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11일)
삶은 끊임없이 아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건너가는 모험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하다. 이번 여름에는 세 곳으로 건너가기를 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과학의 세계로 들어갔다. 우리 동네에 과학운동을 하시는 멋진 과학자 박문호 박사가 있다. 그의 책을 사고, 그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우주를, 광물을, 인간의 뇌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있어 원하는 만큼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 강의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진입하는 즐거움은 누려본 자 들만이 안다. 나는 지난 몇 달전부터 도올 김용옥의 <노자 강의> 108회짜리를 두 번 들었다. 특히 산책을 하면서 강의를 듣고, 집에 와 그의 책을 펼치고 다시 읽으며 확인하는 일은 모르던 것을 깨닫는 데서 오는 그 희열이 대단했다. 지금은 우주의 빅뱅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듣고, 책을 읽고 있다. 인문 운동가로 많은 통찰을 얻고 있다.
두 번째 즐거움은 맨발로 흙 길 걷기이다. 지난 8월 초부터 약 10일이 지났는데, 몸이 그 효과를 보여준다. 우선 덜 피곤하고, 힘이 난다. 몸이 유연해짐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유튜브를 듣다 보니, 박동창이라는 분이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에 의하면, "신발 신고 걷는 건 '죽은 걷기'이고 맨발 걷기는 '살아 있는 걷기'라는 거다. 딸도 따라 나가 걷는다. 다행히 집에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운동장을 걸으면 된다. 물론 새벽에 나간다. 아무도 없고 출입이 자유롭다. 그리고 운동장 가에 수도가 있어 발 닦기도 좋다.
맨발 걷기의 효과는 흔히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몸이 증명해 주었다.
(1) 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은 지압 효과가 있다. 발이나 손의 어떤 지점들은 신체 부위와 연결돼 있어 손과 발을 자극하면 신체 불균형 해소와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
(2) 발바닥의 아치가 자극돼 혈액이 강력하게 펌핑 되어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몸의 온도가 올라가며 면역력이 좋아진다. 특히 장기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되어 에너지를 잘 만들어 준다.
(2) 가전제품이 접지되는 것처럼 신체와 지구가 만나 음과 양의 신체적 균형을 되찾는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발가락과 발 앞 부분은 머리 쪽, 발의 중간은 내장 기관과 대응한다고 했다. 제 자리에 서서 까치발로 서거나 또는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잠이 잘 온다. 실제로 누우면 바로 잠이 든다. 내 딸도 그렇다고 한다. 열대야인데도, 한 번도 안 깨고 잘 잔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불면증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발의 가운데 부분은 내장 기관과 관련 있어, 소화가 잘 된다. 발 뒤꿈치는 좌골신경, 방광, 항문 등 신체의 아래쪽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박동창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로 걷는 방법을 여러 가지 가르쳐 주었다. (1) 두꺼비 걷기: 아주 천천히 땅과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2) 황새 걷기: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모두 충분히 활용해 리드미컬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2) 까치발 걷기 (4) 발가락 들고 걷기 (5)오므리고 걷기 등이다. 나의 경우는 맨발 걷기를 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그리고 맨발로 촉촉한 따을 밟으면 행볻한 마음이 들고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박회장은 매발 걷기를 접지(接地)라 했다. 영어로는 '어싱(earthing)'이라 한다. 지구와의 접지라는 거다. 땅의 치유력을 활용하는 거다. 모든 생명체는 땅으로부터 생명의 기운을 충천 받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싱: 땅과 접촉이 치유한다>>(클린트 오버와 스티븐 시나트라 등의 공저)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사람들은 '땅의 생명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다. 접지 이론은 세탁기나 냉장고와 같은 전기 제품을 땅과 연결해 오작동을 막는 논리이다. 인체에도 전기가 흐르므로 땅을 밟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박 회장은 "암, 고혈압, 고혈당 등 현대 문병병의 90%가 '활성산소(active oytgen)' 때문이다.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는 양(+) 전하를 띤다. 땅에는 음(-) 전하를 찐 자유전자(free electron)가 있다. 맨발로 땅을 걸으면 자유전자를 받아 활성산소가 중화된다. 실제로 신발을 신었을 때 우리 몸에 흐르는 전압은 약 300mV(밀리보트)지만 맨발로 땅을 밟으면 0mV로 측정된다"고 말했다. 이 '어싱'의 치유력 이야기는 따로 한 날을 잡아 정리를 한 후 공유할 생각이다.
