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가까이에서 만난 정현종 시인이 좋아하는 이가, 오늘 저녁에 만날 문태준 시인이라 하셨다. 그리고 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시집을 알려 주셨다. '사모(思慕)', 오랜만에 들어 보는 말이다. 사전에서는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 함", "우러러 받들고 마음 속 깊이 따름"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사모란 내가 마음 속에 무언가, 아니 누군가를 모시는 것이다. 사모란 "모심"이다.
오늘은 무슨 영광인지 문태준 시인을 만난다. 그 분의 말씀이다. "어느 날 제가 큰 호숫가를 몇 바퀴 돌면서 아침에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호수의 잔물결이 바람에 밀리면서 스러지는 것을 봤죠. 물결이 스러지고 무너지는 것을 봤는데 '아, 호수의 중심이라고 할 만한 곳에 내가 사모하는 사람의 마음과 사모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 호수라는 것을 나의 마음의 공간으로 본다면, 나는 비록 이 호숫가를 거닐고 둘레를 맴돌면서 저 잔물결처럼 스러지는 존재에 불과하겠지만 내 마음의 중심에는 사모하는 님이 계시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모라는 말을 썼던 것이죠." 끝이 없는 사모를 위하여!
호수/문태준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 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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