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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매미 이야기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18일)

오늘은 매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어제 점심 시간에 공원 산책을 하다가, 매미 소리를 끌려 매미를 찾고, 매미 소리를 동영상으로 녹화를 하였다. 매미 소리가 잣아 드는 걸 보니 가을이 다가온 듯하다. 매미는 빨리 짝을 만나 이승에서의 사랑을 나누고 떠나야하기 때문에 여름 내내 시끄럽게 운다.
https://photos.google.com/photo/AF1QipNTBCTHtTTk_ShRngtSQoWnE6yf6zQayWuYJmLp


매미는 5년에서 17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2주 정도 삶을 산다고 한다. 그러니까 매미는 수년간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세상에 나와 여름 한 철 울고가는 곤충이다. 매미의 일생을 알고 나면 매미 소리는 삶을 더 살고 싶은 절규의 소리일 수도 있고, 짝짓기를 위해 구애자를 찾는 세레나데일 수도 있다. 다시 매미 이야기로 돌아가서, 매미는 집도 없고, 많이 먹지도 않는다. 아침 이슬 몇 방울이면 족하다. 그러니 재물을 모을 필요가 없다. 매미는 나무는 물론 다른 생명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때문에 옛 선비들은 매미에게 5덕(文, 淸, 廉, 儉, 信)이 있다고 여겼다.

(1) 문(文): 매미의 머리 모양, 즉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이 갓끈과 같아서 학문에 뜻을 둔 선비와 같으니 '선비(文)의 덕',
(2) 청(淸): 맑은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살아 '청렴(淸廉)의 덕',
(3) 염(廉): 사람이 힘들게 지은 작물을 해치지 않는 염치를 아는 '겸손(謙遜)의 덕',
(4) 검(儉): 자신이 살고자 하는 집을 짓지 않는 '검소(儉素)의 덕',
(5) 신(信): 때를 보아 왔다가 때를 보아 사라지는 '믿음(信) 덕'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매미는 청빈한 삶을 살다 간다. 나는 청빈(淸貧)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듯이,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 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 마저도 잃게 된다. 그리고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청빈’하려면 만족할 줄 알고,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청빈의 원래 뜻은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다. 청빈의 반대는 '부자'가 아니라, '탐욕'이다. '탐(貪)자'는 조개 '패(貝)'자에 이제 '금(今)'자로 이루어져 있고, '빈(貧)'자는 조개 '패(貝)'위에 나눌 '분(分)'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탐욕은 화폐를 거머쥐고 있는 것이고, 청빈은 그것을 나눈다는 것이다.

매미에게서 우리 선조들은 군자의 다섯가지 덕을 겸비한 것으로 여겼다. 조선왕조의 임금은 매미의 양 날개를 위로 향하게 형상화한 익선관(翼善冠) 또는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국정을 돌보았다. 매미를 한 문으로는 '선(蟬)'이라 한다. 만 원권 지폐에 세종대왕이 쓰고 있는 모자가 바로 그 익선관이다. 또한 조정의 신하들도 머리에 관모(冠帽)를 썼다. 왕의 모자와 달리 매미 날개 형상을 위로 향하게 하지 않고 양 옆으로 늘어뜨린 점이 임금이 쓴 익선관과 다르다. 이처럼 왕과 신하들이 머리에 쓰는 관모의 상징으로 매미의 날개를 삼은 데는 위에서 말했던 군자의 5 가지 덕을 상징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여 의관문물을 중요시했는데, 외출할 때는 물론이고 실내에서도 관모(冠帽)를 썼었다. 머리에 관모를 쓰지 않을 때는 변소에 갈 때, 침상에 들 때, 죄수가 되었을 때 정도이며 일을 할 때도 벗지를 아니했다. 관모 중에 벼슬아치들이 쓰는 것으로 사모(紗帽)가 있었다. 관 양쪽 뒤에 매미 날개를 단 형태의 모자였다. 이 매미 날개를 ‘사모 뿔'이라 한다. 이 매미 날개를 단 것은 매미의 청빈 고고한 정신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매미의 날개를 달고 청빈하게 그리고 고고한 정신으로 살고 싶다.

오늘날 공무원들도 관을 쓰고 근무할 수는 없지만 조선시대 임금들이 익선관을 쓰고 항상 백성을 염두에 두고 집무를 하였듯이 가슴에 떳떳이 공무원 명찰을 달고 한치의 부끄럼이 없이 민원을 해결하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어야 할 사항이다.

매미의 마지막 울음 소리를 소음으로 듣지 말고, 매미의 5덕을 배우면서 멀어져 가는 여름,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짧은 삶에서 구애자를 찾기 위해 온몸을 진동하며 내는 매미 소리가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매 순간 열정을 강요당하며 살지만 정작 되돌아오는 보상은 맘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미처럼 미련없이 떠날 수도 없는 것이 우리 내 삶 아닌가? 이제 곧 매미 소리가 잦아들면 가을이 올 것이다. 매미처럼 일상을 벗어날 수 없겠지만 그들에게 배운 미덕으로 지친 삶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 그럴 때는 "여름 숲"에 들어가면 좋다.

여름 숲에서/이건청

여름 숲에 들면
누가 먼저 와 있는 듯싶다
이 산에 터 잡고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상수리나무 둥치에 영지가 피어났다
산까치 몇 마리가 푸르르 나른다
개암나무 개암 열매가 툭 떨어진다
이 산 구석구석을 경작하는
일구고, 다독여 주는
가슴 넓고, 손이 푸근한
진짜 주인이
이 산에
눌러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시를 소개한 김정수 시인은 다음과 같은 덧붙임을 했다. "밖에서 바라보는 숲은 고요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이따금 숲 위로 날아오르는 새 떼, 간밤에 들려오는 소쩍새와 산짐승 소리. 하지만 숲에 들면 숲은 소란스럽다. 특히 여름 숲은 분주하다. 다람쥐 들락거리는 가지마다 온갖 새소리 요란하고 굴참나무 둥치의 사슴벌레, 투명한 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 일렬로 기어가는 개미들, 풀을 뜯다 놀라 달아나는 고라니까지. 지상에선 머루 랑 다래 랑 익어가고, 고사리도 쑥쑥 자란다. 숲은 살아 있다."

이어지는 글은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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