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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1980)
엑스터시(ecstasy)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술을 만나는 것은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낯설지만 신나는 삶으로의 여행이다. 이 여행은 편안하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낯설고 불편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보통 여행은 불편하고 힘들다. 그러나 거기서 어떤 즐거운 '엑스터시(ecstasy)'를 만난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의 세계에 들어가면, 나는 바로 엑스터시를 경험하곤 한다. 엑스터시란 현재 안주하고 있는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이다. 입신하는 무당에게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약'의 이름으로도 쓰인다. 좀 먹물적으로 말해 볼까. 엑스터시란 '자신의 과거나 사회가 부여한 수동적인 상태(state)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문 산책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산책 법정의 무소유는 세계를 소유적 상태로 갖지 말고, 세계에 존재적 태도로 임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소유적 상태란 어떤 것을 개념화해서 그것을 자기의 관념 세계로 가두는 것이다. 대상화해 버리는 것이다. 세계를 자기의 관념 세계로 끌고 들어 와 고정시키는 일, 소유적 태도이고, 자기의 관념 세계에 제한하여 고정시키지 않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놓고 보는 일이 존재적 태도이다. 에리히 프롬의 식으로 말하면, 자기 의지에 맞추어 자기가 가져 버리려고have하는 것이 소유적 태도이고, 그것을 그것이게be 하거나 그것을 그대로 놓아 둘 수 있는 태도가 존재적 태도이다.
이 세상은 에너지이다. 인문 산책이 세상은 에너지이다. 공기덩어리가 움직이며 바람이 생기고, 그 바람 때문에 나뭇잎이 흔들린다. 공기 덩어리가 움직이면서 힘이 생기고, 그 힘은 속도 때문이다. 이 세상은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에서 우리의 삶의 원동력인 힘이 생기는 것이다. 움직여야 힘이 생기고, 속도를 가지고 움직여야 더 큰 힘이 생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기보다는 움직여 활동할 때 에너지가 생기고 살맛이 나는 것이다.
5월의 즐거운 오후 한나절 산다는 것은/오세영 산다는 것은 눈동자에 영롱한 진주 한 알을 키우는 일이다. 땀과 눈물로 일군 하늘 밭에서 별 하나를 따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가슴에 새 한 마리를 안아 기르는 일이다. 어느 가장 어두운 날 새벽 미명(未明)의 하늘을 열고 그 새 멀리 보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손 안에 꽃 한 송이를 남몰래 가꾸는 일이다. 그 꽃 시나브로 진 뒤 빈주먹으로 향기만을 가만히 쥐어 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그래도 산다는 것이다.
사진 하나, 문장 하나 자기 빛깔을 지니고, 세속에 타협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매력 있는 남성의 하나이다. (시오노 나나미)
나의 채소밭 가는 길에서 만난 것들 봄날에는/이희숙 봄날에는 우리들의 시간이 봄꽃처럼 환하게 물들 수 있기를 기도하자 마주보면 부끄러워 고개 숙일지라도 밀어로 가득 찬 봄날의 속삭임을 노래하자 사랑하는 일이 나를 내어 주는 일임을 미처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닫혀 있던 문이 절로 열리는 봄날에는 어여쁜 꽃송이 피워 올리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자 농담 같은 현실 때문에 동굴 속을 헤매는 날이 있어도 꽃피는 봄날에는 너도 나도 꽃이 되어 웃어보자
인문 산책 우리는 개념을 가지고 언어행위를 한다. 이 개념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이 개념이 우리를 제어하거나 억압한다. 개념(槪念)의 개(槪)자가 ‘평미레 개’자이다. 그러니까 개라는 말은 공통의 틀 속에 들어가지 않는 여분의 것을 깎아 버리는 도구이다. 개념이란 공통의 틀 속에 들어가지 않는 여분의 것이나 사적인 것, 특수한 것은 제외하고 공통의 것, 일반적인 것만을 생각의 형태로 저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개념은 이 세계를 제한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세계는 움직인다. 그러므로 실제 존재하는 세계에는 명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념은 명사이다. 그러니까 개념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명사는 딱딱하다. 그러니까 개념도 딱딱하다. 개념으로 무장된 사람은 굳어 있다. 우리의 이념, 지식, 신념들은 개..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하나, 생각 하나어린 영웅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만난 악당이 다마스테스이다. 그는 여행객을 구슬려 자신의 집에 하룻밤 묵게 했다. 그는 여행객이 깨어 있을 때는 갖은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여독에 지친 여행객이 깊이 잠이 들면 조심그럽게 그의 이불을 걷고 침대와 그의 키를 비교했다. 여행객이 살아남으려면 그 키가 침대 길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아야 했다. 그는 만약 여행객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사지를 강제로 늘려 죽였고, 길면 잘라 죽였다. 여행객의 키가 침대 길이와 일치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다마스테스의 손에 죽은 여행개들은 대부분 키가 침대보다 작았다. 그래서 그는 ‘잡아 늘이는 자’라는 뜻의 프로크루스테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