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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2003)
'헐렁함' '참나'를 찾는 여행 봄의 흙은 헐겁다. 봄이 오면, 언 땅이 녹고, 햇볕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흙의 관능은 노곤하게 풀리면서 열린다. 난 몇 해전부터 주말농장을 해 보아 그 관능을 경험하고 있다. 언 땅이 봄에 녹아, 헐렁해지는 과정은 아름답다. 초봄의 햇살은 흙 표면의 얼음을 겨우 녹이고 흙 속으로 스민다. 흙 속에서는, 얼음이 녹은 자리마다 개미집 같은 작은 구멍들이 열리고, 이 구멍마다 물기가 흐른다. 밤이 되면 다시 기온이 떨어져, 이 물기는 다시 언다. 그러나 겨울처럼 꽝꽝 얼어 붙지는 않는다. 다음날 아침에 햇살이 다시 내리 쬐이면, 구멍 속의 얼음이 다시 녹는다. 얼고, 녹기를 거듭하면서, 흙 속의 작은 구멍들이 조금씩 넓혀진다. 그 넓혀진 구멍들로 햇볕이 조금 더 깊게 스민다. 이런 식으로..
나비를 꿈꾼다. 인간은 크게 ‘거미형’, ‘개미형’, ‘나비형’,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거미형 인간은 생산적, 창조적 노력은 하지 않고, 과거에 얻은 지식과 경험, 지위나 명성 등을 통해 먹고 사는 인간들입니다. 개미형 인간은 부지런히 먹을 것을 수집하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기업 등을 유지하기에 급급해 하는 인간들입니다. 나비형 인간은 자신의 몫을 챙기지 않고, 쉬지 않고 옮겨 다니며 행복과 사랑과 생명을 전파하는 인간들입니다. 다수 애벌레는 자기가 ‘나비’가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번데기가 되는 아픔(온몸이 굳어가는 아픔)을 모면하려 그냥 애벌레로 여생을 보냅니다. 인간으로 치면, 자기의 꿈을 접고, 세상과 타협하며 적당히 살아가는 부류의 인생들입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나비가 된 애벌레는 생애동안..
그냥이라는 말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또 자코메티) 나보고 물으면, 난 그냥이라고 말하련다. 그냥이라는 말/조동례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 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 때 그냥했어요 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유다 속박이다 경계를 지우는 말 그냥 살아요 그냥 좋아요 산에 그냥 오르듯이 물이 그냥 흐르듯이 그냥이라는 말 그냥 좋아요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와인바뱅샾62
'기대지 않는 삶(無待)' 인문운동가가 찾은 오늘의 한 마디 (08/03/19) 2주에 한 번씩 를 함께 읽는데, 벌써 그 어려운 "제물론"의 끝부분을 오늘 읽는다. 의 제1편 "소요유"가 변화와 초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제2편 "제물론"이 이런 변화와 초월이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와 의식에서 벗어나 '나를 잃어버린 상태(오상아吾喪我)'의 경지에 이를 때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면, 제3편 "양생주"는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 생활을 신나고, 활기차고, 풍성하게 살아가는가를 보야 주고 있는 것이다. 세 가지이다. 신나고, 활기차고, 풍성한 삶의 모습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거기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중심주의 같은 일체의 인위적, 외형적인 것을 넘어서서 자연의 운행과 그 리듬에 따라 우리의 행동..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신을 비우고 성찰하지 못하는 노년은 추하고 고독하다. (현기영의 ) 포기하는 즐거움, 얻는 자유: 너무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고 흔쾌히 포기해 버리는 것, 욕망의 크기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것은 자유이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이 잦아들어 잉걸불이 되었을 때 조용히, 침착하게 은근히 사위어가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비워야만. 조심해야 한다. 나이 든 분들이 자기 직관과 경험을 과신하면서 편협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노인들의 정치적 완고함과 맹목성을 봐라. 무지가 죄라는 말이 있다. 이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완강하게 무지를 고수하려는 사람들,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알게되면 자기 신념이 손상될까봐 ..
'회향' 11. 인문운동가가 찾은 오늘의 한 마디 (06/03/19) 배워서 남 주자. 남에게 줄 수 있어서 배우는 게 좋은 것이다. 나는 불교 용어인 '회향'이란 말을 좋아한다. 자기가 닦은 공덕을 세상으로 되돌려 다른 중생들에 널리 이익이 되게 하려는 것이 회향의 마음이다. 우리 존재는 타인을 위한 기도와 나를 위한 기도가 더불어 함께 깃들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고독해진다. 병들게 된다. 내 아픔, 내 자식의 고통, 내 가족의 슬픔, 내가 당하는 불평등 외엔 관심이 없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기대어서만 존재하게 되어 있다. 남한테 주는 거랑 나한테 주는 거랑 마찬가지이다. 불교의 기본 정신인 '자리이타'도 이 맥락이다. 그러니까 나도 이익이 되고, 그만큼 다른 사람도 이익이 되도록 일상을 운..
"새 말 새 몸짓으로 새 세상 열어보세.” 강령 20 인문운동가의 시대정신 "새 말 새 몸짓으로 새 세상 열어보세.” 강령 20 지인의 담벼락에서 보고, 나 혼자 최진석 교수의 주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의 주장에 동참한다. 이 "20 강령"을 읽으며, 나부터 "새 말, 새 몸짓으로 새 세상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 것이다. 1. 대답하는 습관을 질문하는 습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2. 사적 이익에 빠진 주체가 공적 책임성을 가진 시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3. 이념과 신념의 수호자가 아니라 신념과 이념의 생산자로 나서야 합니다. 4. 지식 수입자가 아니라 지식 생산자3가 되어야 합니다. 5. 안전이 아니라 모험의 길을 나서야 합니다. 6. 믿음을 벗어나 생각을 시작해야 합니다. 7.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믿음보다는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비겁한 학자보다 양심적인 학자 4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글입니다. 사진 하나, 생각 하나 꿈은 끊임없이 꾸는 것이다. 꾼다고 하는 것은 동사이고 형용사이고 부사이다. 우리의 꿈에 아름답고 지혜로운 형용사와 부사를 달아주자. 목표가 곧 인생의 목적이고 꿈이라고 착각하는 세상이다. 꿈이 수식어가 생략된 명사가 되면 삶이 건조하다. 꿈을 직업의 이름에 묶어두지 말자. 꿈에 형용사와 부사의 날개를 달아주자. 비겁한 학자보다 양심적인 학자를 꿈꾸자.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떠한 사람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