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서로 다른 두 시인을 만났다. 한 분은 무겁지만 가벼움을 찾는 분이었고, 다른 한 번은 가볍지만 무거움을 즐기려 하는 분이었다. 나도 '쓸데 없이' 무거운 축에 든다.
인간 정신 활동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 그 꼭대기에 있는 예술은 우리의 정신을 고양 시킨다. 그 중 시는 우리를 "상상력의 수직적 축"의 길이를 만들어 삶을 두텁게 해준다. 쉽게 말해, 시는 상상력을 솟구치게 한다. 솟구침은 생명력이다. 샘이 솟아 오르는 것처럼.
그러려면 우리는 가벼워야 한다. 공기처럼, 가벼워야 모든 것과 내가 연결된다. 손바닥의 촉각, 내 눈이 본 기억, 내 귀의 고고학들로 시작된 확장된 감각의 지평이 내 사유의 지평을 넓혀준다. 그리고 자동으로 내 삶은 가볍지만 두터워진다. 이렇게 '벼려진' 시인은 '시적 순간'을 잘 포착한다. 그건, 손택수 시인처럼, 누군가에게 미안한 순간이다. 그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를 알아챈 순간이다.
단풍나무 빤스/손택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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