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린 왕자가 어느 행성에서 만난 어떤 이는 쉬지 않고 은하계의 별들이 전부 자기 것이라서 행복하다고 말하며, 별들을 세기만 하지, 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몰랐다. "나는 별을 관리해. 세고 또 세는 거야. 어려운 일이야." 이런 식으로 일만 하다가, 인생의 단순한 즐거움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이외에서 즐거움과 함께 웃음을 찾아야 한다. 웃는 것이 심장병을 막아주고, 단기 기억력을 더 좋게 하고, 스트레스가 덜하게 만들어 준다. 즐겁고 웃기는 일이 있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웃자고, 오늘은 좀 긴 시를 읽는다. "오독이 문맥에 이르러 정독과 통한다 통독이리라"
통속/정끝별
서두르다를 서투르다로 읽었다 잘못 읽는 글자들이 점점 많아진다 화두를 화투로, 가늠을 가름으로, 돌입을 몰입으로, 비박을 피박으로 읽어도 문맥이 통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네살배기 딸도 그랬다 번번이 두부와 부두의 사이에서, 시치미와 시금치 사이에서 망설이다 엄마 부두 부쳐준다더니 왜 시금치를 떼는 거야 그래도 통했다
중심이 없는 나는 마흔이 넘어서도 좌회전과 우회전을, 가로와 세로를, 성골과 진골을, 콩쥐외 팥쥐를, 덤과 더머를, 델마와 루이스를 헷갈려 한다 짝패들은 죄다 한통속이다
칠순을 넘긴 엄마는 디지털을 돼지털이라고 하고 코스닥이 뭐예요?라고 묻는 광고에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모르신다 웃는 육남매를 향해 그래 봐야 니들이 이 통속에서 나왔다 어쩔래 하시며 늘어진 배를 두드리곤 한다
칠순에 돌아가셨던 외할머니는 이모를 엄니라 부르고 밥상을 물리자마자 밥을 안 준다고 서럽게 우셨다 한밤중에 밭을 매러 가시고 몸통에서 나온 똥을 이 통 저 통에 숨기곤 하셨다
오독이 문맥에 이르러 정독과 통한다 통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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