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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피로 쓰인 역사, 혀로 덮을 순 없다."

유튜브 계정 '하일광'에 게시된 '멈춰 있는 사진 속 독립운동가에게 AI로 광복 전해드렸더니 이런 영상이?'에서 가져오다.

290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8월 15일)

“피로 쓰인 역사, 혀로 덮을 순 없다."(광복회장) 요즈음 역사의 혼란을 일으키는 일부 세력들이 언론과 함께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대중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듯하다. 따라서 좀  길더라도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의 글을 다시 한 번 광복절날 아침에 공유한다. 우리 모두 꼼꼼하게 읽고 잘 알아야 한다. 모르면 당한다. 왜 그들은 우리를 현혹시키는 것일까? 소위 '뉴라이트'라고 하는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사욕을 위해 그렇게 대중을 의식화 시키는 거다. 그럴수록 더 똑똑하게 앞뒤 관계를 알아야 한다.

▪ 7월 4일은 미국의 ‘Independence Day'(독립일, 또는 독립기념일)인데, 1776년 이날, 아메리카 대륙의 영국 식민지 13개 주 대표가 모여 독립을 ‘선언’했던 날이다. 그때는 '선언' 뿐이었다. 
▪ 정말 미국 식민지 연합군이 영국군에 승리한 날은 1783년 9월 3일, 
▪ 미국 헌법이 모든 주의 승인을 얻은 날은 1787년 9월 17일, 
▪ 연방정부가 수립되고 조지 워싱턴이 연방 대통령에 취임한 날은 1789년 4월 30일이다.
‘독립 선언(Independence Day)’으로부터 정부 수립까지 13년이 걸린 셈이다. 이 일련의 USA 탄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7월 4일 ‘독립기념일’인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보면,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 대표들이 모여 독립을 선언했던 날이다. 
▪ 일본이 패망하여 우리가 광복한 날은 1945년 8월 15일, 
▪ 헌법이 제정된 날은 1948년 7월 17일, 
▪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1919년 3월 1일 ‘독립 선언’으로부터 정부 수립까지 29년이 걸린 셈이다. 이 일련의 대한민국 탄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3월 1일 ‘독립 선언 일’인 것이다.

그리고 1920년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두 개의 국경일을 제정했다. 하나는 ‘건국 기원절’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 선언일’이다. 건국기원절이 개천절이고 독립선언일이 삼일절이다. 그런데 1949년 국경일을 제정할 때 개천절, 삼일절에 광복절과 제헌절을 추가했다. '건국절'은 없었다. 한글날은 2005년에 국경일이 됐다. 여기까지 팩트이다. 쟁점을 도표로 잘 만든 것이 있어 공유한다.


KBS가 광복절에 이승만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 을 방영하기로 하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올바른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하는 공영방송이 방영하기엔 문제가 많은 영상”이라며 반발했다.  내가 아는 이승만은 이런 사람이다. 다음은 누구일까요?

1. 남북의 통일 정부가 여의치 않으니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
2.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던 제주도민 3만여 명을 학살한 4,3 사건의 최종 책임자.
3.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여수 14연대 소속 군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수 순천 지역 민간인 1만여명을 부역자로 몰아 학살한 장본인
4. 그 직후 지금까지도 양심의 자유를 옥죄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인물
5. 좌익 세력에게 전향의 기회를 준다며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해 놓고 선 6,25전쟁이 발발하자 빨갱이로 몰아 집단 학살한 장본인
6. 친일파보다 빨갱이가 더 나쁘다며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를 등용한 인물
7. 정권 연장에 눈이 멀어 국회 프락치 사건, 발췌개헌안 파동, 사사오입 개헌 등을 주도한 민주주의의 파괴자
8. 죽산 조봉암 등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치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법살인의 설계자
9.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국민들에겐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며 사전 녹음된 방송을 틀어 놓고 선, 전날 36개 줄행랑을 친 것도 모자라 때늦은 피난민들이 건너던 한강철교 폭파를 명령한 잔인무도한 권력자
10. 86세의 나이로 부정선거를 획책하다 4,19 혁명이 일어나 끝내 국민들의 손에 쫓겨난 노회한 정치인

이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더 있다.

1. 3,1운동 직전 자의적으로 국제연맹의 위임을 청원한 일
2. 미국에서 대통령을 참칭하며 독립활동 자금을 유용한 사건
3. 서울 수복 후 피난가지 못한 이들을 부역자로 몰아 학살한 행위
4. 6,25 전쟁 중 미국에 작전권을 통째로 넘겨버린 일

