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밖에 소리 없이 비가 내리는가 봅니다.
봄비라고 해야 하나?
마음은 아직 겨울입니다. 리더를 잘못 뽑아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빨리 결정되어 **없는 봄을 보고 싶습니다.
봄은 ‘보기’ 때문에 봄이고, 여름은 ‘열매’의 고어이다.
가을은 갈무리하는 ‘갈’이고, 겨울은 ‘결’이 되는데, 나무나 돌, 사람 모두 세월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켜 같은 ‘결’이 온당하다. 나뭇결이나 살결이 바로 그것이다.
‘볼열갈결’(사계절)-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다. 봄비에 만물이 잘 보이고, 열비에 튼실한 열매 열리고, 갈비에 나뭇잎 보내고, 졸가리 훤한 나목에 결비 내린다. (어중간 중장 김래호의 페북에서 본 글인데, 나는 이 글을 매우 좋아한다.)
어김없이 오는 봄을 시 한 편 읽으며 환영합시다.
봄/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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