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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음악이란 쉴 곳 모르는 마음의 피난처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새통사"에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음악이란 쉴 곳 모르는 마음의 피난처라고 생각한다. 언어로 사유하고 언어로 욕망하는 우리 인간에게, 언어는 가끔 사심없이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욕망과 결핍을 자극하는 폭주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를 잠시 언어에서 탈출 시켜, 박자와 음정이 인도하는 무한한 감성의 세계로 이끄는 음악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어떤 음악은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지나친 욕심을 씻겨준다. 그리고 오직 '사랑하는 존재'로서 내 삶을 가꾸겠다는 든든한 결심이, 불안에 휩싸인 영혼을 음악이 달래 준다.

사람의 다섯가지 감각 중에서 가장 무딘 것이 '청각'이다. 그런데 그 '귀'가 '트이면' 다른 감각기관으로는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래 시인은 "내 세상 뜰 때", 빗소리를 듣기 위해 귀만 그냥 두고 가겠다고 한다. 손과 발과 입과 눈은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세상을 귀로 읽으려는 귀한 자세이다.

귀를 열고 세상의 여러 소리를 듣는 행위는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난 그런 차원에서 음악을 읽거나, 창에 귀를 대고 밖의 소리를 읽는다. 고요한 새벽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읽힌다.

풍장·27/황동규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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