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1일)
우리가 사는 길에는 '비움의 길'과 '채움의 길'이 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 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듯이,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일 수도 있다. 노자의 <<도덕경>> 제15장의 마지막 구절이 기억난다. "도(자연의 길)를 아는 사람은 채워짐을 원하지 않는다. 오직 채워짐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保此道者(보차도자) 不欲盈(불욕영), 도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채우려 하지 않는다. 夫唯不盈(부유불영)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 굳이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너덜너덜하게 하지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치 않는다.
도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채우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채워 지길 바라지 않는다. 인간이란 생래적으로 "채움의 길"을 간다. 뭐든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더 채우고 더 가지려 한다. 도를 알고 따르는 사람은 채움의 길을 버리고 '비움의 길'을 걷기에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 로다"하고 노래할 수 있다. '있음 그대로(being)에 자족하는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 문장은 어렵다. 夫唯不盈(부유불영)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는 '그래서 도를 아는 사람은 굳이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너덜너덜하게 하지,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치 않는다'로 풀이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올은 "그러므로 능히 자기를 낡게 하면서, 부질없이 새롭게 작위(作爲)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로 풀이한다. 허(虛)를 극대화 시키면서 자꾸 채우려 하지 않는다는 테마를 강조한 것이라 본다. 나는 "불신성(不新成)"이란 단어는 혁신을 부정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인위를 덧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읽는다. 그러면서도 "불신성(不新成)"을 "이신성(而新成)"의 오사(誤寫)로 보고, 이렇게 풀이 하기도 한다. "능히 자기를 낡게 하면서 또 새롭게 생성한다." '끊임 없는 생성(becoming)'의 창조력을 강조한 것으로 본다.
어쨌든 노자의 철학에서는 이 세상의 어떤 것도 특정한 '본질'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즉 자신 안에 자신의 존재 근거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존재하며, 그 반대 방향을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본질을 최대로 발휘 시키려 하거나 그 본질을 꽉 채우려 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노자의 철학은 해체적이다.
인간만이 원래 "채움의 길"을 간다. 뭐든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더 채우고 더 가지려 한다. 이런 심리를 메슬로는 "D-Cognition"라고 한다. 나는 이것을 "결핍 심리"라 이해한다. '도'를 아는 사람은 "채움의 길"을 버리고, "비움의 길"을 걷는다. 이를 오강남은 "B-Cognition"이라 말하며, 이런 사람은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하고 노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있음 그대로(Being)"에 자족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소유(Having)보다 존재(Being)에 더 주목하는 사람이다.
지난 7월 14일 이후에 노자 <<도덕경>> 정밀 독해를 멈추었다. 제32장까지 읽었다. 그때 못한 이야기가 있다. 우선 다시 제15장 원문과 번역을 다시 읽어 본다. 명료하다. 이 장의 구도는 얼른 보면 구체적인 효과를 바로 보여주는 것 같은 "지인(知人) - 승인(勝人) - 강행(强行)"의 방식보다는 조금 유약해 보이거나 소극적인 것 같지만 "자지(自知)" - 자승(自勝) - 지족(知足)"의 방식이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위대한 효과를 담보해 준다는 거다. 일상을 살아가는 좋은 통찰을 주는 내용이다.
知人者智(지인자지) 自知者明(자지자명) :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
勝人者有力(승인자유력) 自勝者强(자승자강) :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세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知足者富(지족자부) 强行者有志(강행자유지): 족함을 아는 사람은 부유하고, 강한 사람, 행함을 관철하는 자의 행동에는 지조가 있다.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이런 사람은 제자리를 잃지 않으니 오래가고, 죽어서도 잊혀 지지 않으니 장수한다.
지난 7월 14일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물론 세 번째 문장 지족(知足)이 오늘의 화두이다. 지족자(知足者)는 부(富)하다. 설명이 길게 필요하지 않다. 법정 스님이 말한, 다음 두 문장이 곧바로 기억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요즈음 우리 대부분이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가난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으로 무엇이나 남처럼 가지려 하는 마음 때문에 생겨난다. 흔히 말하듯 '필요'보다 '욕심'에서 생기는 가난이다. 이럴 때 분수를 알고 자족할 줄 알면 빈곤감이 없어지고 자기에게 있는 것만으로도 부자처럼 느끼며 살 수 있다. 앞에서 인용한 메슬로의 말 대로 "D-Cognition"에서 "B-Cognition"으로 넘어 감이다. 정신 면에서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빈곤의 심리'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이 세상 좋은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남이 가져가면 그만큼 내 몫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심리'이다. 그 반대가 '풍요의 심리'이다. '세상에 좋은 것은 많고, 풍요로워서 남이 성공하고 인정받아도 내 몫은 남아 있다'고 보는 심리이다. 이런 빈곤의 심리는 배타주의를 낳고, 풍요의 심리는 포용을 할 줄 알게 된다.
그 다음 문장, "强行者有志(강행자유지)"를 '강한 실천력을 가진 사람이 라야 뜻을 이룬다'로 해석 나는 해석했다. 무엇을 위한 '강행(강한 실천력)'인가?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지적하고 싶다. 남보다 뛰어 나려고 불철주야 노력해서 자기 뜻(지)을 편다는 것은 아니다. 도와 하나 되기 위해 근면 역행(근면역행)하고, 그러다 보면 도와 하나되겠다던 본래의 뜻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고 풀고 싶은 거다. 그 다음 문장을 보면, 우리의 본래의 자리는 도의 자리, 이 자리를 잃지 않고 지킴이 영원이라는 것이다. 이를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라 했다. 그러면 죽어도 멸망하지 않는데, 이것이 바로 장수라는 것이다. 그게 다음 말이다.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여기서 '영원(久)'니 '장수(壽)'니 하는 말은 몸은 죽지만 영혼은 살아남는다는 서양의 영혼불멸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고, 개체로서의 우리의 몸이 영원히 보존될 수 있다는 중국 신선술의 입장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오강남의 해석이다. 삶과 죽음의 이원성을 초월하여 도와 하나됨으로 도에 따라 생성 변화하고, 도에 따라 생성 변화함으로써 도와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다.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돌아가는 길을 생각"하며 이번 8월을 그렇게 살고 싶다. 휴가 오신 수녀 누님을 모시고 서대산 갤러리에서 하루를 보내다 왔다. 오늘 아침 사진이 그곳이다. 오늘부터 누님의 권유로 하루 30분 이상은 맨발로 걷기로 했다.
맨발/박현
길을 걸을 땐 마땅히
맨발이어야 한다
발바닥을 뚫고 척수에 다다른
뾰족한 미끄러운 둥근 끈적끈적한
생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
땅의 거죽이 따뜻한지 거친지
햇살로 데워진 웅덩이 물이 간지러운지
사금파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양말에 가려진 발가락
구두로 무장한 발바닥으론 느낄 수 없으니
맨발로 걸을 일이다
조금 부끄럽지만 씩씩하게 걸으면
차갑다 시리다 쓰라리다
따뜻하다 부드럽다 매끄럽다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예의
인간의 감정이 맨발을 타고 오른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사진하나_시하나 #박현 #지족 #도덕경_제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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