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10일)
몇 일동안, 아침 <인문 일지>에서 손웅정(손흥민 아버지)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을 읽고 있다. 오늘 아침은, 어제에 이어, '기회'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살면서 기본을 잘 갖추면, 기회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비핸스 공동 창업자 중 하나인 스콧 벨스키(Scott Belsky)는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하면, 없는 가능성을 만들어서라도 붙이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으면, 기회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기회는 행운과 같은 것이다. 기회의 여신을, 고대 그리스에서는 '카이로스(Kairos)'라고 했다. 비핸스(Behance)는 세계적인 창작자들의 커뮤니티로 전 세계 1,200만 명의 아티스트들이 포트폴리오를 올리는 공간인 동시에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BC 4세기 그리스의 조각가 리시포스에 의해 만들어진 대리석 부조작품의 이름이 '카이로스'이다. 앞머리는 무성한데 뒷머리는 대머리이다. 천사처럼 어깨에 날개가 달려 있고 발뒤꿈치에도 날개가 달려있다. 그리스 시인 포세이디포스가 조각상 밑에 다음과 같은 풍자시로 덧붙여 있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간이다/왜 발돋움을 하고 있지? 나는 항상 달리기 때문이지/그럼 발에는 왜 날개가 있나? 나는 바람과 함께 날기 때문이지/오른손에는 왜 면도날을 가지고 있나? 나는 어떤 날카로운 날보다 더 날카롭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이지./머리카락은 왜 얼굴 앞에 걸쳐 놓았지? 나를 만나는 사람이 앞 머리카락을 쉽게 잡도록 하기 위해서지/도대체 뒷머리는 왜 그렇게 대머리인가? 한번 지나가면 날개 달린 발로 빨리 달려가기 때문에 누구도 나의 뒷머리를 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포세이디포스의 시처럼, 기회는 올 때 잡아야 지 지나가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리시포스는 카이로스 부조작품에서 보여준다. 이 형상은 인생에서 찾아오는 기회와 타이밍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기회는 늘 조용하고 수줍게 찾아왔다 날쌘 토끼처럼 순식간에 도망간다. 삶은 몇 번의 기회를 준다. 무심하게, 혹은 성물처럼, 그 기회를 잡는 자와 흘려 보내는 자가 있을 뿐이다. 기회를 잡는 행운을 만들려면 우리는 유연 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올바른 기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겸손 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그 기회의 때, 아니 순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눈에 띄었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생의 가장 큰 기회는 우리의 일정에 맞추지 않고 온다. 기회는 스스로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걸 밀어붙여야 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재주나 노력은 삼 할 정도이고, 운의 몫이 칠 할이다. 그게 삶이다. '운칠기삼'이 이루어지려면 필요한 것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3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1) 기다림: 조급함을 멀리하고 평정과 인내를 바탕 삼아서 돌고 도는 운세가 자기에게 도착할 때를 참고 기다린다. 이 때 이루어지는 '자기와의 싸움'이 중요하다. 이때 사욕(私慾)이나 과욕을 조심해야 한다. 오직 기적만 기다리는 자에게는 운이 오지 않는다.
(2) 믿음에 대한 믿음, 이를 우리는 염력(念力)이라 한다. 이를 '굳은 의지'라고도 한다. '운 칠'의 세계에도 염력이라는 중화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균형이 이루어진다. 염력의 주문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이다. 그러면서 일기장에 실패는 지우고, 성공만 기록하며 그 주문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장면을 기록하고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3) 투신(投身), 즉 몸 던지기이다. 헌신(獻身)의 의미를 가진다. '상대의 목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내 뼈 하나쯤은 줄 수 있다'는 각오로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 경지를 모르는 사람은 돌고 도는 운세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 어쩌다 얻게 되는 짧은 행운은 오히려 인생의 독소가 될 수도 있다. 그건 마약과 같다. 잠시 그 시간이 지나면 연이어 닥치는 긴 불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우리가 누리는 이 하루는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다. 신선한 공기, 따뜻한 햇살, 사랑하는 이의 웃음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도 마찬가지이다. 산다는 것은 날마다 곡예와 같다. 그리고 쏜 화살과도 같다. 그렇기에 귀중하다. 그러니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 매일 운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흥민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묵묵히 훈련하는 것, 모든 운동 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호랑이가 장난감 수준인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한다 하더라도 숨통을 끊을 때까지 '장난'은 없다. 적을 무시하고 약하게 볼 때가 가장 위험한 단계이다. 상대가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도, 손흥민의 아버지처럼,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 불편하지 않게 사는' 거다. "오늘 하루를 양심껏 살았으면 저녁에 발 뻗고 잘 수 있다. 간단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 된다." 그의 말이다. 누군가 내 영혼을 짓밟으며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아니요"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 욕심을 내려놓은 사람, 바라는 게 없는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쓸 거 없다. 