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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인문 산책

우리는 개념을 가지고 언어행위를 한다. 이 개념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이 개념이 우리를 제어하거나 억압한다. 개념(槪念)의 개(槪)자가 ‘평미레 개’자이다. 그러니까 개라는 말은 공통의 틀 속에 들어가지 않는 여분의 것을 깎아 버리는 도구이다.

개념이란 공통의 틀 속에 들어가지 않는 여분의 것이나 사적인 것, 특수한 것은 제외하고 공통의 것, 일반적인 것만을 생각의 형태로 저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개념은 이 세계를 제한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세계는 움직인다. 그러므로 실제 존재하는 세계에는 명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념은 명사이다. 그러니까 개념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명사는 딱딱하다. 그러니까 개념도 딱딱하다. 개념으로 무장된 사람은 굳어 있다. 우리의 이념, 지식, 신념들은 개념의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개념이 부드러운 동사적 세계를 제어하려 한다. 그래서 인문적 통찰이란 굳어져 있는 상태를 부드러운 상태로 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인문정신이란 명사적으로 세계를 보는 습관을 동사화하는 것이다. 점점 굳어가면서 명사화되어 가는 자신을 율동감이 있는 동사로 되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은 명사적으로 굳어진 나를 동사화하도록 자극시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문적 통찰이 도달해야 할 지점이 예술의 경지이다. 미학적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