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러운 독립기념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2901.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8월 14일)
우리가 잘 알다시피,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독립기념관, 동북아역사재단. 이 네 기관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윤석열 정권에 의해 뉴라이트 계열의 학계 인사가 기관장에 최근 임명된 것이다. 독립운동을 연구, 기념해야 하는 독립기념관 관장까지 독립운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하여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윤 정부는 지난번 홍범도 장군 격하에 이어 최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찬성했다. 그 전시에 강제 연행과 노역을 명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 역사의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일제 강점기에 노동자와 농민들이 당했던 고통보다 일부 토착 엘리트의 화려한 출세 가도와 ‘조선의 문명화’를 강조하는 것은 뉴라이트 사관의 중요한 요지다.
나는 여기서 나오는 '뉴 라이트(New Right) 말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친일파이며, 자기 중심적인 이기 주의자들이고, 기회주의자들이 아닐까 의심한다. 진정한 우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광복회에서는 "뉴라이트는 해방 후 이승만 정부부터 지금까지 우리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일제강점기 일본의 국권침탈은 불법, 무효이다’라는 입장을 뒤엎어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식민지배 합법화’를 꾀하는 일련의 지식인이나 단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와 후손단체인 광복회는 9대 뉴라이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앞으로는 '뉴 라이트(신 우익)'라는 말보다는, 인간성(인성)이 저열하고 비열하게 자기와 자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친일 매국노'들이라고 나는 부를 생각이다. 잘 됐다. 이 참에 커밍-아웃된 그런 류의 인간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역사와 국가의 이름으로 처단하여야 한다. 그래야 국가라는 공동체가 건강하게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기억 공동체, 역사 공동체이다. 그 역사가 왜곡되면 공동체의 정체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광복회가 뉴라이트로 보는 9가지는,
1.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2.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3.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4.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 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5. 식민사관이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은연중 주장하는 자나 단체
6. 일제강점기 곡물 수탈을 ‘수출'이라고 미화하는 자
7. 위안부나 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8.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9. 뉴라이트에 협조, 동조, 협력하는 자나 단체 등이다.
광복회가 이같이 '뉴라이트'를 알아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유는, 식민지근대화론 등을 주장하는 뉴라이트를 따르면서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정부 주요 요직에 임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이 최근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임명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 역시 여러 강연 등에서 뉴라이트로 볼 수 있는 주장을 해 왔다. 지난해 11월 16일 한국기독교회관 강당에서 진행한 ‘좌파의 역사 왜곡’이라는 강연에서도, 그는 ‘대한민국 105년’이란 광복회 현수막을 보여주며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얘기인데, 아직도 이렇게 자랑스럽게 붙여놓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부 단체가 광복회장을 비난하기 위해 붙인 현수막에 적힌 문구 “이종찬 씨 생일은 언제인가, 당신이 잉태한 날인가”를 조롱하듯 읽었다. 광복회가 광복회관에 2023년에 붙인 ‘대한민국 105년’은 ‘우리 대한국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는 우리나라 헌법의 의미를 강조한 문구다. 임시정부가 1919년 설립된 점, 일본의 식민지배는 불법적인 일이었음을 의미한다. 김 관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런데도 김 관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며, 자신은 “마녀사냥”과 “인민재판”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정권은 왜 그들을 편애하는 것일까? 한국 기득권 세력들을 이해하여야 답이 나온다. 한국 친일 매국도 기득권 세력들의 물리적 내지 제도적 ‘선조’들의 상당수는 일제 강점기 총독부에 직접 부역했거나 적어도 식민지 권력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재산 증식이나 권위 구축에 바빴다. 친일 진상 규명은 족벌언론이나 주요 재벌, 종교계, 학계 등에 존재하는 식민지적 ‘뿌리’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한국 기득권 세력의 ‘명분’을 위협했다. 기득권 세력들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친일을 문제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미화하는 새로운 논리로 한국 사회 전체를 포획하는 것이었다.
