이럴까/서정홍
엄마는 별것도 아닌 일로
나한테 화를 막 내놓고
금세 까먹는다
그런데 지난 해 나한테
가방 사준 거,
특별 용돈 준 거,
이런 거는 절대 안 까먹는다
나는 별 것도 아닌 일로
엄마가 나한테 화 낸 거는
절대 안 까먹는다
그런데 지난 해 나한테
가방사준 거,
특별 용돈 준 거,
이런 거는 금세 까먹는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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