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대학>> 치국 평천하 (끝)

200. '참나'를 찾는 여행

<<대학>> 치국 평천하 (끝)

4. 혈구지도에 능한 어진 이를 등용하라.

용인(用人, 사람을 씀)에 좋은 사람이란 <대학>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만일 어떤 한 신하가 성실하고 한결같으면서 다른 기예가 없으나, 그 마음이 아주 고와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하여, 남이 가지고 있는 기예를 자기가 소유한 것처럼 여기며, 남의 훌륭하고 성스러움을 자기 입에서 나온 것보다 더 좋아한다면, 남을 포용할 수 있어서 능히 나의 자손과 백성을 보전할 것이다.”

“오직 어진 이(仁人)라야 남을 사랑할 수 있으며, 능히 남을 미워할 수 있다.”

용인이란 유능한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란 말이다. <중용>에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대법”을 논할 때도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현자를 존경함(존현)”과 “친척들을 친애함(친친)”이었다.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법인 ‘구경(九經)’이 중용(中庸)에 적혀있다.

첫째, 수신(修身)이란 몸을 닦아 뜻을 성실히 하여 바른 마음으로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출발점이면서 아홉 가지 떳떳한 법의 근본이다. 대통령과 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수신을 방해하는 어떤 언행도 삼가야 한다.  

둘째, 존현(尊賢)이란 학식과 덕망을 갖춘 현자를 존경하라는 것이다. 현자들 가운데 대통령 특보로 초빙된 이들이 있다. 이들의 말 한마디는 대통령의 발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현자들과 더불어 의견을 나누는 것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친친(親親)이란 친척과 친하게 지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친척에 사익을 챙겨주라는 뜻이 아니라, 대통령이 친척과 친하게 지내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모든 국민들도 친척과 친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사익을 위해 대통령 친척에게 접근하는 나쁜 이들을 차단해 친척을 돌봐야 한다는 뜻도 있다.

넷째, 경대신(敬大臣)은 대신을 공경하라는 것이다. 대신은 장관급이다. 예전에는 판서(判書)라고 불렀다. 판서는 판단해서 글을 쓰는 관직이다. 남이 써준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을 확인하고 판단하여 직접 글을 쓰는 판서처럼 일하는 장관이라야 공경을 받을 수 있다.

다섯째, 체군신(體群臣)이란 여러 공직자를 자신의 몸같이 보살피라는 것이다. 참여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예전엔 차관을 참판(參判), 국장을 참의(參議)라고 부른 것은 판서가 판단하는 회의에 참여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공직자를 국사의 판단에 참여시켜야 소통하고 보살필 기회가 있다.

여섯째, 자서민(子庶民)이란 모든 국민을 제 자식처럼 귀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물론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귀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일곱째, 래백공(來百工)이란 각 분야의 기술인을 모아서 재능을 발휘하게 하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미국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일본은 로봇육성 신전략으로 국부 창출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구체적인 국가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기술인재를 모아 국가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여덟째, 유원인(柔遠人)이란 멀리 외국에서 온 이방인들을 관대하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외국인 근로자, 한국인과 국제 결혼한 외국인, 외국인 교직원과 유학생 등 이방인들이 많다. 탈북자들도 많이 살고 있다. 이방인들도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 사회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홉째, 회제후(懷諸侯)란 제후를 품는 것으로 오늘날은 밖으로 외국과 상생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안으로는 대통령이 소속 정당을 뛰어넘어 시·도지사와 협업하거나 야당과 협치하는 것이다. 야당은 국익차원에서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이 있다면 대안있는 비판으로 생산적인 협치를 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란? 별다른 기예는 없으나 혈구지도에 능한 인물이다. 재주(才)보다 덕(德)이 큰 경우이다. 덕량이 많은 사람들은 재주 많은 이들을 남으로 안보고 자신처럼 보아서 시기하고 질투하지 아니하며 모두를 자신처럼 중시하므로, 그들의 재주를 엮어서 더 큰 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不才勝德(부재승덕):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아니 된다

非人不傳, 不才勝德(비인부전, 부재승덕):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니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따라서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아니 된다’

才勝德薄(재승덕박): 재주가 많으면 덕이 모자란다.

재승덕(才勝德-재주가 덕을 넘어섬)하지 말고
덕승재(德勝才-덕이 재주보다 나음)하라.
재주가 덕을 앞지르지 못하게 하고, 덕이 재주를 앞서게 하라.

德勝才(덕승재)를 謂之君子(위지군자)요,
덕이 재주보다 많은 사람을 군자(인격자)라 하고,
才勝德(재승덕)을 謂之小人(위지소인)이라.
재주가 덕보다 많은 사람을 소인(속물)이라 한다.