그로부터, 나는 "남의 말 사흘 못 간다"는 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없는 말, 과장된 말, 악의적인 말들의 홍수 속에서 휩쓸리고 흔들리고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며, 그는 "큰 길가에 집 못 짓는다"는 말도 했다. 큰 길가에 집을 짓다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거들겠는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중심을 가지고 있느냐 이다.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확신이 있느냐 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투명하고 진정성 잇고 일관된 삶을 살도록 노력하되, 어떤 상황에서도 강한 멘탈을 유지해야 한다." 배짱과 자신감 그리고 감사와 겸손 말이다. 이건 동전의 양면이 아니다. 한쪽 면이 보이면 다른 한쪽 면이 가려지는 것이 아닌, 두 가지면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은 한국 일보 이주형 기자의 글이다. "이번 월드컵은 적어도 나에게 '손흥민의 그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그 순간'은 물론 '꺾이지 않는 마음'의 순간이기도 했지만, 나는 약간 다르게 느꼈다. 우루과이의 코너킥을 수비수 김문환이 머리로 걷어 낸 공을 잡은 손흥민은 특유의 드리블로 약 70m를 질주하면서 총 3번을 뒤돌아 본다. 우리 진영에서 한 번, 중앙선 부근에서 한 번, 그리고 마지막 상대 진영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한 번. 나는 거기서 망설이는 마음, 머뭇거리는 마음, 그리고 끝내는 헤.아.리.는. 마.음.을 본다. 조별 리그 베스트 어시스트(폭스 스포츠)로도 뽑힌 손흥민의 최후의 패스는 '위대하고 단호한 결단'이었지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결연하게 스타카토 리듬으로 찔러주는 장면을 다시 확인해보시길) 나는 그 짧은 순간에 펼쳐지는 여러 개의 평행우주를 느꼈고, 그걸 하나의 우주로 통합해낸 축구 장인의 모습에 전율했다. 그 순간만큼은 축구의 신이 손흥민에게 재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난 어떻게 그걸 글로 써야 하나 아쉬워 했는데, 그런 멋진 순간을 멋진 글로 쓴 이주형 기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너무 멋진 순간이고, 그걸 멋지게 글로 표현한 이 기자의 글은 나 혼자 읽기가 아쉬워 길지만, 공유한다.
"BBC스포츠에서 이 경기를 중계하던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리오 퍼디난드와 전 토트넘 감독 포체티노도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완벽한 세기로 패스할 곳을 찾아냈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16강 진출이 거의 좌절되기 직전인 후반 추가 시간- 적진에 혼자 뛰어 들어간 손흥민은 앞 뒤로 7명의 수비수에 둘러싸여 사실상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였다. 이 순간 손흥민의 머리 속에는 온갖 상념들이 스쳐 갔을 것이다. 공을 키핑하면서 시간을 끌 것이냐, 한번 더 돌파를 시도할 것이냐, 아니면 어떻게든 슛을 때릴 것이냐 (그 위치는 ‘손흥민 존’과 비교적 가까웠고 그는 ‘킬러’다. 그 자신도 알고 있다) 마스크를 써서 시야도 불편했을 손흥민은 마지막으로 힐끗 뒤를 돌아봤다. 황희찬이 달려오고 있었다. 황희찬이 달려오는 타이밍에 맞는 패스를 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지만, 세 명의 수비수가 앞에서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에 전진 패스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잠시 볼을 잡고 기다리던 손흥민은 수비수 다리 사이로(!) 정확한 타이밍에 황희찬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그것은 16강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기도 했지만 끝내는 '헤아리는 마음'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자신도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상황임을, 동료를 믿고 반드시 이 볼을 전달해야 할 상황임을, 이것이 사실상 한국팀의 마지막 기회임을, 손흥민은 찰나의 순간에 헤아렸다. 그 패스는 그래서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선수만이 해낼 수 있는 패스였다. ‘고트(GreatestOfAllTime)’를 노리고 메시를 제칠 욕심만 가득 했던 호날두는 할 수 없는 패스였다."
"ESPN은 이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 순간 역습을 이어 나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축구 지능,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올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침착함,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그 사이로 패스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거기까지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전부라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 바로 그 순간이 훌륭함과 위대함을 가르는 짧은 순간이었다." 스포츠는 종종 '각본없는 드라마'로 불린다. 그런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 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인사이드 킥 패스는 정말이지 '영화적인 순간'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 그 미장센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그 순간이 영웅적인 순간이어서가 아니라 헤아리는 마음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 아버지 손웅정의 마음과 손에서 나온 거라는 것을 그의 책을 읽고 공유하며, 확신한다. 아버지만 생각하면, 소환되는 시를 오늘 아침 공유한다.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유성관광두레 #사진하나_시하나 #김현승 #기회 #손흥민의_그_순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폭력은 빠르고 강한 자가 느리고 약한 자를 짓밟고 먹이로 삼는 수단이다. (0) | 2025.12.14 |
|---|---|
| 위험한 사상이란 없다. 사유하지 않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1) | 2025.12.13 |
| 현재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 (0) | 2025.12.13 |
| 유전자로만 보면, 인간과 원숭이 사이에는 약 2%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1) | 2025.12.13 |
| 신과 인간이 다른 차이는 '신은 죽지 않는다'이다. (1) | 2025.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