다음 사진은 1948년 이승만이 발행한 대한민국 관보 제1호 사진이다. 긴 말하고 싶지 않다. 다음 사진을 보면 이들이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는 보수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이종찬 광복회장이 이미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1948년 9월1일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대한민국 관보 1호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좀 쉽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난 3월에 한 번 공유했던 내용의 일부이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 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위험을 무릅쓰고 물에 들어가서 구해주려고 하는 사람
2. 무엇이라도 좀 잡고 나올 수 있도록 잡을 것이 없을까 하고 구하러 다니는 사람
3. 발을 동동 구르면서, '여기 사람 물에 빠졌어요', '누가 와서 구해주세요' 라며 소리치는 정도의 사람
4. 아예 못 본 척 하는 사람
5. 헤엄도 못 치는 게 왜 물에 들어가서 저 꼴을 당하느냐고 말하는 사람
이 차이는 인간관의 이념에 기초가 되어 나오는 거다. 가장 흥미로운 문제는 사람들이 전부 다 자기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내가 정상이고, 나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다 비정상이라고 보는 거다.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가 이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로 봐야한다. 1의 유형이 볼 때, 5의 유형은 '인정머리 없는 나쁜 놈'이고, 5의 유형에서 볼 때 1의 유형의 인간은 '돈도 안 되는 일에 목숨을 거는 바보 같은 놈, 미친 놈'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루는 인문학이 부재한 사회로, 즉 그런 상태로 그대로 놔두면, 사회가 '나쁜 놈'과 '미친 놈'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인간형을 우리가 기본 또는 모범으로 삼아야 될 것이 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사회적 합의는, 다들 그렇게 살 수는 없더라도, 1 유형의 인간이 '의인'이고, 본받아야 할인간이고,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몰상식이 사회의 표준이 되면 그 사회는 망한다.
지금의 뉴 라이트(New Right) 인간관을 지닌 일부 인사들의 인간관은 다르다. 그들은 '인간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식이다. 자기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거다. 그러니 도덕이니 연대 의식 따위는 불필요한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제 감점기라는 조건에서 자기 이익 실현의 극대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친일파가 오히려 이제는 제대로 된 사람이고, 돈 되는 것도 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겠다고 목숨 걸고 독립 운동하며 자기 재산을 다 던지며,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트린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은 그런 사람들을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우리 사회는 의인들을 존경하고, 자기 것, 즉 사익을 챙기지 않고 공익을 위해서 힘쓴 사람들을 존경하자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인데, 공식화하지 못한 채, 현 정부는 '약한' 사회적 합의마저 바꿔서 이제 5의 마지막 인간형을 표준이자 모범으로 삼고자 한다. 홍범도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그는 조선이나 대한 제국 정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천민으로 태어났다고 구박과 멸시를 했다. 그런데도 그는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자기를 구박하고 천시한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걸 걸고, 가족들까지 버리면서 독립 운동을 했던 사람인데, '공적이 과장되었다 느니', '우리가 존경할 사람이 아니라'는 등, 아무튼 폄하하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일본군이 되어서 동족을 학살한 사람들을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그들이 이제는 그를 빨갱이, 공산주의자라고 색깔을 입히었다. 이런 행위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상식에 기반을 바꾸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인문 운동가의 눈에 안타까운 거다.
늘 함께 공유하는 이상권 친구의 담벼락에서 가져온 시를 공유한다. 그는 이 시를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1936년에 별세한 심훈의 시 '그 날이 오면'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이 시에 담긴 간절한 마음이 이해되지 않으면, 스스로 '사람'인지 의심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페이스 북의 친구 한 분이 다음과 같이 글을 올렸는데, 좋은 대인이라고 생각해 공유한다. "역사가 돌고돌라 다시 친일파가 활개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언제고 하게 되었나 봅니다. 이 참에 1946년 반민특위가 하지 못했던 일을 제대로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951년에 폐지된 반민족행위 처벌법도 그 취지를 살려 다시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그 날이 오면/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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