왜 우리는 이런 이승만을 '국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아직도 친일 세력들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갖고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일파들은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라면 친일 정권이든, 유신 정권이든, 학살 정권이든, 일본이나 미국에 관계 없이 권력의 주구 노릇을 마다하지 안 했다. 더 속상한 것은 자신들의 출세 길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좌경, 용공, 종북, 빨갱이' 등이 필요했고, 그런 세력들은 지금도 이승만을 국부로, 8,15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를 기형으로 만들고 있다.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이유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거를 덮어놓고 지금 이 순간 그들이 어디서 무슨 직위를 맡고,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졌느냐가 곧 그 사람의 인품이 되는 인간관, 그러니까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간관이 지배적인 가치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과정을 덮어두고 결과로, 이익이 되는 것이 선(善)이라는 자본의 논리가 우리 사회의 지배 논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 줌밖에 안되는 권력과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소위 '뉴라이트'라는 세력들이 '무식한' 현 집권 검찰 세력들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마 고개 들 수 없는 부끄러운 광복절이다. 예컨대 광복회를 비롯해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꾸린 독립운동단체연합은 15일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별도의 광복 79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왜 현 정부의 일부 세력들이 그러는 걸까? 전우용 역사학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자기들이 그런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둘째 자기 지지자들이 그런 상식을 가지고 인간관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리고 그런 상식에 기반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 자기 지지기반이 늘어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 했다. 역사나 언론이나 이런 것들을 총동원해서 마지막 유형의 사람들 이익이 안 되는 건 안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이제 "표준형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라고 보았다. 문제는 그렇게 돼 버리면 우리가 물에 빠져도 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다는 거다. 직접 전 교수의 말을 들어본다. 

"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이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아요.  상황이 이런 상황이 돼 버렸구나. 이게 우리가 이제 우리 사회에 담론이 돼버렸어요. 뭐냐면 위기에 빠진 사람 봐도 못 본 척해라, 구해주지 마라. 구해줘 봤자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이제 이런 식의 좀 문화가 형성돼 버렸고. 거기에 맞는 행정규범으로 나온 게 각자도생이에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국가공동체를 못 믿는, 안 믿는다는 것이고 국가공동체의 기반을 허무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국가라고 하는 의식은 국민 의식이니 민족 의식이니 하는 것들로써 기본적으로 연대의식에서 출발한다. 서로가 연대해서 국가를 만들고 민족을 구성하고 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의식 자체를 죄악시하기 때문에 이제 연대의식이 사라진 상황이 된 거다. 현 정부의 일부 인사들로 뉴라이트들은 그 상황을 즐기고 그 상황이 돼야 자기 지지기반이 늘어난다고 판단을 한다는 거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말이 유행인 사회에 산다. 모두들 사적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엉터리' 리더들의 철학(뉴라이트=반공+자유 시장경제 주의)이 그러니, 주변의 많은 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동조한다. 전우용 교수가 했던 말 두 개를 더 공유한다. "우리 사회가 이명박 시대부터 저런 이제 뉴라이트 이데올로기를 좀 정책적으로 퍼뜨렸다고 저는 보고요. 퍼뜨리는 과정에서 저런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어요. 시장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요." "이런 식의 시장주의 또는 뉴라이트 이념이 굉장히 기득권의 자기합리화에 좋은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그런 쪽에 있는 분들, 사회적으로 보면 예컨대 이제 우리 사회의 엘리트층 중에 이런 뉴라이트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이념에." 이런 눈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현 대통령의 언행의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었고, 특히 한국의 문화 위상이 세계를 리드하고 있었던 것은 우리의 인문(人文) 전통이라 본다. 특히 조선의 인문적 전통이 이제 꽃을 피우는 것 같았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은 언어,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등의 세계를 말한다. 이 인문 세계가 추구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빨리 다시 회복해야 한다. 이젠 현 정부에는 기댈 수 없다. 
1. 인문 정신은 세끼 먹는 것을 뛰어넘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거다. 인간과 짐승은 다르다. 짐승은 감각과 본능적인 충동 반응이라 할 수 있는 운동의 결합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인간은 지각과 충동을 제어하는 행동의 관계로 삶이 이루어진다는 거다. 고양이는 배부르면 졸고 있지만, 인간은 졸려도 새로운 지각을 창문을 열고 생각한다.
2. 동물과 하등 차이가 없는 인류가 시간과 공간을 확장시킨 문명을 구축한 것은 '생각하는 힘'에서 나오는 지각 능력과 상상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 힘은 종교의 천재들 또한 철학자들이 키워준 거다. 인간의 한계상황을 돌파하여 고단한 우리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생각하는 힘’에 의해서다. 그 '생각하는 힘'이 감각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지각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3. 인문학은 무한과 영원을 향한 영혼의 등대로 '희망의 학문'이다. 벌거벗은 몸을 거울에 비추어보라. 볼록한 배, 가는 다리, 퀭한 눈동자. 생물학적인 존재로서는 어느 것 하나도 볼품이 없다. 그러나 소멸해가는 존재일지라도 자신만의 왕국임을 자부하며 자기완성의 길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 것이 인문학이다. 먼지에 불과한 존재일지 언정 천지와 우주와의 합일을 꿈꾸고 바라게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세계 속에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이유는 인문 정신의 쇠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웃의 고통을 내면 화하지 못하는 불치의 병이 전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파고 속으로 밀어 넣는데 어떻게 이웃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인문학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말은 없다. 전쟁은 국가와 자본이 공모한 학문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이켜 살펴보는 마음의 힘이 욕망에 막혔기 때문이다. 
4.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의 인문학이 피폐해진다면 인간은 언젠가 기계의 노예가 될 것이다. 인문학의 죽음은 인류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관계의 망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과학과 기술의 한계를 직시하고, 부조리와 야만을 재판하며, 자본의 자기 파멸적 행위를 멈추게 하는 인문학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다시 읽으며 다짐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서시/윤동주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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