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1월 17일)
'인생의 현자'들에게 지는 해를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종의 '하강의 미학'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나이 들어서도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노화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명하게 두려움 없이 나이 들기 위한 네 번째 조언이다. "배우고 다가가라." 이 말은 '관계의 끈을 놓지 마라'는 거다. 중년 이후에 찾아올 사회적 고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의식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만들어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잭 로우와 로버트 칸은 자신들의 책, <<풍요롭게 나이 들기>> 에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다. 컴퓨터광이라면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고 역할을 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 것은 행복의 가장 필수 조건이다. 실제로 나이 든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 양상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생을 마칠 때까지 든든한 관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산다. 또 어떤 이들은 잃어버린 소중한 인연의 빈자리를 새로운 관계로 메우고 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외로움과 고립감에 고통받기도 한다.
언제부터 인가, 우리 문화계에서 70대와 80대 예술가들의 파워가 놀랍다. 무대에 섰다 하면 만원사례, 출간했다 하면 베스트셀러인 스타들의 등장하고 있다. 신구, 이순재,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 등은 요즘 ‘방탄노년단’으로 불리며 사랑받는다. 출판계에서 70대 정호승, 나태주 시인은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여기에 84세 가수 패티김이 돌아오고, 72세 조용필도 신보를 낸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선생도 빠질 수 없다.
다음은 문화일보 최현미 기자의 지적이다. "물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노년의 예술가가 유난히 젊은 세대에게 열광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일이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와 겹쳐 가부장제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최근 10여 년 사이 전문가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어른은 사라졌다. 특히 정치권력의 부패, 사회적 위세대에 대한 실망, 세대 차와 세대 갈등이 겹쳐 ‘586’ 꼰대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어른'의 몰골은 추 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뒤편으로 몰렸던 노년의 예술가들이 멋있는 존재로 등장했다는 것은 흥미롭고 의미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길을 성실하게 지켜오며 내공을 닦고 실력을 키웠다. 자기 삶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해줄 말과 이야기, 철학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원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은 최소한 이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대부분 예술가라는 점은 한국 사회에서 멋진 어른은 ‘현실'이 아니라 일종의 ‘상상 계'에서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상계는 현실을 바꾸는 힘이 있다. 무대 위, 책 속 멋진 어른들의 귀환이 현실 속 멋진 어른의 등장을 끌어내길 기대해 본다."
어른이 되려면, "자신의 길을 성실하게 지켜오며 내공을 닦고 실력을 키우고, 자기 자신의 삶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해줄 말과 이야기,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른 자신도 건강과 행복이 더 커진다. 여러 연구들을 보면, 의미 있는 역할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 애착관계는 몸과 마음의 건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앨러매다 카운티 연구"가 잘 알려져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사회적 유대 관계가 없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으며, 건강에 좋은 운동이나 활동 등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그러니까 사회적 역할과 인간관계가 더 많을수록 노후의 건강과 행복이 더욱 커진다는 거다.
그러나 인생의 현자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자. "나는 영화도 즐겨 보고, 재즈 음악 연주 듣는 것도 좋아하지. 음식이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도, 춤추는 것도 좋아해. 극장식 클럽 회원이기도 하다네. 친구들이 몇 명 있기는 한데 다들 바쁘지. 자네도 알다시피 난 은퇴한 사람이다. 아무 때나 뭐든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많다고."
인생의 현자들은 60세가 되면 고립된 삶을 살 여지가 있음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다지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내 또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해. 그러면 지내기가 수월하거든", 이렇게 말하는 인생의 현자들 많다. 그러니"고립되고 싶지 않으면 늘 다가가야 해"라고 말한다. 의자에만 붙어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 책의 원 제목은 한국 어로 하면, <<삶을 살아가는 30가지 교훈>>쯤 되는 <<30 Lessons for Living>>이다)에서, 칼 필레머는 "관계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1. 배울 기회를 이용하라.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있다면 배우라는 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친구나 가족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
2. 관계의 끈을 유지하고 새로 엮기 위해 노력하라. 인생의 현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더 큰 유대감을 품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충고한다. 예를 들면, 이전부터 활동해오던 집단에서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의도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계속하고, 일정을 만드는 거다. 예컨대, 호기심을 잃지 말고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오래된 인연을 소중히 지키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역시 주요한 비결이다.
예컨대, 오늘 아침 사진처럼, 동네 산책 길에 <곤충 호텔>을 만들어 주는 거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세 가지 키워드 중, 하나가 '활동을 한다'이다. 태양이 뜨면, 낮에 활동을 하는 거다. 몸을 움직이는 거다. 그 활동하는 곳이 직장일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내 어도 된다. 두 번째는 '누군가 또 무언가와 관계를 맺는 거다.' 다시 말하면 접속이 이루어지게 하는 일이다. 삶은 활동과 접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이 생성되게 하는 거'다. 특히 차이가 생성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진정한 차이는 어떤 것을 배우면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마르틴 뇌묄러 (20세기 중반의 독일 신학자)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을 숙청했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카톨릭 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유성관광두레 #사진하나_시하나 #마르틴_뇌묄러 #관계의_끈을_놓치_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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