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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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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만 재생의 희망이 있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하나, 생각 하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가 나오는 T S 엘리엇의 라는 시는 다 읽으려면 무지 길다. 그런데 그 시를 요약하면 이런 말이다. "살아도 죽은 상태로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아예 죽으라. 그럼으로써 부활하라." 내가 좋아하는 담론이다. 술을 마시는 이유도 죽기 위해서이다. 왜? 그래야 다시 부활하니까. 이 시는 본격적인 시가 시작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글귀로 시작한다. "나는 쿠마이의 무녀가 항아리에 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소/아이들이 시빌레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시빌레는 그리스 말로 "죽고 싶소"고 대답하더란다."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던 무녀 시빌레가 있었다. 신에게 오래 사는 것을 소원으로 말해 얻어 냈지만, 늙지 않고 오..
정부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 박수소리 시대정신 "정부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이라는 토크빌의 말을 다시금 인용하지 않더라고, 민주주의의 성숙은 국민의 성숙, 민주의식의 성숙 없이 가능하지 않다. 국민이 시민이 되지 못하고 신민으로 남아 있을 때 성숙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오래 전에 노트에 적어 두었던 소설가 한창훈의 글이 생각 나 다시 옮겨본다. "단지 생활에 필요한 양질의 규칙과 정책을 만들어 제시하면 우리는 그것을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다. 신뢰가 깨지는 것은 그들이 잘못되거나 엉뚱한 것을 제시한 다음 따르라고 윽박지르기 때문이다. 질서는 윽박에서 오는 게 아니다. 윽박의 질서는 군대의 형식이다. 그나마 군대도 숱한 사고와 희생을 겪고 나서야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쓸모 없는" 교육을 위하여 교육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3) "쓸모 없는" 교육을 위하여 '쓸데 없는' 짓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도 삶의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 너무 효율이니 효용이니 하며 쓸모있는 일만 하여야 한다고 교육받아와서 쓸모 없는 일을 했을 때 필요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오늘 '술' 푸고 싶다. 슬픈 이 사회의 자화상 앞에서. 세상은 꼭 소용있는 일만 한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 얌체처럼 산다고 잘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바보처럼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도 결코 손해만 보는 일이 아니다. 교육에서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당장의 스펙이나 성공에 도움을 주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나 학습들이 많다. 교육의 현장에고 효용성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너무 퍼져있어 문..
고전을 읽으며, 철학적 시선, 지성적인 힘을 키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참나'를 찾는 여행 좋은 와인 한 모금은 우리의 몸과 마음 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다. 왜? 만족스러운 느낌이나 맛 그리고 즐거움과 재미를 주니까. 그 재미와 쾌락만이 지성이 굳고, 이성이 굳고, 이론이 경직되는 일을 막기 때문이다. 여가와 놀이가 제공하는 재미와 즐거움이 인간 존재의 더 깊은 중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심은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려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까지도 부단히 들락거리는 중심이어야 한다. 여가마저도 중심으로 건축되어 도달해야 할 것, 발견되어야 할 것,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남는다면 이것도 삶의 재앙이다. 고전을 읽으며, 철학적 시선, 지성적인 힘을 키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난 와인바를 운영하며 즐겁고 재미 있는 생활을 한다...
쓸모 없는 짓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하나 문장 하나 살다보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는 눈을 감을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자세히 말을 듣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건성으로 듣고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많이 알면 말하고 싶고, 또 그것에 대해 말을 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그래서 4대가 한 집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우리집 가훈은 "봐도 못 본척, 들어도 못들은 척하며 각자 자기 할일을 하자"였다. 그리고 인생에서 앞만 보지 말고, 한 눈 팔고 사는 것도 필요하다. 쓸모 없는 짓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 너무 효율성만 따지면 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 일본의 선승인 모리에 센안의 묘비명처럼, 틈나는대로, 건강이 허락는대로 술을 마시며 즐겁게 살다 갈 것이다. 그의..
누구든지 수양을 중단하면 생명보다 인격이 먼저 죽는다. '참나'를 찾는 여행"'인격 수양'의 수양은 '다듬고 기른다'는 뜻입니다. 인격은 화초와 같아 정성껏 가꾸면 잘 자라 꽃을 피우지만, 방치하면 말라 죽습니다. 누구든지 수양을 중단하면 생명보다 인격이 먼저 죽습니다. '인격' 없는 노인이 많은 이유입니다." (전우용) 동의합니다. 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하늘이 우리에게 본성을 주었는데, 즉 인간의 격을 말해 주었는 데,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이 '길(도)'라고 했지요. 그 길은 우리가 인간으로 품격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날들이 그 '길(도)'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도'를 잘 '다듬고 기르는' 것이(수도가) 교(공부)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
대학 신입생들에게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자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입시 이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용인되던(혹은 그렇게 하도록 강요되던) 개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갈 자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올바른 사회에 대한 고민, 둘째로는 진정한 ‘나’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 공부는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능에 목숨 걸고, 수능으로 결판나는 사회에서 우리는 ‘나’라는 존재가 속해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더 바람직하고, 옳을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설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이젠 많이 경험하고, 내 ..
"그래도 되는 사회"에서 "그러면 안 되는 사회"로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질문: 노동친화적인 프랑스 기업이 한국에 오면 왜 노동착취를 하는 기업으로 바뀌는가? 답: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프랑스에서는 안 된다. 왜? "거기서는 그러면 안 되니까".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최규석 작가의 웹툰 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 이수인 과장이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권 교육에 대해 강의하던 노동운동가 구고신 소장에게 묻는다. “저기… 프랑스 사회는 노조에 우호적인 것 같은데,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구고신 소장이 명쾌하게 답한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