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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언젠가부터 나도, 소설가 백영옥처럼, '스치는 뜨거움 보다 머무는 따스함에 마음이 더 기운다."  그녀는 같은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같은 책을 반복해 읽으면 알게 되는 게 있다. 우선 밑줄이 달라진다. 과거의 밑줄은 버티며 살아온 삶의 내공만큼 익숙해져 사라지고, 어디 있었나 모르게 튀어나오는 새 문장이 생긴다. 물론 밑줄에 한 번 더 밑줄을 긋는 경우도 있다. “블레이크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지혜는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버려진 상점에서만 살 수 있다’는 문장이 그랬다. 이제 나는 큰 목소리로 정의나 진실을 외치는 사람 말은 쉽게 믿지 않게 되었다."(백영옥)

그게 법정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 하라>이다. 이런 문장들을 읽으며, 오늘 아침 내 삶을 성찰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다. 그러나 밝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주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나는 크고 좋은 차를 하나 가지고 싶다. 그러나 사실 필요하지 않다. 그 마음을 없애야 나는 자유롭다.

계속 이런 글이 이어진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듯이,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 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 마저도 잃게 된다. 그리고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나는 청빈(淸貧)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청빈’하려면 만족할 줄 알고,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청빈의 원래 뜻은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다. 청빈의 반대는 '부자'가 아니라, '탐욕'이다. '탐(貪)자'는 조개 '패(貝)'자에 이제 '금(今)'자로 이루어져 있고, '빈(貧)'자는 조개 '패(貝)'위에 나눌 '분(分)'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탐욕은 화폐를 거머쥐고 있는 것이고, 청빈은 그것을 나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정지(停止)의 힘'이다. " 우주의 기운은 자력과 같아서, 우리가 일단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러나 맑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사람을 밝게 비춘다."  2021년에도 코로나19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육체적 방역은 뚜렷한 기준과 방법이 제시되는 반면에 정신적 방역(코로나 블루, 우울)은 아직 그 피해와 치료 방법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래 법정 잠언집 같은 책들을 가지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초조와 불안은 계속 된다. 왜 그럴까?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간격이 더 넓어지면서, 안팎으로 몸과 마음을 둘 곳이 적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유배의 세상 속에서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초조와 강박은 본능처럼 일어난다. 그 '초조'를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인 한기봉의 글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시를 읽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를 소개했다. "시는 유폐의 철문을 도끼로 사정없이 깨 버렸다. 문이 열렸다. 누추한 마음, 핍진한 사유, 두려운 미래가 해방되는 걸 느꼈다. 인생에는 가끔 이렇게 각성의 순간이 찾아온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이 시는 선문답이자 아포리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쓰신 스님, 막상 당신은 멈추지 못했다.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코로나-19가 강요하는 이 겨울에 정지(stop)의 힘을 키울 생각이다. 내가 늘 산책하는 탄동천의 새와 오리들도, 오늘 아침 사진처럼, 멈추고 고요를 즐기고 있다.
  

정지의 힘/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매주 일요일처럼, 오늘도 일주일동안 만났던 긴 여운의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넘긴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한다. 이 것들은 한 주일 동안 인문운동가의 시선에 잡힌 인문정신을 고양시키는 글들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같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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