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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대학 신입생들에게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자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입시 이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용인되던(혹은 그렇게 하도록 강요되던) 개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갈 자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올바른 사회에 대한 고민, 둘째로는 진정한 ‘나’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 공부는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능에 목숨 걸고, 수능으로 결판나는 사회에서 우리는 ‘나’라는 존재가 속해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더 바람직하고, 옳을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설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이젠 많이 경험하고, 내 삶 앞에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서야만 합니다.

사르트르는 삶을 B와 D사에 C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B는 Birth라는 태어남을 의미하고, D는 Death라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삶이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사이에 C가 있기 때문입니다. C는 Choice라는 선택을 말하기도 하고, C를 Chance라는 기회를 말하기도 하고, C를 Challenge라는 도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선택이든, 기회든 도전이든, 먼저 ‘나’라고 하는 존재가 엮여있는 관계망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다양한 범주의 공동체 속에서 수많은 입장으로 관계를 맺는 주체입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해야, 우리는 좀 더 시급하고 절박한 상황 앞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동적인 개인이 될 수 있게 됩니다.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란 억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한한 정체성을 탐구하고 발견하는 것에서 가능합니다. 그리고 ‘나’를 경쟁으로 몰아세우는 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이제 진정으로 해야 할 시점입니다. 삶의 중심을 수능 경쟁에 두었던 소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이 세계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정의롭게 행동할 수 있을 때, ‘자유롭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진캡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