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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프리카의 타조사냥 이야기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산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어떤 한 단어를 가지고 사유를 전개한다. 어제는 '선회(旋回)'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아프리카의 타조사냥 이야기를 읽다가 얻은 생각이다.

타조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쫓는다. 여기서 방점이 '계속'이다. 꾸준함이다. 타조와 쫓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유지되는 일정한 간격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하게 된다. 타조가 쫓기고 쫓기다가 긴장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면 도망가는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머리를 뜨거운 모래땅에 처박는다. 사람들은 그냥 가서 꼼짝 않고 있는 타조를 잡아오면 된다. 타조들은 다 그래왔다. 그리고 또 다른 타조들도 그렇게 잡혀 죽을 것이다.

그런데 한 타조가 다른 타조들을 따라서 머리를 처박지 않고 무리에서 이탈하여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쫓아오는 사람들을 노려보는 일을 저지른다. DNA에 박혀 있는 일정한 방향을 지키다가 돌발적으로 선회(旋回)하여 습관적이고 집단적으로 공유하던 방향을 혼자서 바꾼 것이다. 여기서 '변화=문화=도전=용기=창의력'이 시작된다. "맨발"로도 가능하다.

맨발/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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