세 번째로 건너가려 하는 곳은 사진찍기이다. 이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찍다 보니, 한계가 있어 이번 주에 초보자용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 사진의 세계에 빠져볼 생각이다. 사진 찍기는 인물 사진과 풍경 및 일상 사진으로 나뉜다. 지난 수요일 배운 거다. 풍경이나 일상 사진을 찍으려면 다음 다섯 가지가 기본이라 했다. (1) 깔끔하고 단순 화면을 구성하라. 더하지 말고 빼기를 하라는 거다. 이 테크닉은 나 스스로 이미 터득한 거다. (2) 시간대에 따른 색온도를 활용한다. 광원이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대를 달리해서 촬영해 보면 화면의 분위기를 다르게 할 수 있다 했다. 이 기술은 실제로 자주 시도해 볼 생각이다. (3) 옅은 구름이 낀 날 촬영하면 훨씬 더 풍부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름이 낀 날 나가, 실제로 사진 속에 음영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4) 화면 중 포인트를 준다. 화면 안에서 주된 포인트를 주는 사물을 발견해 중심이 되게 구성해보라는 거다. (5)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화면에서 움직이는 사물의 동선을 상상해 보라 했다.
이 세 가지 건너가기로 휴가 대신 즐거운 8월 초를 보내고 있다. 여름의 어원은 ‘열음’이라고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옷깃도 얇게 열고, 가슴마저 활짝 열어야 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특히 세계를 새롭게 열 때 인간이 발휘하는 능력을 우리는 '창의'라 한다. 창의는 인간의 능력 가운데 고도의 어떤 것이 분명하다. 절대 평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도모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모두를 창의력을 발휘하자고 서로 독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창의력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발휘되는 것이다. 내적으로 단련된 어떤 사람의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지 해보려고 맘먹는다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이 튀어나올 수 있는 내면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은 이 세상에 나타나지 못한다. 이렇게 하여 창의력은 기능적인 범위를 넘어서 인격적인 문제로 바뀌어 버린다. 결국 사람의 문제이다. 창의력은 기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 인문학적 성찰과 통찰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즉 사람의 문제를 알고, 사람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러니 책도 읽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한다.
지적인 상승과 확장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고 건너가려고 발버둥 치는 일에서 이루어진다. 그래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참된 사람이 있고 나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有眞人而後有眞知)" 여기서 참된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론이나 지식이나 관념이나 이념의 수행자에 제한 될 수 없다. 그것들의 생산자이거나 지배자일 때만 '참된 사람'이다. 그래서 '참된 사람'을 채우는 진실은 차라리 '모르는 곳'으로 덤벼드는 무모함에 있다. 탐험이고 모험이고 발버둥이고 몸부림이다. 이것을 우리는 용기라고 말한다. 용기를 내어 맨발 걷기에 소홀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름 날의 희망" 한 가지를 더 보태기 위해서이다. 아침 사진은 오늘 아침 맨발 걷기를 하고 집에 오다 만난 물방울이다. 맺힌 물방울에서 희망을 보았다. SNS에 못된 놈들이 도배를 하고 있지만, 그렇치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창문을 활짝 열고 옷깃도 얇게 열고, 가슴마저 활짝 열어야 한다. 그래 여름이다.
여름날의 희망/박노해
여름 바람이 시원한 것은
가슴을 활짝 열고 바람을 보내주는
숲의 정령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저녁 마을 작은 집들의 불빛이 따듯한 건
거기 가난해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인정 많은 이웃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이 없는 세상에 희망이 살아 있는 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위기의 삶을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가난과 전쟁으로 무거운 지구가
오늘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까닭은
그 고통과 슬픔을 나누려는 대열에
또 한 사람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세상이 살 만한 건
지구 마을 골목길에 아이들이 자라나고
이 힘든 길을
좋은 벗들이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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