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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그래도 되는 사회"에서 "그러면 안 되는 사회"로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질문: 노동친화적인 프랑스 기업이 한국에 오면 왜 노동착취를 하는 기업으로 바뀌는가?
답: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프랑스에서는 안 된다. 왜? "거기서는 그러면 안 되니까".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 이수인 과장이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권 교육에 대해 강의하던 노동운동가 구고신 소장에게 묻는다. “저기… 프랑스 사회는 노조에 우호적인 것 같은데,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구고신 소장이 명쾌하게 답한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며 손해를 보겠소?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 거요. 노동운동 10년 해도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노조 탄압이냐 아니면 과도한 쟁의냐 참 어려운 입장이다. 그렇지만, 어느 일방의 삶이 파괴되는 극한 대립까지는 가지 않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1.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연대하여 자신과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100여 년에 걸친 꾸준한 투쟁과 권리 요구를 통해 오늘날의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2.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시대 변화에 맞는 경영및 관리 기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적용하여, 노동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인권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한 칼럼(경향신문 홍진수 정책사회부 기자)에서 읽은 내용이다. 인권에 대한 얘기를 하다 사형제 폐지로 주제가 이어졌는데,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형량을 높인다고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아요. 범죄자들이 범행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대답을 못하고 있자 바로 정답을 알려줬다. “잡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형량보다는 검거율이 범죄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범죄자들이 범행을 하면서 나중에 어떤 형량을 받을지 고민 안 하죠. 잡힐 것이라고 생각 안 하니까. 그러나 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범행을 할 수 없죠.” 아님, 돈 있으면, 집행유예로 나온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이 느끼는 법에 대한 정서가 문제이다.
  
미투(#Metoo)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가해자가 가만히 있으니까,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체 하니까, 그렇다.
  
"성폭력 가해자의 공통점이 있다. ‘그래도 되니까’ 그랬던 것이다. 아무리 여성인권에 무지하다 해도 성폭행이, 성추행이 죄가 되는지 몰랐을까. 피해자들의 몸과 마음을 약탈하고 유린해도 아무 일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피해자들이 위축되고 숨어버리니까, 주변인들도 모른 체하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 본다. (…)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그런 사회였다. 그래도 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미투 운동을 계기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 ‘그러면 안되는 사회’로 바뀔 조짐이 보인다. 확실한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미투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유명인사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모든 곳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한 줌의 권력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과거를 성찰해보도록 더 몰아쳐야 한다. (…) 더러운 욕망과 권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 모두의 눈과 입, 손을 두려워하기 시작한다면, 한국 사회는 머지않아 ‘그러면 안되는 사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홍진수)
  
자신을 돌아보고,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고 성찰하고, 권력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권력을 무서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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