절대로 등용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인재는 누구인가? 그들을 간신배라고 하는데, “남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남이 미워하는 바를 같이 미워하자”는 혈구지도에 위배되는 자들이다. 그들을 악 惡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을 자신의 욕망실현의 희생양으로 삼고자하기 때문에 남들이 미워하는 바를 좋아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바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간신배는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야 한다. 발본색원을 하지 않으면, 현자들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그래서 간신배가 색출(索出)되어야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누가 들어와야 하느냐? 항상 마음에 사심이 없고 정성스러운 ‘충직함(忠)과 성실함(信)’으로 군자가 걸어야 할 길(道), 혈구지도를 실천하는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결코 남위에서 서서 억압하고 과시하려는 ‘교만함과 방자함(驕泰)’ (<대학> 必忠信以得之하고, 驕泰以失之니라.) 으로는 이 군자의 길(혈구지도)을 걸을 수 없다.

5. 더불어 잘사는 경제정책을 펴야한다.

인자는 재물을 써서 자신을 일으키고, 불인한 자는 자신을 써서 재물을 일으킨다.
仁者는 以財發身하고, 不仁者는 以身發財니라

국가는 이로움(利)을 이익으로 여기지 않고 의로움(義)을 이익으로 여긴다.
批謂國은 不以利爲利오 以義爲利也니라

이재(理財, 재화를 다스림, 경제정책) 역시 “더불어 살려는 마음”, 즉 의로움(義)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평천하(平天下)가 된다. 진짜 기본이다.

이윤극대화(利潤極大化)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의(義)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문제는 이윤의 해택이 소수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항상 국가에서는 물질적 이로움(利)보다는 다 같이 사는 정의로움(義)을 진정한 국익(國益)으로 보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다. 진짜 백성들이 사람대접 받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은 “남도 나같이 사랑하자!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은 남에게 가하지 말 것이며, 내가 당해서 좋았던 일을 남에게 베풀자! 그러면 남도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는 형구지도, 즉 고조선 이래 우리의 국시인 ‘홍익인간 이념’을 널리 시행할 때 그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소수에게만 유리한’ 불합리한 정책들은 과감히 버리고, 오직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정책들만을 정수로 남겨서 실천해 가는 것이 대동사회로 가는 것이다.

“다 같이 더불어 살아라!”가 우리의 홍익인간 정신이다.

예기(禮記) 대동편(大同編)

(공자께서 말씀하시되) 저 대도(大道)가 행해지던 때와 삼대(三代: 夏,殷,周)를 나는 보지 못하였으나, 항시 내 마음에 있노라.

대도(大道)가 행해지던 때에는 천하가 공평(公平)해서 현명한 자를 선거하고 재능 있는 자를 참여시켜 신의(信義)를 익히고 화목함을 닦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직 그의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고, 오직 그의 자식만을 자식으로 삼지 않았다. 노인에게는 잘 마칠 수 있도록 하여 주었고, 장년에게는 쓰일 곳을 마련해 주었으며, 어린이에게는 잘 길러질 수 있도록 하여 주었다.

과부, 고아, 홀아비, 환자들을 불쌍히 여겨서 다 양육을 받게 하였으며, 남자는 직분(職分)을 갖을 수 있게 하였고, 여자는 시집갈 수 있게 하여 주었다.

재화가 땅에 버려지는 것을 싫어하였으나, 반드시 자신의 소유로 하려하지는 않았다. 힘이 자신의 몸에서 나지 않음을 싫어하였으나, 반드시 자신을 위하여만 쓰려 하지 않았다.

고로 잔대가리(陰謀)는 소멸되어서 흥하지 못했으며, 절도(竊盜)나 난적(亂賊)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두고 닫지 않았으니 이를 “대동(大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후로는 대도(大道)가 이미 숨어서 천하는 한 집안(一家)의 소유가 되어 각기 그 부모만을 부도로 여기고,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겼다. 재화나 힘은 자신만을 위하여 썼다.

이에 대인(大人)이 세상에 나와서 예(禮)를 만들고 성곽과 도랑을 구축하여 방어하여 지키게 하고, 예의(禮義)를 기강으로 삼아 군신(君臣)간을 바로잡고, 부자(父子)간을 돈독하게 하며, 형제(兄弟)를 화목하게 하고, 부부(夫婦)를 화합하게 하였다. 제도를 설치하여 전리(田里)를 세우고 지혜(知)와 용기(勇)를 숭상케 하였다.

그러나 그 공적이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에, 이로 말미암아 권모술수가 작용하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왕, 탕왕, 문왕, 무왕, 주공, 성왕이 이로 말미암아 선출되었다. 이 여섯 군자(君子)는 예(禮)에 있어서 삼가지 않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의로움(義)을 드러내고, 그 신의(信義)를 생각하게 하였으며, 그 허물을 밝혀내고, 인(仁)으로 형벌을 내리며, 서로 양보함을 익히게 하였다. 이리하여 백성들에게 상도(常道)가 있음을 보였다.

이로 말미암지 않는 자로서 집권자는 제거하였으니, 백성들이 재앙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일러 “소강(小康)”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