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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침전(沈澱)의 시간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산책

언젠가 칼럼(오소희)를 읽고 적어 두었던 것을 공유하고 싶다.

침전(沈澱)의 시간
침전이란 가라앉을 침자+앙금 전자로 이루어 진다.
액체 속에 있는 물질이 밑바닥에 가라앉음 또는 그 물질이라는 뜻이지만, '기분 따위가 가라앉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컨대, 침전의 시간이라고 하면, 들떠 있지 않는 차분한 시간을 말한다. 이젠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우리 대부분의 삶의 줄거리는 드물게 이벤트나 축제처럼 솟아 오르는 순간이 아니라, 내내 침전된 일상의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는 이들의 페북 등 소셜미디어 속의 행복한 모습은 "드물게 솟아오는 순간만 모은 악마의 편집에 가깝다."(오소희)

로마에선 패전하고 돌아온 장군을 다음 전쟁에 다시 내보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거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는 승자 독식 사회이고, 한 번 실패하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 우리는 패하고 돌아온 장수 목을 뱄고, 일본은 장수가 알아서 할복을 했다.

서양인들의 면접에서는 완벽한 사람보다 실패의 경험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높이 산단다. 우리 면접에서는 가장 짦은 시간 동안 가장 높은 성취를 이뤄낸 이야기를 높이 산다.

"방황이나 실패를 역병처럼 피하는 문화는 유턴도 오솔길도 없는 '고속도로'밖에 건설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토목공사 밖에 하지 못한다."

"많은 인생의 현자들, 즉 노인들은 삶에는 반드시 고난도 포함되어야 하고, 고난이 없다면 충만한 삶을 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 대학교의 칼 필레머 교수는 '인류 유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것이란다.

방황하고 우회하고 전쟁에서 패한 뒤에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건 침전의 시간에 벼려진 값진 것이다. 졌다고 좌절하지 말고, 밝을 때가 있으면 어두울 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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