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빅터 프랭클의 『죽음 수용소에서』에도 인문운동가가 꿈꾸는 대목이 있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마라. 성공에 초점을 맞추면 맞출수록 그것에서 더욱 더 멀어질 뿐이다. 성공이나 행복은 의도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에 무관심함으로써 그것이 저절로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나는 당신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확실하게 행동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성공이 찾아오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어제 아침 글쓰기에서 소로가 말했던 것처럼, 인문운동가가 꿈꾸는 것은 우리의 삶을 단순하게, 자립하여, 타인에게 관대하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사는 일이다. 그리고 키케로의 말처럼,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한다. 오늘 아침에는 배철현 선생의 글에서 읽은 "다모클레스의 칼"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고대 그리스의 한 왕궁에 다모클레스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사람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자였다. 그는 언제나 지신의 왕 디오니시우스 2세의 자리를 탐내며 부러워 했다. 그러자 왕은 권력의 단맛만 알고 책임을 모르는 대신 다모클레스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왕은 자신의 신하에게 권력의 참 맛을 알려주기 위해, 왕좌 위에 말꼬리 털 한 가닥으로 커다란 칼을 머리 위에 묶어 놓았다. 왕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수많은 정적들의 암살을 걱정하며 하루도 편하게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왕좌에 앉게 된 다모클레스도 한 순간도 편하게 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권력을, 아니 돈이나 명예를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누린다는 것은, 그 많은 걱정, 근심 그리고 위험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 인문운동가인 나는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꿈꾼다. 안빈낙도는 산 속으로 들어가서, 비록 가난하더라도 걱정 하나 없이 맘 편히 지내는 일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말은 '낙도(樂道)'이다. '안빈(安貧)'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볍게 사용하면, 삶 속에서 안빈낙도의 정신을 생산하지 못한다.
안빈낙도라는 말은 『논어』의 "옹야" 편에서 제자 안회를 평하는 다음 문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안회야, 너 참 대단하구나! 한 바구니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끼니를 때우고, 누추한 거리에서 구차하게 지내는 것을 딴 사람 같으면 우울해하고 아주 힘들어 할 터인데, 너는 그렇게 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워하는 바를 달리하지 않으니 정말 대단하구나!"
가난함을 즐기는 태도보다, 가난함 속에서도 마음이 변하여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지 않고, 그 가난함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다. 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인 것에 탓을 하거나 원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중심을 굳건하게 잡은 후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라. 좋은 인생은 늘 발 밑에서 발견된다.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라. 좋은 날을 하나씩 쌓아 좋은 인생을 만들어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충분하다. 시간 잘 간다. 벌써 12월도 반이 지났다. 오늘 아침 사진은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도로 공원)에서 찍은 쓸쓸한 겨울 풍경이다.
12월/황지우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의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황지우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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